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중국 최대, 세계 3위 리튬업체로 꼽히는 간펑리튬을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좀 보려고 합니다. 지난주에 소개해 드린 태양광이나 배터리가 속한 신에너지는 그나마 중국 정부의 규제 리스크가 덜한 종목과 업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장시성 선봉 리튬업체

간펑리튬의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세 배 넘게 올랐습니다.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리튬 가격이 뛴 게 가장 컸습니다. 선전거래소와 홍콩거래소에 2중으로 상장돼 있습니다. 종목 코드는 선전 002460, 홍콩 01772입니다.

정식 회사 이름인 장시간펑리예 주식회사입니다. 한국식으로 읽으면 강서감봉리업이고요. 장시는 이 회사의 본사가 있는 장시성입니다. 간펑의 앞글자인 간(赣)은 장시성을 한 글자로 나타내는 말이고요, 펑은 한국식으로는 선봉에 선다고 할 때 봉(鋒)입니다. 리(鋰)는 리튬이고 예는 산업할 때 업입니다. 장시성 선봉 리튬업체 이런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설립연도가 2000년이니까 역사가 그렇게 길지는 않습니다. 선전증시에는 2010년 상장했고 홍콩에는 2018년 입성했습니다.

주력 사업은 리튬 채굴과 제련입니다. 최근에는 리튬이온배터리, 2차전지를 직접 생산하기도 합니다. 매출에서 2차전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7%였는데 2019년에는 11%로 늘어났고 작년에는 23%까지 뛰었습니다. 원재료인 리튬보다는 가공품인 배터리가 아무래도 수익률이 높겠죠. 이익률도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매출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입니다. 대부분 중국 기업들이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것에 비하면 해외 매출이 많은 편이라고 하겠습니다.

PER은 100배 넘어

규제에도 끄떡없는 신에너지, 중국 1위 리튬업체 간펑 [강현우의 차이나스톡]
작년 매출은 55억위안, 약 9900억원이었습니다. 시가총액 2700억위안, 약 50조원 하는 회사 매출로는 좀 작아 보이긴 합니다. 2019년에 비하면 3.4% 커진 건데요, 코로나19 때문에 작년 전기차 산업 전체가 위축된 영향을 받았습니다. 순이익은 그래도 4억위안에서 10억위안으로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올 1분기 실적은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1분기에 매출 16억위안에 순이익 4억7000만위안을 거뒀으니까 이익률이 30%에 육박하고요. 작년 1분기에 비하면 매출은 50%, 커졌고 이익 부문에선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증권사 컨센서스를 보면 매출이 올해 90억위안, 내년 125억위안, 2023년에는 150억위안 정도로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익은 올해 26억위안, 내년 37억위안, 2023년 47억위안으로 예상되고요.

시가총액이 좀 크다고 말씀드렸는데, 중국 증시 주요 종목들의 주가수익비율, PER이 상당히 높은 편이고 간펑리튬도 그렇습니다. 예상 순이익을 기준으로 한 PER은 현재 127배 수준이고요, 컨센서스 기준으로 내년은 92배, 2023년은 75배 정도로 내려갑니다.

리튬 가격 상승에 주가도 쑥

간펑리튬의 PER이 이렇게 높은 건 주가가 각종 지표에 비해 너무 빨리 많이 올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2019년말 35위안 정도 하던 주가가 작년 말 100위안대까지 올랐고, 올들어 지난 7월 200위안도 돌파했습니다. 현재는 190위안대에서 거래되고 있고요.

주가가 오르는 직접적인 이유로는 원재료인 리튬 가격 상승이 꼽힙니다.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탄산리튬 가격은 작년 10월까지 t당 4만위안 아래였는데 불과 6개월 만인 지난 4월에 t당 9만위안까지 올랐습니다. 아직 2017년말 t당 16만위안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더 오를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규제에도 끄떡없는 신에너지, 중국 1위 리튬업체 간펑 [강현우의 차이나스톡]
지금 말씀드린 리튬 가격은 시장에서 1회성으로 사는 스팟 가격입니다. 장기 공급 계약을 한다거나 하면 가격은 이것보단 쌀 거고요. 참고로 전기차 한 대를 만드는 데 리튬이 2t정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전기차 산업 가치사슬을 보면 간펑리튬같은 원재료 업체가 있고, 그 다음 CATL이나 LG화학 등등 배터리업체가 있고, 또 그 다음에는 전기차를 소비자에게 파는 완성차업체들이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역사적으로는 완성차업체 중심이긴 했습니다. 대당 가격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어느 정도 브랜드 파워를 갖추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접근하기도 어렵고요. 기술적으로도 엔진이나 차체를 설계하거나 생산하기가 어려워서 신생 업체가 뛰어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부품업체들은 완성차업체가 원하는 스펙과 가격을 맞춰야 하는 게 일반적이고요.

그런데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는 지금 시점은 재료업체와 부품업체와 완성차업체들 사이에서 힘의 균형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직도 '갑'은 완성차업체이긴 합니다만 배터리업체들의 협상력도 일반적인 부품사들보다는 강해지고 있고요, 또 리튬업체가 배터리업체에게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도 세지는 상황입니다.

리튬 가격이 오르면 그 오른 가격을 배터리업체에게 일부 떠넘길 수 있고, 또 배터리업체는 완성차업체에게 같은 요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산업의 3대 축에 있는 업체들 실적이 어떻게 바뀔지도 흥미로운 사안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리튬 채굴

간펑리튬의 주력 제품은 리튬인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리튬을 가공 처리한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입니다. 이 중에 전기차 배터리에는 주로 수산화리튬이 들어갑니다. 수산화리튬은 원소기호는 리튬의 Li, 산소의 O, 수소의 H를 더해서 LiOH고요. 순수한 리튬은 금속이지만 그냥 공기 중에서 불이 붙을 정도로 반응성이 아주 강합니다. 수산화리튬은 소금처럼 하얀 결정이고요, 보통 쓰는 전기차 배터리에선 액체 상태로 들어갑니다. 리튬 이온이 배터리의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를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킵니다.

간펑리튬은 본사가 있는 장시성의 닝도에 리튬 광산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호주에 2곳, 아일랜드에 1곳 더 광산을 운영하고 있고요, 아르헨티나에 염호, 소금호수 2곳, 그리고 멕시코에 점토 채굴장 1곳도 갖고 있습니다.
규제에도 끄떡없는 신에너지, 중국 1위 리튬업체 간펑 [강현우의 차이나스톡]
리튬은 남미 칠레나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염전에서 소금을 말리는 것처럼 채취하는 게 효율이 가장 높고 매장량도 많습니다. 광산에서 채굴하는 건 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요즘 리튬 가격이 올라서 채산성을 맞출 수 있고요.

간펑리튬은 이렇게 전 세계에서 채취한 리튬을 가공하는 공장을 중국에서 총 4곳 운영하고 있고요, 아르헨티나 염호 옆에 공장을 새로 짓고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 중

간펑리튬은 2000년에 설립됐는데, 세계 1위인 미국 앨버말도 1994년 설립됐을 정도로 리튬산업 역사가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2위는 칠레의 SQM이고요. 지금은 전기차 배터리가 리튬의 주요 수요처이지만 처음에는 휴대폰 배터리에 많이 쓰였습니다. 그러니 산업 역사가 짧을 수 밖에 없고요.

간펑리튬의 역사를 보면 그동안 여러 부문을 착실하게 준비해 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4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상업용 리튬 생산에 들어갔고요, 2009년에 전기차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의 고순도 리튬도 중국에서 처음 생산했습니다. 2014년에 독자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고 2016년에서는 다 쓴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과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을 전해액에 녹이는 대신 고체 상태로 활용하는 건데, 액체 배터리에 비해 안전하고 이론적으로는 에너지 밀도도 높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서 상용화는 안됐습니다.

간펑리튬은 2017년 전고체 배터리 시험생산라인을 완공해서 상당히 앞서가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중국 3대 완성차업체인 둥펑자동차와 전고체 배터리를 함께 개발하는 협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규제에도 끄떡없는 신에너지, 중국 1위 리튬업체 간펑 [강현우의 차이나스톡]

LG화학 테슬라에 공급

주요 고객사를 좀 보겠습니다. 2018년에 LG화학하고 6년짜리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고 테슬라하고도 테슬라가 지정하는 업체에 리튬을 공급하는 3년짜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19년에는 폭스바겐과 10년 동안 협업하기로 계약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와 배터리 재활용 기술도 함께 개발하기로 했고요. 또 2019년 말에는 BMW와 계약했습니다. BMW가 지정한 배터리에 리튬을 공급하는 계약이고요. 삼성SDI가 BMW에 납품한다는 점에서 간펑리튬은 한국 대표 배터리 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2018년과 2019년에 계약이 집중된 건 당시 리튬 가격이 계속 내려가는 추세라서였던 걸로 보이는데요, 현재는 계속 올라가는 추세라 장기 계약이 간펑리튬에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BMW와 계약할 때 가격은 시장 가격 변화에 따라 조정하기로 한 것처럼 가격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 두고 있긴 합니다.

자체 배터리 생산 늘려

규제에도 끄떡없는 신에너지, 중국 1위 리튬업체 간펑 [강현우의 차이나스톡]
눈여겨볼 투자 포인트를 들자면 먼저 앞서 말씀드린 배터리 재활용과 전고체 배터리 같은 신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또 자체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과 리튬 광산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서 수요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는 부분도 주목할 만 합니다.

간펑리튬은 이달 초 연산 15GWh(기가와트시) 규모 신규 배터리 공장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장시성에 30억위안을 들여서 5GWh, 충칭에 54억위안을 투자해서 10GWh 등으로 총 84억위안, 약 1조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지금 현재 6GWh 공장을 갖고 있는데 완공되면 20GWh가 넘게 됩니다. 참고로 배터리 세계 1위인 CATL은 작년말 기준 연산 109GWh 시설을 갖고 있고 현재 500GWh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리튬 부문 생산량은 현재 탄산리튬이 연 4만t, 수산화리튬이 연 8만1000t인데요, 현재 5만t 규모 수산화리튬 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습니다.

광산 추가 확보

규제에도 끄떡없는 신에너지, 중국 1위 리튬업체 간펑 [강현우의 차이나스톡]
간펑리튬은 기존 광산 지분을 사들이거나 제휴하는 식으로 리튬 원광을 확보하는 길을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말리의 굴라미나 광산 지분 50%를 1억3000만달러, 약 15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굴라미나 광산 리튬 매장량은 약 1억850만t이라고 합니다. 중국 기업으로 아프리카 리튬 광산에 투자한 건 간펑이 처음입니다. 지난달에는 호주 코어리튬으로부터 4년 동안 리튬 원광을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맺었습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