신공항·취수원 '난맥' 뚫은 대구·경북…메가시티 건설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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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뛰어넘은 지자체장 협치
정치·경제 변화의 바람 시작됐다
이철우 경북지사, 공항 이전 주도
단독후보지 고수하던 군위군 설득
광역철도 확정…'메가시티' 앞당겨
30년 끌어온 낙동강 취수원 갈등
대구-구미 공동이용 합의 가닥
정치·경제 변화의 바람 시작됐다
이철우 경북지사, 공항 이전 주도
단독후보지 고수하던 군위군 설득
광역철도 확정…'메가시티' 앞당겨
30년 끌어온 낙동강 취수원 갈등
대구-구미 공동이용 합의 가닥
대구·경북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갈등 관계가 첨예한 공항, 물문제 등 현안에 대해 대승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1997년 논의가 시작된 후 진전을 보이지 않던 K2군공항과 민간공항의 통합이전이 전국 처음으로 진행되고 대구와 구미의 물문제도 해결의 가닥을 잡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장세용 구미시장,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 등이 지역적 이해가 첨예한 문제에 대해 여야를 초월하고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협력, 협치를 하면서부터 생긴 변화다. 대구·경북의 정치가 바뀌면서 경제 지형도도 바뀌고 있다. 대구·경북의 그랜드 디자인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대성 경상북도 경제부지사는 “대구·경북 지도자들이 ‘역사와의 대화’에 나섰다”며 “미래를 위해 정치적 불리도 감수하는 용기 있는 결단으로 대구·경북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갈등조정 전문가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콜롬비아 태국의 분쟁 등 집단갈등을 푼 애덤 카헤인은 자신의 성공 사례를 담은 《협력의 역설》이라는 책에서 첨예한 갈등관계에 놓인 지역에서 협력에 성공하는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하나는 처음부터 어떤 합의도 않고 시작하되 문제(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는 데는 합의한다는 원칙이다. 두 번째는 미래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되, 현재 상태를 그대로 두는 시나리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지난해 7월 30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지 확정으로 시작된 지역, 여야 간 협력 분위기는 애덤 카헤인의 원칙에서 바라보면 큰 진전이다.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연 리더십의 변화는 이철우 경북지사부터 시작됐다. 이 지사는 2018년 취임 이후 공전하던 공항이전 문제에 적극 나섰다. 권 시장 혼자 외롭게 추진하던 문제에 적극 협력하기 시작했다.
대구공항은 도심에 있어 장점도 많지만 60여 년간 소음피해는 물론 대구 전체 면적의 13%인 114㎢의 건축물 고도제한으로 대구 발전의 걸림돌이 돼왔다. 가까이 있는 공항을 먼 곳으로 보내는 데 대한 반발도 적지 않았다. 인구 소멸 위기에 빠진 경북으로서도 의성 군위뿐만 아니라 통합신공항과 7㎞ 거리에 있는 구미국가5산단의 활성화 등 산업수도 구미와 경북 재도약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군공항 이전은 전국에서 대구·경북이 처음 이뤄낸 결실이다. 대구·경북은 2조244억원 규모의 서대구~신공항~의성을 잇는 공항철도를 최근 얻어냈다.
국내외 지자체의 정책을 연구해온 김종식 디자인정책연구원장은 “대구·경북의 미래가 달린 문제에 지역 리더들이 그동안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먼저 계산하고 현안에 대해 눈을 감고 외면하면서 대구·경북이 발전동력을 상실했다”며 “유권자들도 어떤 지도자가 미래를 위해 용기 있는 결단을 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정치인들의 이해가 시·도민들의 이익 위에 있을 수 없다”며 “공동체 이익을 위해 여야가 함께 협력·협치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글로벌 갈등조정 전문가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콜롬비아 태국의 분쟁 등 집단갈등을 푼 애덤 카헤인은 자신의 성공 사례를 담은 《협력의 역설》이라는 책에서 첨예한 갈등관계에 놓인 지역에서 협력에 성공하는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하나는 처음부터 어떤 합의도 않고 시작하되 문제(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는 데는 합의한다는 원칙이다. 두 번째는 미래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되, 현재 상태를 그대로 두는 시나리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지난해 7월 30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지 확정으로 시작된 지역, 여야 간 협력 분위기는 애덤 카헤인의 원칙에서 바라보면 큰 진전이다.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연 리더십의 변화는 이철우 경북지사부터 시작됐다. 이 지사는 2018년 취임 이후 공전하던 공항이전 문제에 적극 나섰다. 권 시장 혼자 외롭게 추진하던 문제에 적극 협력하기 시작했다.
물꼬를 튼 이철우 경북지사
이 지사는 지난해 7월 국방부의 사업 추진을 독려하고 특유의 정치력을 발휘해 사업무산을 막고 이전지를 확정하는 성과를 냈다. 공동후보지(군위 소보면과 의성 비안면) 대신 단독후보지(군위 우보)를 고수하는 군위군의 반발에 현장을 찾아 설득전을 폈다. 특히 군위군이 막판에 들고 나온 군위군의 대구 편입 등 합의문에 대구·경북 국회의원 25명 전원과 경북도의원 60명 가운데 52명의 서명을 받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권 시장은 당시 이전부지가 확정되자 “3선 의원 출신인 이 지사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국방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권 시장이 4년간 외롭게 신공항 사업을 끌고 왔다”며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1997년 이전 논의가 시작된 뒤 25년 만에 이뤄진 그랜드 디자인이다. 대구의 한 기업인은 “경북의 땅을 떼내주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지사는 24일 “미래세대에 좋은 일이라면 생니라도 뽑아야 한다”며 “더 큰 경북의 미래를 생각하자”고 말했다.대구공항은 도심에 있어 장점도 많지만 60여 년간 소음피해는 물론 대구 전체 면적의 13%인 114㎢의 건축물 고도제한으로 대구 발전의 걸림돌이 돼왔다. 가까이 있는 공항을 먼 곳으로 보내는 데 대한 반발도 적지 않았다. 인구 소멸 위기에 빠진 경북으로서도 의성 군위뿐만 아니라 통합신공항과 7㎞ 거리에 있는 구미국가5산단의 활성화 등 산업수도 구미와 경북 재도약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군공항 이전은 전국에서 대구·경북이 처음 이뤄낸 결실이다. 대구·경북은 2조244억원 규모의 서대구~신공항~의성을 잇는 공항철도를 최근 얻어냈다.
30년 물문제도 해결의 가닥
지난 11일에는 취수원 이전과 관련한 장세용 구미시장의 대승적 결단이 화제였다. 장 시장은 지난 6월 구미의 해평취수원을 대구와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안 등 환경부 통합물관리방안을 조건부로 받아들였다. 이웃인 대구와 구미가 30년간 이루지 못한 물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했다. 장 시장의 이런 결단에는 지난달 14일 구미에서 열린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이 지사, 권 시장의 설득노력도 크게 작용했다. 구미 해평취수원을 대구가 공동 이용해도 구미 시민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 설득하며 갈등관리에 나섰다. 권 시장은 “이웃 도시인 대구와 구미가 물문제를 해결하고 상생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절호의 기회”라며 “구미시장께서 용기 있게 나섰고 한 장관이 소명을 갖고 뛰어주셨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13일 “물문제(취수원 다변화)만큼은 여야가 따로없다. 30년간의 지난한 갈등을 끝내야 한다”며 “한 장관의 해결 의지, 권 시장과 홍 부시장의 끈질긴 노력, 이 지사의 동의와 장세용 구미시장의 결단에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추경호 의원 등 국민의힘 대구지역 12명 의원도 19일 환영성명을 내고 구미의 현안 해결에 대구의원들이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여야를 뛰어넘은 협력의 모습이 오랜만에 연출됐다.빛 발하는 대구시장과 부시장의 협치
지난 13일 대구시는 6개 지방자치단체가 경합을 벌인 3000억원 규모의 국가로봇테스트필드를 대구로 유치했다. 대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해냈다’ ‘국민의힘이 해냈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여야를 초월한 노력이 더해져 이뤄낸 국책사업이지만 최근 대구시가 유치한 대구도심융합특구, 엑스코선 예비타당성 통과, 국가로봇테스트필드 등은 권 시장과 홍 부시장 협치의 산물이다. 권 시장은 지난해 7월 홍 부시장 영입 직후 “경제 현안에 밝고 예전부터 정당은 달랐지만 대구를 위해 협업한 경험이 있는 홍 부시장과 손을 맞잡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노력한다면 새로운 변화와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두 지도자의 협치로 대구는 그동안 추진해온 5+1 신산업 육성에 날개를 달았다. 대구시는 대구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이어 국가로봇테스트필드 등 국가 테스트베드 기간시설을 확충해 ‘테스트베드 도시’로 부상했다.국내외 지자체의 정책을 연구해온 김종식 디자인정책연구원장은 “대구·경북의 미래가 달린 문제에 지역 리더들이 그동안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먼저 계산하고 현안에 대해 눈을 감고 외면하면서 대구·경북이 발전동력을 상실했다”며 “유권자들도 어떤 지도자가 미래를 위해 용기 있는 결단을 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정치인들의 이해가 시·도민들의 이익 위에 있을 수 없다”며 “공동체 이익을 위해 여야가 함께 협력·협치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