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경기 의왕·군포·안산지구와 화성 진안지구 등에 신도시급 신규 택지를 조성하는 등 14만 가구 공급 계획을 내놨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도권 남부에 택지지구가 몰려 있는 데다 입주자 모집 때까지 긴 시간이 걸려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당장 공급 효과를 체감하거나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심리적인 안정 신호를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신규 택지 가운데 의왕·군포·안산지구(586만㎡·4만1000가구)와 화성 진안지구(452만㎡·2만9000가구)는 신도시 규모로 조성된다.

입지상 서울과 너무 멀다는 게 가장 큰 한계로 꼽힌다. 이번에 공개한 택지는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부천 대장, 고양 창릉 등 3기 신도시보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등으로 투기 의혹이 없는 지역을 찾다 보니 외곽으로 밀려난 것 같다”며 “나름 고육지책을 낸 것이겠지만 거리적으로 너무 멀어 서울 수요를 흡수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아무리 광역교통망과 연계하더라도 외곽 지역 공급을 늘려 서울 강남 등 핵심지역 집값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입주까지 걸리는 기간이 너무 길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024년 지구계획 등을 거쳐 2026년부터 입주자를 모집할 예정이라 공급효과를 당장 체감하기는 어렵다”며 “해당 지역 주택 청약을 위해 지역 우선순위 및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몰린다면 전·월세 등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지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했다.

주택뿐 아니라 교통, 일자리 등 인프라가 동시에 공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합수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2기 신도시 중 위례는 입주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위례신사선과 트램 등이 아직 착공도 하지 못한 상태”라며 “입주 시기에 맞춰 철도, 도로 등 기반시설을 동시에 개통해야만 실질적인 공급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신도시를 공급할 때 일자리 등 자족 기능을 갖추지 않으면 ‘베드타운’이 돼 장기적 측면에서 도시 기능과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외곽에 대규모 신규 택지를 쏟아내면서 장기적으로 미분양이 우려된다는 관측도 나왔다. 심 교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바로 연결되지 않는 등 교통망이 미비한 지역은 미분양 사태가 나거나 부동산 조정기가 오면 집값이 폭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