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에 지방이 많이 쌓이면 ‘지방간’이라고 부르듯이 근육에 지방이 지나치게 축적되면 ‘근지방증’이라고 한다. 지방이 덜 쌓인 ‘질 좋은 근육’이 많을수록 고혈압 당뇨병 등 대사질환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홍규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팀은 건강검진을 받은 20세 이상 성인 2만659명의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30일 발표했다. 대사질환 위험성을 진단하기 위해선 근육량뿐 아니라 근육의 지방화 비율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시험 참여자들을 복부근육을 기준으로 ‘질 좋은 근육’ 비율에 따라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고혈압, 당뇨 등 대사질환이 없는 사람이 질 좋은 근육 비율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근육량만 비교했을 때는 대사질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그러나 비만한 사람은 근육의 질이 좋아도 대사질환 위험이 크게 낮아지지 않는다고 했다. 비만한 사람의 내장과 혈관 등에 쌓인 지방(이소성 지방)이 주는 해로운 영향이 건강한 근육이 주는 좋은 효과를 상쇄한다는 이유에서다.

근육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에 반응해 혈당을 흡수하고 소모하는 역할을 한다. 지방량이 늘어 근육의 질이 저하되면 인슐린 반응도가 감소할 수 있다. 김 교수는 “근육의 질이 저하되면 당뇨병 등이 유발될 수 있어 근육의 질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비만’에 최근 실렸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