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제가 생각하는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이 저의 본모습을 알아가게 되면 지지율은 서서히 반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경훈  기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제가 생각하는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이 저의 본모습을 알아가게 되면 지지율은 서서히 반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경훈 기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지난 4일 대선 출마 선언 직후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란 비판에 시달렸다. 당시 경제 현안에 대한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변하면서다. 지난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선 분위기가 꽤 달랐다. 중대재해처벌법,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폐지 등 복잡하고 민감한 경제 현안에 대해 문제점과 대안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에도 “문재인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는 권력의 매표 행위에 가깝다”고 거리낌없이 소신을 밝혔다.

일부 질문엔 허공을 응시하며 시간을 끌다 답변하기도 했다. 단어를 신중하게 고르는 까닭에 어조는 느리고 단조로웠다. 자신의 단점을 묻자 “상대 후보를 매몰차게 공격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야권 1위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선 “적폐청산 수사의 책임자로 검찰권을 무리하게 행사한 게 야권 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른 주자들처럼 윤 전 총장을 거세게 몰아붙이지는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지율이 정체돼 있습니다(최 전 원장의 지지율은 5% 안팎이다).

“제가 생각하는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이 제 본모습을 알아가면 서서히 반등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선 기간에 지지율이 요동칠 겁니다.”

▷윤 전 총장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문 정권이 내세운 적폐청산 수사의 책임자로 검찰권을 무리하게 행사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야권 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과거 정치로부터 어떤 부채도 없습니다.”

▷상대편 후보를 매몰차게 공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웃으며) 우리 참모진의 가장 큰 불만입니다. 화를 잘 안 내는 성격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정치권에 들어오니 오히려 단점인 듯합니다.”

▷왜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봅니까.

“문재인 정부는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기면서 정권을 유지했습니다. 이런 정권이 5년 더 연장되면 대한민국은 내부 분열로 끔찍한 상황을 맞을 겁니다. 갈라지고 다친 국민의 마음과 상처를 치유하고 청년들이 마음껏 일하고 공부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 적임자가 저입니다. 남북전쟁까지 치르며 분열된 미국을 통합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같은 포용과 화합의 리더십으로 난국을 극복하겠습니다.”

▷대통령이 되면 최우선으로 추진할 정책은 무엇입니까.

“처음 발표한 공약이 규제 혁파입니다. 규제를 없애야 일자리가 생기고 젊은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되면 취임 후 100일 동안 ‘규제 모라토리엄(유예)’을 선언하고 정부 규제의 신설·강화를 동결하겠습니다. 안전·환경·소비자 보호 등 필수 규제를 제외한 모든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중대재해처벌법은 과도한 규제 중 하나입니다. 책임자를 정해놓고 안전을 위한 조치를 충분히 했음에도 (사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기업들의 우려입니다. (집권하면) 재검토해보겠습니다.”

▷일자리 창출이 시대적 화두입니다.

“좋은 일자리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창출하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를 공공 부문에서 만들려다 보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려면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를 풀고 노동개혁을 해야 합니다.”

▷노동개혁 방안이 궁금합니다.

“노동 유연성이 문제입니다. 노동 시장이 너무 경직되면 일감에 따라 기업이 일자리를 늘렸다 줄였다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예 고용을 하지 않지요. 노동 유연성 문제는 길게 보면 중간에 실직 후 재취업할 때까지 기간만 정부가 잘 뒷받침하면 선순환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부동산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문재인 정부가 한 것과 반대로 하면 됩니다. 우선 주택을 충분히 공급해야 합니다. 민간에서 충분히 (주택이) 공급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정부는 재개발과 재건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해 특혜 시비를 없애면 됩니다. 과도한 개발 이익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환수하면 됩니다.”

▷임대차 3법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본적으로 폐지하자는 입장입니다. 주택 임대 계약기간도 종전처럼 2년(현재는 2+2년)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주택임대사업자의 세제 혜택을 부활시키겠다고 했는데요. 다주택자가 이를 편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민간 임대 시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민 100%가 자가 주택을 소유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아파트에 관해선 국민 정서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임대사업자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감사원장 시절 예비타당성 면제에 부정적이었다고 하던데요.

“문재인 정부의 예타 면제는 권력의 매표 행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은 입법으로 예타를 면제했는데,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눈을 속인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할까요.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도 (문 대통령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사법적인 책임 문제는 본인의 관여 정도 등을 따져봐야 합니다. 검찰 공소장엔 자세히 나와 있지 않고 감사원 조사 땐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고 지시했다면 법적인 책임도 져야 합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법을 어기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청와대 참모들은 검찰 기소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근본 원인이 뭘까요.

“대통령이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입니다. 검찰 공소장에서도 확인됐지만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이냐’는 문 대통령의 댓글 한 줄에 법과 절차를 무시한 행정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졌습니다. 대통령도 법을 어기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런 문제를 막을 해법이 있을까요.

“헌법이 정한 대로 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에게 인사권을 포함해 실질적인 권한을 돌려주겠습니다. 이를 위해 청와대 인사수석실을 없앨 방침입니다. 청와대 규모도 문재인 정부의 절반 정도로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 최재형 전 감사원장 프로필

△1956년 경남 진해 출생
△1979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 합격
△1986년 서울 동부지원 판사
△2003년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2017년 사법연수원장
△2018년 감사원장
△2021년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좌동욱/이동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