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틴 밸런스가 깨졌다"
육가공업체 인력난…임금 인상
코로나로 숙련공 부족까지 겹쳐
이상기후가 몰고 온 최악 작황
사료·건초값 급등에 웃돈 등장
고기는 누가 손질하나
27일 미국의 7월 가정식품지수(food at home index)를 보면 지수를 구성하는 6대 식품군 가운데 고기 가금류 등 단백질류가 전년 동기 대비 5.9%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전체 지수 상승률은 2.6%였다. 전반적인 물가 인상 추이를 감안하더라도 육류를 중심으로 한 단백질류 가격이 강세를 띤 모습이다.프로틴플레이션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캐나다에선 7월 식료품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육류는 3.1% 뛰었다. 영국에서도 프로틴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다. 영국에서 등심 스테이크용 소고기 가격은 ㎏당 17파운드를 넘어설 전망이다. 작년 1월 후 최고치다. 브라질과 호주의 1~7월 평균 소고기 가격도 작년 동기 대비 각각 6.5%, 5.7% 올랐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론 육가공 업체의 인력 공백이 꼽힌다. 특히 미국에선 경기 부양을 위해 ‘코로나 머니’를 풀면서 고용이 차츰 개선되고 있지만 저임금·고강도 직종은 상황이 다르다. 숙련 노동자가 필요한 육가공 업체들은 인력난을 호소하며 임금을 올리고 있다.
미 최대 육가공 업체 타이슨푸드도 월급 인상에 나섰다. 코로나 백신 접종자에게 인센티브로 200달러씩 주기도 했다. 지난 2분기 이 회사는 비용 상승분을 상쇄하기 위해 돼지고기(39.3%) 닭고기(15.6%) 소고기(11.6%) 도매가를 인상했다. 다음달 초엔 소매가도 올릴 예정이다.
이제 미국인들이 집에서 스테이크를 구우려면 등심 1파운드(약 453g)당 10.5달러(7월 기준)를 써야 한다. 지난 1~7월 등심 스테이크용 소고기의 평균 소매가는 파운드당 9.7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9% 상승했다. 베이컨용 돼지고기의 1~7월 평균 소매가는 6.2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가량 뛰었다.
영국과 호주에서도 육류 가격이 치솟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더해져 나라 전체가 노동자를 구하는 데 애를 먹으며 소고기 값이 3개월 연속 상승세다. 호주산 고기 가격 인상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줄어든 탓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류의 고기 사랑
육류 공급은 빠듯한데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경제가 재개되자 외식 수요는 빠르게 증가했다. 미국 축산업 시장조사업체 캐틀팩스의 케빈 굿 부회장은 “높은 가격에도 외식 수요는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수출 수요도 커졌다. 특히 중국의 소고기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8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돼지고기 생산량이 감소한 뒤 대체재인 소고기에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최대 소고기 수입국인 브라질에선 1~6월 중국으로 43만1000t을 수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다.
중국인들의 미국산 소고기 수요도 상당하다. 굿 부회장은 “미국산 소고기 수출이 높은 도매가격에도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며 “중국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기후변화도 한몫
극심한 가뭄도 프로틴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건초 대두(콩) 옥수수 등이 말라비틀어지면서 질 좋은 사료를 구입하는 비용이 높아졌다. 미국과 캐나다는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2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목장주들은 웃돈을 주고 건초를 구입하고 있다. 콜린 빅스 목장주는 캐나다의 글로벌뉴스에 “정상가보다 2~3배 높은 가격에 건초를 사야 했다”고 토로했다.지구온난화로 프로틴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아트 더글러스 미국 크레이턴대 교수는 “올가을 라니냐의 귀환이 예상된다”며 “내년 초까지 미국 서부와 평원의 가뭄이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프로틴플레이션
고기 가금류 생선 달걀 유제품 등 단백질류를 가리키는 ‘프로틴’과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신조어.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