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지난 1주일 동안 신용대출 증가폭이 6배로 뛰는 등 우려했던 가(假)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요구를 수용해 일반 신용대출은 연봉 이내,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은 5000만원 이내로 한도를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5대 시중은행의 26일 현재 신용대출 잔액은 143조1804억원으로 1주일 만에 2조8820억원 급증했다. 증가폭이 직전 1주일(13∼19일·4679억원) 대비 약 6.2배 뛰었다.

특히 한도를 미리 설정해 놓고 자유자재로 빌렸다가 갚는 방식인 마이너스통장도 1주일 새 2조6921억원(48조9828억원→51조6749억원) 늘면서 증가액이 전주(3453억원)의 7.8배에 달했다.

5대 은행에서 지난 한주간 새롭게 개설된 마이너스통장도 총 1만5366개로 전주(9520개)보다 61% 늘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한도가 연봉 이내로 축소된다는 소식에 은행 창구마다 미리 대출을 받아두겠다는 고객이 크게 늘고 있다”며 “전문직 등 고연봉자까지 대거 몰리면서 은행마다 총량 관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다음달부터 은행에서 연봉 이상의 신용대출을 받거나 5000만원이 넘는 마이너스통장을 뚫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5대 은행은 물론 외국계인 씨티·SC제일은행,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은 27일 금융감독원에 신용대출 상품 대부분의 최대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앞서 금감원은 13일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의 회의에서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의 개인 한도를 연소득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실행 시점은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다음달 중순 이전엔 대부분 규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대출을 중단한 농협은행은 이미 지난 24일부터 신규 신용대출 최고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 이하, 연소득의 100%’로 축소했으며 하나은행도 27일부터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다. 나머지 은행 대부분은 당국에 제출한 계획서에서 내달 중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이미 개인당 한도를 5000만원으로 낮춘 우리·신한·하나은행에 이어 국민은행도 내달부터 대열에 합류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실수요보다 공모주 청약 등 투자 목적에 많이 활용되는 만큼 꼭 필요한 자금 외에 레버리지를 줄이자는 정부 정책에 협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호기/김대훈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