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군 시한을 하루 앞둔 30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로켓포가 여러 발 발사됐으며, 미국 방어시스템이 이를 요격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26일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인 ‘IS-K’가 카불공항에 테러를 일으킨 뒤 바로 다음날 보복 공격을 하고, 전날 추가 자폭 테러 의심 차량을 공습한 데 이어 세 번째 미국의 대응이다.

로이터는 이날 미국 당국 관계자를 인용, 카불공항을 겨냥해 발사된 로켓포 다섯 발을 미군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차단했다고 전했다. IS는 텔레그램을 통해 이날 카불 공항을 겨냥해 여섯 발의 로켓을 발사했다며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다. 아직까지 이번 로켓포 발사로 인한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미군은 전날 카불에서 추가 자폭 테러 위험이 있는 차량을 공습했다. 빌 어번 미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군은 카불에서 드론으로 차량을 공습해 IS-K의 위협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그는 “성공적으로 목표물을 명중했다는 걸 확신한다”며 “중대한 2차 폭발이 일어나 차량에 상당량의 폭발물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CNN은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어린이 6명이 포함된 일가족 9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아프간 당국자를 인용, 이번 공습으로 어린이 3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 등 100개국을 규합해 아프간 현지 주민과 해외 국민의 대피 보장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미국의 유럽 동맹국은 물론 NATO도 참여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빠졌다.

미국은 또 31일 아프간에서 미군이 완전히 철수한 뒤에도 자국민과 협력자들의 대피를 후방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한 뒤에 아프간을 떠나려고 하는 이들의 여행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모든 도구와 수단이 확실히 가동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카불에서 탈출한 아프간 군인들로 구성된 ‘외인부대’를 창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이날 보도했다. 아프간에서 영국으로 건너간 수백 명의 특수부대원은 10년 이상 영국군과 함께 훈련해왔으며 이달 카불을 떠나 영국에 도착했다.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이 유화정책을 펴고 있지만 현지 언론인과 소수민족은 아프간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국제기자연맹(IFJ)은 이날까지 탈출을 도와달라고 신청한 아프간 언론 종사자 수가 2000명을 넘었다며 미국과 캐나다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 과거 탈레반의 ‘인종청소’ 대상이던 하자라족 수천 명이 파키스탄으로 탈출을 추진하고 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