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이름 모를 강아지와의 산행
주말이면 으레 산행길에 오른다. 얼마 전 수락산을 오르는 초입에서였다. 삽사리가 함께 가는 주인을 돌아보고 잘 따라오는지, 빨리 오라는 듯 기다리다 가기를 반복했다. 주인과 삽사리가 우리를 지날 때 일행이 삽사리에게 인사를 건넨 것이 전부인데 삽사리는 뒤에 오는 우리까지 챙기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삽사리를 보니 오래전 겨울 포천 청계산 산행에 종일 함께했던 강아지가 떠올랐다.

청계산 들머리에서 산행을 시작해 마을을 지날 즈음 이집 저집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골목 어디선가 작은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일행 중 한 명이 강아지를 쓰담쓰담해 주고는 본격 산행을 시작했다. 얼마만큼 갔을까. 문득 뒤돌아보니 녀석이 계속 따라오는 게 아닌가. 산길을 안내할 것도 아니고 제 길 가다 돌아가거나 제 목적지가 이 길 어디쯤이겠거니 했으나, 꽤 많이 올라온 상태라 은근히 걱정되기도 했다. 강아지를 돌려보내려고 쫓아 보았으나 아랑곳없이 따라오기에 어쩔 수 없이 산길을 동행하게 됐다.

한겨울 눈 내린 청계산행은 8시간 이상 걸렸다. 다른 등산객도 있었고, 중간중간 하산하는 우회길도 있었지만 강아지는 우리 일행을 벗어나지 않았다. 우리가 강아지에게 찜(?) 당한 것이었을까? 종일 긴 시간 함께 산행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이 강아지는 어떻게 우릴 믿고 어쩌자고 따라온 것일까. 강아지가 좋아할 만한 먹을거리를 준비한 상황이 아니었기에 제대로 맛있는 것을 건넬 수도 없었다. 오로지 함께 오르는 것이 전부였다. 함께 쉬고 함께 물 마실 따름이었다. 정상을 넘어 볕 좋은 자리에서 점심을 먹을 때도 딱히 줄 것이 없어 가져온 점심을 나눠 먹었다. 점심을 먹고는 곤했는지 옆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하던 녀석! 하산 길 가파른 바위를 내려설 때는 안절부절 낑낑대며 도와달라고 하고, 안아서 내려주기를 반복하며 긴 산행을 마쳤다.

다시 마을에 도착해 마무리할 때까지 함께 있던 녀석은 심지어 우리 일행이 출발하기 위해 차에 오르는데 함께 차를 타려고 아우성이었다. 참 난감한 일이었다. 혹 다른 마을 강아지였을까? 아니면 주인이 없거나 버려진 강아지였을까? 떨어지기 싫어하는 어린아이 달래듯 어렵사리 강아지를 떼어 놓고 출발해 돌아보니 차를 따라 뛰어오고 있었다. 참 특별한 인연이었는데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 아이 제집 찾아 잘 들어갔겠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한여름 휴가철이 이제 다 지났다. 피서지에서 버려지는 강아지가 많다고 한다. 특히 섬에는 떠도는 유기견들이 늘어난단다. 더위 달래며 쉬다가 반려견을 버리는 건 어떤 마음일까. 짐작하기 어렵고 안타깝기만 하다. 올 휴가철에는 그런 소식이 전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다시 한번 읊조리게 된다. 청계산의 그 아이는 과연 제집을 잘 찾아 들어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