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미국 앱 개발자들과의 분쟁에서 ‘인앱(in-app)결제 강제’ 방침을 포기한 것은 세계적 비판 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앱마켓 내 유료 결제 때 자사 시스템만 이용하도록 한 이 방식은 미국 정부 내에서도 ‘독점’이란 비판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은 안방인 미국에서 에픽게임즈 등 앱 개발사로부터 반(反)독점법 위반으로 고소당해 여러 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지난 4월 앱마켓 경쟁 방해 혐의로 애플을 기소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해 ‘애플 이외의 결제 방식 사용’을 허용해준 것이다. 합의안은 세계 각국에 모두 적용되는 만큼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앱 개발사들의 수익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한국의 앱 개발사들은 인앱결제에 따른 수수료로 4430억원을 애플에 떼였다. 국내 앱 개발사들은 앞으로 수수료가 애플(매출의 30%)보다 저렴한 다른 금융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자체 개발 결제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구글도 이번 합의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구글은 그간 앱마켓 규정에서 애플을 따라가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인앱결제 강제 방침도 애플이 처음 시작한 것을 구글이 뒤따른 것이다. 애플이 소규모 사업자에 대한 수수료를 인하하자 똑같이 시행했다. 세계적인 인앱결제 강제 반대 움직임에 대한 대항도 애플과 함께해 왔다.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국회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둔 한국 상황도 구글의 글로벌 정책엔 또 다른 압박 변수다. 국내 앱 개발사들은 지난해 구글에 인앱결제 수수료로 1조529억원을 지급했다.

다만 완전한 외부결제 허용은 아니어서 시장에 미칠 영향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앱 개발사는 별도로 “우리가 마련한 결제 방식도 있다”고 고객에게 알릴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외부결제 수단을 이용하려면 앱 밖의 별도 웹사이트 등에 들어가야 한다. 이런 불편함을 겪기 싫어 애플 결제 수단을 이용하면 앱 개발사는 지금과 똑같이 30% 수수료를 내야 한다.

배성수/서민준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