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지사가 새바람행복버스를 타고 현장간담회를 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경상북도 제공
이철우 경북지사가 새바람행복버스를 타고 현장간담회를 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경상북도 제공
“지역의 거대 현안을 추진하다 보면 갈등과 아픔이 없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 일이라면 생니 뽑는 아픔도 각오해야 합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최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추진 과정에서 경북 군위군이 요구한 대구 편입이 추진되면서 경북 행정구역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는 지방 정치권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지사는 “갈수록 수도권에 뒤처지는 지방이 스스로 살길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가 먼저 나서 도와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지난 4월 26일부터 7월 26일까지 석 달간 5인 이상 집합금지를 해제했다. 인구 10만 명 이하인 12개 군지역부터 시작된 집합금지해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경북 전역으로 확대돼 코로나로 어려운 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틔웠다. 경북 경제계는 “재난지원금 수천억원을 쏟아부은 것보다 좋은 정책이었다”고 평가했다. 수도권과는 다른 상황을 알면서도 많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시 혹시나 돌아올 책임을 두려워해 지역에 맞는 과감한 정책을 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 지사는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방자치의 정신에 맞게 현장 중심으로 이뤄져야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울릉군에서 객실 52개, 관광버스 12대를 운영하는 한 상공인은 이 지사에게 전화를 해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확진자 한 명도 없는 울릉도와 서울이 왜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느냐’고 주장하는 이 지사의 방송을 보고 안전한 울릉도라는 이미지가 알려져 관광객이 줄을 이었다”고 고마워했다.

민생경제의 숨통을 틔운 경상북도의 집합금지 해제를 실현시킨 이 지사의 실험은 철저한 현장행정에서 나온 결과였다. 지난 3월부터 이 지사는 20차례에 걸쳐 20개 시·군 곳곳을 누비며 ‘새바람 행복버스’의 현장간담회를 진행했다. 공무원들과 함께 피폐한 생업의 현장을 목격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처절한 이야기와 건의를 받아들여 정책에 반영하고 경제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월부터 쉬지 않고 새바람행복버스 시·군 간담회를 하고 있다. 어떤 주제로 현장간담회를 진행했나.

“코로나로 학생들이 등교를 안 해 대학 주변의 식당가는 물론 버스 택시 시외버스 등 교통운수업, 여행업, 문화예술인 등 많은 도민이 어려운 시절을 견디고 있다. 이 분들의 상황을 피부로 느끼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3월 3일 영천의 소상공인을 시작으로 경산에서는 외식 휴게음식업, 경주는 여행 관광 숙박업, 구미는 중소 수출기업, 김천은 교통 운수업, 포항은 학원 체육 시설업, 울진은 수산업, 의성은 청년일자리 등 주제를 바꿔가며 현장간담회를 했다.”

▷경북의 취업자 수와 고용률은 나아지고 있나.

“지난해 11월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57.5%까지 하락했던 고용률은 7월 62.3%로 지난해 수준을 회복했다. 취업자 수도 올해 초 133만 명에서 143만 명으로 높아졌다.”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중소기업도 힘들다. 온라인판로 지원 사업을 크게 늘렸는데.

“지난해 지자체 최초로 40억원의 예산으로 쿠팡 등 온라인플랫폼에 경북 우수상품 기획전을 열었다. 지난해 199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242개이던 입점기업을 올해 3746개로 3배 이상 늘려 217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경북의 미래산업 육성도 중요하다. 소형원자력인 SMR과 그린수소 생산에 경북이 본격 나선다는데.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은 분야다. 2019년 일찌감치 SMR 연구개발(R&D)의 거점이 될 혁신원자력연구단지를 유치하고 지난 7월 21일 착공식을 했다. 국비 3224억원을 포함해 7064억원이 투자된다. 2025년 완공 예정으로 향후 원전시장의 미래를 선도할 SMR 핵심기술개발의 요람이 될 것이다. 현재는 7000억원이지만 앞으로 3조원 이상이 투자될 것이다. 경상북도는 경주 혁신원자력연구단지를 중심으로 한 SMR R&D산업, 울진을 중심으로 SMR 실증단지조성, 생산기반 구축 등 원전 소부장 기업을 육성해 SMR 수출전진기지(공급망)를 구축할 계획이다.”

▷수소경제에 대응할 그린수소 생산·실증 계획은.

“원자력에서 나오는 고온의 열과 전력을 활용한 물 전기분해 방식은 수소 생산 과정에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고 대량생산이 가능해 그린수소 생산의 최적모델로 알려져 있다. 현재 원자력연구원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미국 USNC사와 수소 생산에 최적화된 4세대 원자로인 초고온가스로(VHTR)를 공동 개발 중이다. 경상북도는 지난 6월 초고온가스로를 활용한 그린수소생산 기술개발을 위해 최근 산·학·연 플랫폼을 구축하고 포스코, 현대엔지니어링 등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협약을 했다. 원자력을 활용한 수소 생산 수출실증단지 조성을 위해 울진군과 사전 예비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며, 국비 반영을 건의할 예정이다. 수소 생산 수출모델과 수소 저장 운반 활용 등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수소 국가산업단지를 경북에 반드시 유치하겠다.”

▷과학산업분야 국가공모과제 유치 성과는.

“지난 2년간 총사업비 2조원 규모의 공모사업을 유치했다. 올해도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95억원), 휴폐업공장 리모델링 사업(80억원), 국방섬유소재산업 육성사업(76억원), 소상공인 특화 종합 물류대행서비스인 김천 스마트그린물류규제 자유특구(약 200억원) 등 20개 과제에 1500억원의 국비를 확보했다. 산업단지 대혁신, 세 개의 규제자유특구를 활용해 미래 경북의 혁신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