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적 판단’을 입에 달고 사시는 간부들이 이번에 뭘 하셨는지, 안타깝다.”(금융위원회 직원)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7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취임 후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를 예고한 가운데 금융위 내부 게시판에선 최근 대출 대란을 놓고 이례적인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 같은 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규제를 좀 더 정교하게 했어야 한다는 지적과 ‘농협의 헛발질’이 낳은 불가피한 사태였다는 반론이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금융위 내부에서조차 이처럼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것은 그만큼 현행 대출 규제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해 당국의 고민이 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날 금융위 소속 한 공무원은 내부 익명게시판에 ‘솔직한 한마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친구들에게 ‘전세대출은 어떻게 되느냐’고 전화를 몇 통이나 받았다”며 “농협이 자체적으로 (가계대출 목표 이상의 대출을) 한 것이든, 알고도 안 막은 것이든 정무적 판단이 참 아쉽다”고 적었다.

이 글에는 곧이어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상당수 동료 직원들은 이 글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직원은 “이번 (대출 대란) 사태 한 번으로 가계대출 관리 정책에 커다란 (국민적) 불신이 생겼다”며 “실수요자들도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도 “밖에서 보면 이번 정부 들어 가계대출 정책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우물안 개구리처럼 우리는 맞고 잘못이 아무것도 없다고 보는 것은 국가 발전에도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15억원 이상 대출을 무조건 막는 정책도 이상하다. 이상한 것은 이상하다고 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솥밥을 먹는 동료들을 믿고 해당 부서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한 직원은 댓글에서 “해당 업무 담당자들이 불철주야 고민해서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함부로 말하는 건 곤란하다”고 했다. “농협에서 (대출이 특별히) 많이 늘어서 그런 것이고, 다른 은행은 잘 관리하고 있어 괜찮다”는 해명성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를 놓고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만큼 정책 하나하나를 놓고 당국자들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