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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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배터리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이 18억달러(약 2조1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배터리 리콜 손실에도 불구하고 LG에 신뢰를 표했다.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채택하는 GM으로선 원활한 공급을 위해 LG와의 협력 관계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리 바라(Mary Barra) G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쉐보레 볼트 전기차(EV) 리콜 사태와 관련해 "가치 있는 파트너인 LG와의 합작회사를 통해 우리와 그들의 전문기술을 결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는 우리의 '얼티엄 플랫폼'에 대한 많은 신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메리 바라 제네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 REUTERS.
메리 바라 제네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 REUTERS.
바라 CEO가 언급한 얼티엄 플랫폼은 지난해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만든 배터리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가리킨다.

바라 CEO는 인터뷰에서 "결함은 볼트 차종에만 제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LG와 함께 개발해 올해 말 출시 예정인 허머 픽업트럭이나 캐딜락 리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얼티엄 배터리 플랫폼의 전기차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향후 LG와의 협력관계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했다. GM과 LG는 현재 얼티엄셀즈를 통해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2개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각 공장별 2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투자다.

당초 업계에선 쉐보레 볼트 EV 배터리 리콜 사태로 GM과 LG의 협력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봤다. 워낙 손실 규모가 커서다. GM은 화재 우려를 이유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장착된 2017∼2019년 생산분 볼트 전기차 6만9000대를 이미 한 차례 리콜했는데, 지난 20일 같은 차종 7만3000대(2019∼2022년형)를 또 리콜했다.

블룸버그는 미 국토교통부 및 업계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볼트 전기차의 리콜 비용이 총 18억달러(약 2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GM은 각형 배터리를 채택하는 폭스바겐, 원통형을 탑재하는 테슬라와 달리 '파우치형 배터리'를 EV 주력 배터리로 쓴다. 파우치형 분야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1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파우치형 배터리의 가장 큰 특징은 전지를 둘러싸고 있는 외관이 얇다는 점이다. 늘어나는 성질(연성)이 있는 파우치로 전지를 둘러싸기 때문에 얇으면서도 넓은 배터리 제조가 가능하다. 자유자재로 모양을 만들 수 있고 고에너지 밀도의 장점도 갖췄다. 각형이나 원통형 배터리에 비해 제조 공정이 비교적 간단해 대량생산에도 용이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세계 1위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그룹이 연초 각형과 파우치형 병행 전략에서 공급이 더 원활하고 단가가 저렴한 각형 배터리로만 EV를 생산하기로 선언하면서, GM은 배터리의 원활한 확보를 위해 향후 파우치형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 파우치형에선 선택지가 많지 않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양산 기술 자체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신규 배터리 업체들 시장 진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GM 역시 파우치형 외에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 탑재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라 CEO는 "선도적 자리매김을 확실히 하기 위해 배터리 기술에 대한 다양한 경로(길)를 갖고 있다. 얼티엄 플랫폼에 고안된 유연성은 많은 다양한 화학물질이 도입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바라 CEO가 다양한 배터리 옵션(선택)을 거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배터리 화재 발생이 대부분 파우치 타입이었고, 다수 고객사 전략이 각형으로 빠르게 이동 중인 최근 추세를 감안했을 때 파우치에만 집중하는 LG의 전략이 과연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