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집중분석] 필름은 죽었어도 필름만든 기술은 영원…사상최고가 후지필름의 부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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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사상최고치 경신…시총 日32위
필름 대세 2000년대 초반보다 주가·실적 좋아
필름만들던 기술로 바이오·반도체 소재사업 진출
올해 실적도 사상최대 경신 전망
필름 대세 2000년대 초반보다 주가·실적 좋아
필름만들던 기술로 바이오·반도체 소재사업 진출
올해 실적도 사상최대 경신 전망
2012년 코닥의 파산은 필름 카메라의 종말을 알렸다. 시장에선 업계 2위였던 후지필름의 파산도 시간문제라고들 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흘렀다. 예상은 틀렸다. 후지필름은 파산이 아니라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가도 사상최고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호랑이가 죽으면 가죽을 남기듯, 필름은 사라졌으나 필름을 만들던 기술만은 남았다. 부활한 후지필름의 비결은 무엇일까.
본업을 버린 게 약이 됐다. 후지필름은 2006년 헬스케어·화장품시장에 뛰어드는 등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3월 말 기준 후지필름의 매출에서 헬스케어·머티리얼즈(반도체 소재 등)가 차지하는 비중은 48.01%에 이른다. 카메라 관련 사업(이미징 부문)의 매출비중은 13.01%에 불과하다. 2000년만 해도 60% 이상의 매출이 카메라 관련 사업에서 나왔다. 말그대로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이후 같은 발상으로 바이오사업에도 진출했다. 가장 쉬운 건 진단용 의료기기 사업이었다. 엑스레이 필름과 초소형 내시경 등은 기존 카메라와 필름 기술을 활용하면 금새 따라잡을 수 있었다. 여기에 신약개발 부문까지 발을 들여놓았다. 일례로 필름을 만들면서 얻은 콜라겐 가공 기술을 활용하면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 배양이 가능하다. 후지필름은 여러 바이오 회사를 인수합병(M&A)하고 자사의 기술을 적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
2006년 주식 66% 인수를 시작으로 2018년에 완전자회사로 만든 도야마화학은 항인플루엔자 바이러스제 ‘아비간’ 개발사로 유명하다. 이제는 CDMO(위탁개발생산)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6월 후지필름은 CDMO 사업에 900억엔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900억엔을 포함 2011년 이후 총 6000억엔 가량을 CDMO 사업에 쏟아부은 후지필름은 현재 전세계 CDMO 시장에서 10%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엔 반도체 소재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후지필름은 현재 포토레지스트 분야에서 세계 점유율 5위를 기록 중이다. 포토레지스트란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데 꼭 필요한 기술인데 이 역시 사진 인화 기술과 비슷하다. 포토레지스트가 빛이 닿은 부분 또는 닿지 않은 부분만 남기기에 특정 패턴을 만들 수 있는데, 사진을 인화하는 과정 역시 이런 감광 현상을 활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매끄럽게 해주는 연마제인 CMP슬러리도 마찬가지다. 사진재료를 연구하던 기술을 활용, 현재 세계점유율 2위(전체 20%)를 기록 중이다. 8월 말 후지필름은 반도체재료사업에 2024년까지 700억엔을 투자, 관련 매출을 향후 30% 추가로 늘릴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이 전망된다. 후지필름은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4%, 2% 증가한 2조5000억엔, 2000억엔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4~6월 호실적을 발표하며 실적 예상치를 종전(영업이익 1800억엔) 대비 끌어올렸다. 후지필름 측은 “CDMO에 더해 반도체 관련 소재, 디스플레이 재료 등의 매출증가가 실적개선에 기여했다”며 “반도체 공급 부족, 물류비 증가, 알루미늄 등 원재료값 증가, 코로나19의 확산 등의 리스크도 있지만 이를 감안해 최소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실적 예상치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일본 증권가에선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카자키 유우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호실적을 감안하며 끌어올린 실적 예상치 마저 보수적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분석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필카 대세이던 20년 전 주가 추월
3일 후지필름홀딩스(종목번호 4901)는 9331엔에 장을 마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올 들어서만 71.6% 오르며 니케이225지수 상승률(6.14%)을 크게 웃돌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저점부터 따지면 124.7% 상승하며 우상향을 지속 중이다. 필름회사인데 필름산업이 정점이던 때보다 주가가 높다. 필름카메라가 대세였던 2000년대 초반 후지필름의 주가는 6000엔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코닥이 파산하던 2012년 이후 주가가 우상향하더니 1만엔은 바라보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현재 후지필름의 시가총액은 4조8020억엔으로, 일본시장 32위를 차지하고 있다.본업을 버린 게 약이 됐다. 후지필름은 2006년 헬스케어·화장품시장에 뛰어드는 등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3월 말 기준 후지필름의 매출에서 헬스케어·머티리얼즈(반도체 소재 등)가 차지하는 비중은 48.01%에 이른다. 카메라 관련 사업(이미징 부문)의 매출비중은 13.01%에 불과하다. 2000년만 해도 60% 이상의 매출이 카메라 관련 사업에서 나왔다. 말그대로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필름기술 활용해 바이오·반도체 소재서 두각
본업을 버릴 수 있었던 건 역설적으로 본업이 탄탄했기 때문이었다. 후지필름은 필름 사업은 대폭 축소했지만 필름을 만들던 기술만큼은 살려 다른 분야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2006년 시작한 화장품 사업이 대표적이다. 후지필름은 필름과 피부의 주성분이 콜라겐으로 같다는 점에 착안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진이 노랗게 바래는 것을 막는 기술을 활용하면 피부의 주름 등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이후 같은 발상으로 바이오사업에도 진출했다. 가장 쉬운 건 진단용 의료기기 사업이었다. 엑스레이 필름과 초소형 내시경 등은 기존 카메라와 필름 기술을 활용하면 금새 따라잡을 수 있었다. 여기에 신약개발 부문까지 발을 들여놓았다. 일례로 필름을 만들면서 얻은 콜라겐 가공 기술을 활용하면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 배양이 가능하다. 후지필름은 여러 바이오 회사를 인수합병(M&A)하고 자사의 기술을 적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
2006년 주식 66% 인수를 시작으로 2018년에 완전자회사로 만든 도야마화학은 항인플루엔자 바이러스제 ‘아비간’ 개발사로 유명하다. 이제는 CDMO(위탁개발생산)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6월 후지필름은 CDMO 사업에 900억엔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900억엔을 포함 2011년 이후 총 6000억엔 가량을 CDMO 사업에 쏟아부은 후지필름은 현재 전세계 CDMO 시장에서 10%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엔 반도체 소재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후지필름은 현재 포토레지스트 분야에서 세계 점유율 5위를 기록 중이다. 포토레지스트란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데 꼭 필요한 기술인데 이 역시 사진 인화 기술과 비슷하다. 포토레지스트가 빛이 닿은 부분 또는 닿지 않은 부분만 남기기에 특정 패턴을 만들 수 있는데, 사진을 인화하는 과정 역시 이런 감광 현상을 활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매끄럽게 해주는 연마제인 CMP슬러리도 마찬가지다. 사진재료를 연구하던 기술을 활용, 현재 세계점유율 2위(전체 20%)를 기록 중이다. 8월 말 후지필름은 반도체재료사업에 2024년까지 700억엔을 투자, 관련 매출을 향후 30% 추가로 늘릴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 예상
후지필름의 실적은 탄탄대로다. 기업의 무게추를 신사업으로 옮겨갈 때마다 실적은 개선됐다. 2000년(2000년 3월~2001년 2월·이하 3월말 회계기준) 후지필름의 매출은 1조4404억엔, 영업이익은 1497억엔이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20년 매출은 2조1925억엔, 영업이익은 1964억엔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순이익(주주귀속 기준)은 1812억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이 전망된다. 후지필름은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4%, 2% 증가한 2조5000억엔, 2000억엔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4~6월 호실적을 발표하며 실적 예상치를 종전(영업이익 1800억엔) 대비 끌어올렸다. 후지필름 측은 “CDMO에 더해 반도체 관련 소재, 디스플레이 재료 등의 매출증가가 실적개선에 기여했다”며 “반도체 공급 부족, 물류비 증가, 알루미늄 등 원재료값 증가, 코로나19의 확산 등의 리스크도 있지만 이를 감안해 최소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실적 예상치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일본 증권가에선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카자키 유우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호실적을 감안하며 끌어올린 실적 예상치 마저 보수적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분석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