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복구 더디고 매몰 농경지는 손도 못 대…피해 갈수록 늘어
중장비·봉사자 있어도 포항 죽장면 비 피해 복구 지지부진
"치우는 것 도와준다고 하더니만 지금까지 소식이 없어요.

"
30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에서 만난 한 주민은 폐허로 변한 사과밭에 앉아 힘없이 말했다.

이 주민의 밭은 지난 24일 제12호 태풍 '오마이스'와 저기압에 따른 집중호우로 하천이 넘치는 바람에 물에 잠기고 돌 무더기가 쌓였다.

집 주변 도로도 포장이 갈라지고 물에 떠내려가는 등 심하게 파손됐다.

포항시는 지난 23∼24일 208.5㎜ 폭우가 쏟아진 죽장면 일대에서 응급 복구에 나서 공공시설물인 도로에 쌓인 아스콘 포장 파편을 치웠지만 사유지까지 일일이 복구하지는 못한 상태다.

이날도 공무원, 자원봉사자, 공사 담당자 등이 나서면서 죽장면 곳곳에서 복구 작업에 한창이었다.

현장에선 부서진 아스콘 포장도로를 걷어내고 산사태로 도로에 쌓인 토사를 걷어내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도로 통행은 모두 재개됐지만 응급 복구만 끝났을 뿐이어서 다시 포장하고 물에 떠내려간 도로를 메우는 일은 아직 손도 대지 못한 상황이었다.

특히 사과, 자두, 고추, 벼 등을 재배하는 농경지는 곳곳이 토사에 매몰됐거나 급물살에 유실됐지만 복구된 곳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서포중학교 앞 논에는 토사가 그대로 쌓여 있었고 석계리 사과밭이나 고추밭에는 쓰러진 작물이 대부분 방치돼 있었다.

그나마 자원봉사자와 공무원들이 하천 주변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고 일부 밭에서 쓰러진 농작물을 걷어내는 게 전부였다.

현내리 한 사과밭은 돌과 흙이 쌓이고 열매가 대다수 떨어져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태가 돼 나무를 모두 걷어냈다.

하천 둑이 무너지거나 흙과 돌이 쌓여 주변 농경지와 비슷한 높이로 높아진 곳을 복구하는 일도 더디게 진행됐다.

죽장면 하천 곳곳에서 굴삭기가 동원돼 무너진 둑을 다시 쌓고 하천 돌을 치우고 있지만 하천 응급 복구율은 50%를 밑돌고 있다.

현재 잠정 집계된 피해는 주택과 상가 86채와 차량 3대 침수, 도로 유실 15곳, 전기·통신두절 1천500여 가구, 하천 피해 45곳, 농경지 매몰·유실 88건(10.68㏊), 농작물 피해 122건(36.8㏊), 산사태 10곳, 소규모 공공시설물 파손 13곳 등이다.

피해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어서 피해는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도로를 응급 복구해 통행을 재개했고 전기·통신을 모두 연결했다고 밝혔다.

주택과 상가 침수는 응급 복구율이 65%에 머물고 있고 차량 침수는 아직 조사가 덜 끝났다.

시는 농경지와 농작물, 산사태, 소규모 공공시설물 피해에 대해선 조사를 벌이는 한편 일부 응급복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주민은 "집이 침수돼 냄새가 나서 들어가 잘 수도 없는 상태"라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서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복구하는 데 힘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중장비·봉사자 있어도 포항 죽장면 비 피해 복구 지지부진
중장비·봉사자 있어도 포항 죽장면 비 피해 복구 지지부진
중장비·봉사자 있어도 포항 죽장면 비 피해 복구 지지부진
중장비·봉사자 있어도 포항 죽장면 비 피해 복구 지지부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