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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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 사퇴로 공석이 되버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 한 자리를 누가 채울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원은 '7인의 현인'으로 통하며 정부 차관급 예우를 받는다. 3억3420만원(2020년 기준)의 연봉에 업무추진비, 차량지원비 등까지 합하면 연간 5억원에 육박한다. 비서·보좌관을 거느리고 사무실·차량도 제공받는다. 권력과 명예, 부를 동시에 누리는 만큼 학계는 물론 정·관계 인사들이 모두 눈독을 들이는 자리다.

하지만 이번 후임 금통위원은 고 후보자의 남은 임기(2023년 4월20일)만큼만 채우게 된다. 길어야 1년 8개월에 그치는 상대적으로 짧은 임기를 고려하면 예상보다 관심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관료 출신 유력?

30일 한은에 따르면 후임 금통위원은 이주열 한은 총재가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총재는 관례에 따라 2배수(2명) 인사를 추천하고, 청와대가 인선작업을 거쳐 최종 한명을 선정하게 된다.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금통위에 금통위원 인사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시장의 관심도 높다. 이 총재는 지난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인선에 대해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관료 출신인 고승범 후보자의 공백인 만큼 관료 출신 인사가 이 자리를 메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우선 물망에 오른다.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금융위 부위원장을 거친 그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당·정·청 요직인사들이 즐비한 광주 대동고 출신이다. 기재부 차관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기재부 1차관과 금융위 부위원장 등 차관 자리를 거친 그의 경력을 고려할 때 차관급인 금통위원에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 차관이 그동안 접하지 않은 통화정책에 대한 관심이 상당할 수 있다"며 "그가 주요 보직에 수시로 하마평이 도는 만큼 짧은 임기의 금통위원 자리도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신관호·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물망에 오른다. 이들은 통화정책 이해도가 상당히 깊은 경제학자들로 꼽힌다. 김진일 교수의 경우 지난 1996~1998년, 2003~2011년에 미국 중앙은행(Fed) 워싱턴 본부의 조사통계국에서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한 미국 통화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자주 금통위원 후보로 오르내리던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윤석열 대선 예비 후보 국민캠프에서 몸담고 있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다. 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도 물망에 오른다.

학현학파도 관심

변형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의 제자들이 주축인 학현학파 인사 가운데는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낸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부 교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거친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미 학현학파인 주상영 금통위원이 현직으로 몸담고 있다. 금통위원의 다양성을 고려해 이들을 선임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한은에서 조사국장을 지낸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대한 이야기도 돈다. 하지만 금통위 의장과 위원인 이주열 총재와 이승헌 부총재, 서영경 금통위원이 모두 한은 출신이라는 점이 변수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장민 선임연구위원을 임명할 경우 금통위 과반수인 4명이 한은 출신으로 구성될 수 있다"며 "통화정책 다양성을 고려할 때 장민 선임연구위원의 선임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방경협위원장 자리를 내려 놓은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도 후보군으로 회자된다. 하지만 JP모간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임지원 금통위원을 고려할 때 외국계 투자은행(IB) 출신 인사를 추가로 금통위원으로 선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후임 금통위원 선정과정에서 정책성향 쏠림을 고려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금통위원 6명은 매파(통화긴축 선호) 5명, '비둘기파(통화완화선호)' 1명으로 분류된다. 주상영 위원은 이달 26일 금통위의 기준금리인상 결정 때 유일하게 '동결' 소수의견을 제시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평가받고 있다. 통화정책의 다양성 측면을 보강하기 위해 비둘기파 성향의 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