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메타버스 테마를 선점하려는 자산운용사들의 ‘물밑 작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이 막 열리는 단계인 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데다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유독 뜨겁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엔 관련 테마에 집중 투자하는 ETF가 나오지 않았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메타버스 관련 국내외 ETF 상장을 잇따라 준비하는 배경이다.

다음달 국내 메타버스 ETF 출격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미래에셋·KB·NH아문디자산운용 네 곳은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메타버스 ETF를 이르면 다음달 출시한다. 미래·KB·NH는 패시브 ETF를, 삼성은 액티브 ETF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는 에프앤가이드메타버스테마지수, KB는 iSelect메타버스지수, NH는 에프앤가이드 K-메타버스 MZ지수를 추종하는데, 구성 종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네이버 엔씨소프트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 LG이노텍 등이 공통으로 들어간다. 큰 테마로 보면 플랫폼, 게임, 엔터, 정보기술(IT) 업종을 골고루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은 액티브 메타버스 ETF를 준비하고 있다. 최창규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메타버스산업이 정형화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지수를 추종한다고 해도 지수 구성 종목이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며 “액티브 ETF로 다른 패시브 ETF와 차별화하고, 비교지수 이상의 수익률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국내 메타버스 ETF 4종을 동시에 심사하고 있다. 다음달 초 상장 심사를 마무리하고 운용사들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이르면 9월 말 상품이 출시될 전망이다.

삼성은 국내·미래는 해외 ‘액티브’

발 빠른 서학개미들은 국내 주식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식에 투자하는 메타버스 ETF 출시 일정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상장된 메타버스 ETF는 지난 6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라운드힐 볼 메타 ETF(META ETF)’가 유일하다. MSCI 등 우리에게 친숙한 대형 사업자가 설정한 지수를 추종하지 않는다. 투자전략가 매슈 볼이 만든 볼메타버스지수를 추종한다. 이 지수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로블록스, 텐센트, 유니티소프트웨어 등을 담고 있다.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삼성전자도 지수 구성 종목 중 하나다.

최근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앞다퉈 볼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메타버스 ETF를 국내에 상장시키기 위해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여러 곳이 볼메타버스지수의 배타적 사용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지수 사용료도 치솟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테마형 ETF 강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볼메타버스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 상품을 내놓기보다 액티브 ETF 상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연내 출시가 목표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장은 “메타버스 테마와 산업이 시작 단계인 만큼 특정 지수로 묶어두면 생태계가 확장됐을 때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