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법치행정 근간 흔들어…제재사유 5건 중 4건 인정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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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손태승 회장 손 들어줘
법원 "규정 명확하지 않아
임직원 제재 법적근거 없어"
법원 "규정 명확하지 않아
임직원 제재 법적근거 없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파생결합펀드(DLF) 징계 취소 행정소송의 핵심 쟁점은 그가 행장 시절 우리은행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마련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우리은행이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재판부 판단은 ‘규정이 허술했고, 금감원이 무리하게 해석했다’로 요약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지배구조법과 시행령, 관련 고시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손 회장 제재 사유는 다섯 가지다. 재판부는 이 중 △판매 금융상품 선정절차 생략 기준 미비 △펀드 판매 후 내부통제 기준 미비 △적합성 보고서 작성 시스템 미비 △사모펀드 관련 내부통제 점검체계 마련 의무 위반 등 네 가지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금융사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했는지는 형식적·외형적인 면은 물론 통제 기능의 핵심사항이 포함됐는지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5개 중 4개는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의 해석과 적용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금융회사에 내부통제 규범을 마련하도록 강제하려면 규정을 구체적으로 정비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책임을 묻기 위해 내부통제 규범 마련 의무 부과 규정을 이용하는 것은 법치 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고, 경영진이 내부통제를 부실하게 했다고 판단해 두 은행에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손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향후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에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각각 제재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이 중 손 회장의 1심 결과가 먼저 나온 것이다.
다만 법원은 우리은행이 ‘금융상품 선정 절차’를 실질적으로 마련하지 않은 점은 징계 사유로 인정했다. 우리은행 측은 “9명의 위원으로 이뤄진 상품선정위원회를 운영했다”며 해당 처분 사유에 대해 부당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상품선정위의 의결 결과는 상품 출시 부서의 의도에 따라 왜곡됐다”고 판단했다. 국민은행이 선정위 투표 결과 DLF를 출시하지 않기로 한 반면 우리은행 상품선정위는 제 역할을 못했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이런 문제점을 자세히 드러낸 것은 금융회사에서 상품을 선정하고 판매하도록 결정하는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일부 직원의 불완전 판매가 아니라 조직적 부당행위가 개입돼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손 회장과 같은 DLF 관련 징계취소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함 부회장의 재판도 비슷한 결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른 CEO들도 소송 등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 사태로 박정림 KB증권 사장 및 윤경은 전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현 금융투자협회장),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 등에게 각각 ‘주의적 경고’(경징계)부터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직무정지’(중징계)를 내렸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옵티머스 사태로 ‘문책경고’를 받았고, 손 회장도 라임 사태로 지난 4월 문책경고를 받은 바 있다.
금감원의 징계안은 금융위원회가 의결해 결정된다. 금융위가 손 회장 판결 이후로 최종 징계를 미뤄온 만큼 이번 판결 이후 CEO들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가 한층 낮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이번 법원의 판단으로 우리금융 안팎에선 손 회장의 리더십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손 회장이 ‘리더십 리스크’를 일부 제거한 만큼 ‘친정체제’를 한층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금융계 안팎에서 나온다.
오현아/김대훈/정소람 기자 5hyun@hankyung.com
“내부통제 마련 의무 위반 아냐”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24조에는 ‘금융회사는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현행법은 내부통제 규범을 마련하라고 돼 있지, 이를 준수할 의무까지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규범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금감원의 손 회장 제재 사유는 다섯 가지다. 재판부는 이 중 △판매 금융상품 선정절차 생략 기준 미비 △펀드 판매 후 내부통제 기준 미비 △적합성 보고서 작성 시스템 미비 △사모펀드 관련 내부통제 점검체계 마련 의무 위반 등 네 가지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금융사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했는지는 형식적·외형적인 면은 물론 통제 기능의 핵심사항이 포함됐는지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5개 중 4개는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의 해석과 적용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금융회사에 내부통제 규범을 마련하도록 강제하려면 규정을 구체적으로 정비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책임을 묻기 위해 내부통제 규범 마련 의무 부과 규정을 이용하는 것은 법치 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우리銀 상품 선정은 문제 있었다”
해외금리연계 DLF는 장단기 스와프금리 또는 국고채 등 기초자산 가격 변동률에 따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만기까지 기초자산의 금리가 손실 기준 이상을 유지하면 수익을 얻지만, 기준 아래로 내려가면 원금 전액을 손실볼 수도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2019년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F를 총 7950억원어치 팔았다. 은행 측 예상과 달리 그해 말 글로벌 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3000여 명의 소비자가 수천억원 손실을 입은 사태가 빚어졌다.금감원은 은행들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고, 경영진이 내부통제를 부실하게 했다고 판단해 두 은행에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손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향후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에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각각 제재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이 중 손 회장의 1심 결과가 먼저 나온 것이다.
다만 법원은 우리은행이 ‘금융상품 선정 절차’를 실질적으로 마련하지 않은 점은 징계 사유로 인정했다. 우리은행 측은 “9명의 위원으로 이뤄진 상품선정위원회를 운영했다”며 해당 처분 사유에 대해 부당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상품선정위의 의결 결과는 상품 출시 부서의 의도에 따라 왜곡됐다”고 판단했다. 국민은행이 선정위 투표 결과 DLF를 출시하지 않기로 한 반면 우리은행 상품선정위는 제 역할을 못했다고 명시했다.
재판부는 “이런 문제점을 자세히 드러낸 것은 금융회사에서 상품을 선정하고 판매하도록 결정하는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일부 직원의 불완전 판매가 아니라 조직적 부당행위가 개입돼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CEO 징계 수위 낮아질까
손 회장의 승소가 금융권 전반에 미칠 파급은 작지 않다. 금감원의 다른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제재 근거도 손 회장 사례와 마찬가지로 내부통제를 쟁점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법원 판단으로 금감원 징계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당장 손 회장과 같은 DLF 관련 징계취소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함 부회장의 재판도 비슷한 결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른 CEO들도 소송 등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 사태로 박정림 KB증권 사장 및 윤경은 전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현 금융투자협회장),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 등에게 각각 ‘주의적 경고’(경징계)부터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직무정지’(중징계)를 내렸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옵티머스 사태로 ‘문책경고’를 받았고, 손 회장도 라임 사태로 지난 4월 문책경고를 받은 바 있다.
금감원의 징계안은 금융위원회가 의결해 결정된다. 금융위가 손 회장 판결 이후로 최종 징계를 미뤄온 만큼 이번 판결 이후 CEO들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가 한층 낮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이번 법원의 판단으로 우리금융 안팎에선 손 회장의 리더십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손 회장이 ‘리더십 리스크’를 일부 제거한 만큼 ‘친정체제’를 한층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금융계 안팎에서 나온다.
오현아/김대훈/정소람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