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8%에게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사실상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세부 시행 계획이 어제 발표됐다. 내달 6일부터 카드회사 홈페이지나 앱에서 신용·체크카드 충전, 지역사랑상품권, 선불카드 중 선택해서 신청할 수 있다. 지원금은 연말까지 써야 하고, 미사용액은 국고로 환수된다.

지급 대상은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정하되 작년 재산세 과세표준 9억원, 금융소득 2000만원 초과 가구는 제외된다. 한 달여 전 추가경정예산 국회 통과 시 발표한 기존 계획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지원 대상 1인 가구가 41만7000명 급증한 점이다. 지원 대상 1인 가구 소득기준을 종전 5000만원에서 5800만원으로 크게 높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제적 취약자가 많은 1인 가구를 좀 더 폭넓게 보호하기 위해서라지만 궁색한 설명이다. 연 수입이 5000만원을 넘어 5800만원에 달하는 1인 가구주는 대부분 청년 세대주일 텐데, 그런 이들을 취약계층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국 수없이 쏟아내는 ‘청년 퍼주기’에 이은 또 한 번의 ‘청년 환심 사기’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정치적 결정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걱정스럽다. 얼마 전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하위 20% 가계 소득이 6.3% 급감하는 등 소득 양극화가 더 극심해지고 있다. 국고를 탈탈 털다시피 해서 마련한 12조원대의 막대한 예산을 중·상위층까지 나눠 갖는 것은 저소득층에 두텁게 돌아가야 할 몫을 빼앗는 잘못된 결정이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하고 미국 중앙은행(Fed)이 테이퍼링을 공식화하며 과잉 유동성을 경고하고 나선 시점이다. 물가상승률도 월 2%대로 고착화되며 인플레이션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런 때에 무차별 돈 풀기를 강행하는 것은 경제 불안정을 증폭시킬 뿐이다.

연초 대통령의 ‘전 국민 위로금 지급’ 발언이 나온 뒤 여당이 줄기차게 밀어붙인 상생지원금은 처음부터 그 저의를 의심받아왔다. 무리에 무리를 더한 진행 과정이 수많은 논란과 갈등을 낳았다. 코로나 확산이냐 진정이냐를 결판 지을 상황에서 상생지원금의 비대면 소비(배달앱)를 막은 것부터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모순과 부작용을 야당이든 누구든 꼭 백서 형태로 남겨야 한다. 그래야 나쁜 정책의 책임을 추후에라도 분명히 묻고 재발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