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해이 조장" vs "생존의 마지노선" … 실업급여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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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경총 "과도한 실업급여가 구직활동 막고 도덕적 해이 조장"
정의당 "반복수급자야말로 코로나19 최대 피해자이자 취약계층"
정부, 오늘 고용보험위 열고 기금 재정건전화 방안 발표 '주목'
경총 "과도한 실업급여가 구직활동 막고 도덕적 해이 조장"
정의당 "반복수급자야말로 코로나19 최대 피해자이자 취약계층"
정부, 오늘 고용보험위 열고 기금 재정건전화 방안 발표 '주목'
지난 30일은 코로나19 재난지원금과 '언론중재법' 뉴스가 주요 언론의 핫 아이템이었습니다. 점점 달아오르는 대선판 소식까지 주요 뉴스에 가려 큰 관심을 받진 못했지만 흥미로운 이슈도 있었습니다. 바로 고용보험, 그 중에서도 실업급여 문제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우리나라 실업급여 상·하한액 문제점과 개선방안' 자료와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내놓은 보도자료입니다. 여기에 고용노동부는 한 매체의 기사에 대한 설명자료 형식을 빌어 실업급여 제도 개선 방향과 취지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즉 실업급여 수준이 높아 구직자들의 도덕적해이를 조장한다는 주장(경총)과 정부가 잦은 실업급여 수급을 조장해놓고 정작 고용안전망이 필요한 사람을 범죄자 취급한다는 주장(강은미 의원), 그리고 정부는 이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는 설명이 하루에 다 쏟아진 날이었습니다. 고용보험, 특히 실업급여를 둘러싼 노사정 간 논란의 현주소를 보여준 날이었다는 평가입니다.
먼저 경총 이야기입니다. 경총 자료를 요약하면 현재 우리나라 실업급여 하한액(최저임금의 80%)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으로, 하한액 수급자가 전체의 80%를 넘는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이같은 실업급여 제도가 구직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나아가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성도 훼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에 연동돼 최저임금이 오르면 자동적으로 하한액도 오르는 구조입니다. 하루 8시간씩 주40시간 일하는 근로자를 기준으로 올해 기준 실업급여 하한액은 월 180만원, 최저임금은 월 182만원입니다. 사실상 힘들게 일하는 것과 놀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것과 차이가 없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실업급여를 계산할 때는 무급휴일을 포함해 주7일을 기준으로 삼고, 최저임금 월액 계산에는 무급휴일을 제외한 주6일이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다보니 구직급여 하한액 수급자 비중이 2000년 7.6%에 불과했으나 2008년 52.6%로 절반을 넘어섰고 2019년에는 81.2%에 달하게 됐다는 게 경총의 설명입니다. 실업급여 수준이 높다보니 저임금 근로자의 근로의욕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실업급여 의존도를 높여 구직활동을 저해하게 한다는 주장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실업급여 하한액은 1988년 제도 도입 당시에는 없던 개념이었고 1995년에서야 최저임금의 50%로 정해졌고, 이후 1998년 최저임금 70%, 2000년에는 최저임금의 90%까지 올랐습니다. 이 수준은 20년 가까이 유지되다가 2018년 이후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2019년에 다시 최저임금의 80%로 하향조정된 것입니다.
실업급여를 받는 대부분의 실직자가 하한액을 적용받을 정도로 실업급여 수준이 높아 반복수급을 조장한다는 게 경총의 주장이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실업급여가 취약계층의 마지막 보루임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반론도 나왔습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같은 날 보도자료에서 "정부가 3회 이상 실업에 처해 정당한 실업급여를 수급한 국민을 도덕적해이에 빠진 사람들, 또는 잠재적 부정수급자라는 시각으로 보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은 정부가 채용한 비정규직, 건설일용직, 사업시설관리·서비스업, 제조업 등 단기채용과 실업이 반복되는 취약계층 노동자들"이라고 맞섰습니다. 직전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이야말로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이며, 생존의 마지노선에 걸려있는 취약계층이라는 주장입니다.
강 의원은 또 정부·여당에서 실업급여 반복수급자들이 낸 보험료보다 보험금을 많이 타가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런 논리라면 의료보험 역시 납부한 보험료보다 많은 혜택을 보는 경우 의료보험 지원을 줄여야 하고, 국민연금 역시 납부한 연금액을 초과해 수급하는 국민들의 연금도 줄여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강 의원의 주장처럼 고용부는 실업급여 반복수급과 관련 5년간 3회 이상 수급자에 대한 감액 및 대기기간 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입니다. 아울러 1일에는 고용보험위원회를 열고 그 결과를 박화진 고용부 차관이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날 발표에는 고용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기금 취지에 맞지 않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는 등 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이 담길 예정입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우리나라 실업급여 상·하한액 문제점과 개선방안' 자료와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내놓은 보도자료입니다. 여기에 고용노동부는 한 매체의 기사에 대한 설명자료 형식을 빌어 실업급여 제도 개선 방향과 취지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즉 실업급여 수준이 높아 구직자들의 도덕적해이를 조장한다는 주장(경총)과 정부가 잦은 실업급여 수급을 조장해놓고 정작 고용안전망이 필요한 사람을 범죄자 취급한다는 주장(강은미 의원), 그리고 정부는 이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는 설명이 하루에 다 쏟아진 날이었습니다. 고용보험, 특히 실업급여를 둘러싼 노사정 간 논란의 현주소를 보여준 날이었다는 평가입니다.
먼저 경총 이야기입니다. 경총 자료를 요약하면 현재 우리나라 실업급여 하한액(최저임금의 80%)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으로, 하한액 수급자가 전체의 80%를 넘는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이같은 실업급여 제도가 구직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나아가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성도 훼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에 연동돼 최저임금이 오르면 자동적으로 하한액도 오르는 구조입니다. 하루 8시간씩 주40시간 일하는 근로자를 기준으로 올해 기준 실업급여 하한액은 월 180만원, 최저임금은 월 182만원입니다. 사실상 힘들게 일하는 것과 놀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것과 차이가 없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실업급여를 계산할 때는 무급휴일을 포함해 주7일을 기준으로 삼고, 최저임금 월액 계산에는 무급휴일을 제외한 주6일이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다보니 구직급여 하한액 수급자 비중이 2000년 7.6%에 불과했으나 2008년 52.6%로 절반을 넘어섰고 2019년에는 81.2%에 달하게 됐다는 게 경총의 설명입니다. 실업급여 수준이 높다보니 저임금 근로자의 근로의욕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실업급여 의존도를 높여 구직활동을 저해하게 한다는 주장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실업급여 하한액은 1988년 제도 도입 당시에는 없던 개념이었고 1995년에서야 최저임금의 50%로 정해졌고, 이후 1998년 최저임금 70%, 2000년에는 최저임금의 90%까지 올랐습니다. 이 수준은 20년 가까이 유지되다가 2018년 이후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2019년에 다시 최저임금의 80%로 하향조정된 것입니다.
실업급여를 받는 대부분의 실직자가 하한액을 적용받을 정도로 실업급여 수준이 높아 반복수급을 조장한다는 게 경총의 주장이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실업급여가 취약계층의 마지막 보루임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반론도 나왔습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같은 날 보도자료에서 "정부가 3회 이상 실업에 처해 정당한 실업급여를 수급한 국민을 도덕적해이에 빠진 사람들, 또는 잠재적 부정수급자라는 시각으로 보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은 정부가 채용한 비정규직, 건설일용직, 사업시설관리·서비스업, 제조업 등 단기채용과 실업이 반복되는 취약계층 노동자들"이라고 맞섰습니다. 직전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이야말로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이며, 생존의 마지노선에 걸려있는 취약계층이라는 주장입니다.
강 의원은 또 정부·여당에서 실업급여 반복수급자들이 낸 보험료보다 보험금을 많이 타가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런 논리라면 의료보험 역시 납부한 보험료보다 많은 혜택을 보는 경우 의료보험 지원을 줄여야 하고, 국민연금 역시 납부한 연금액을 초과해 수급하는 국민들의 연금도 줄여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강 의원의 주장처럼 고용부는 실업급여 반복수급과 관련 5년간 3회 이상 수급자에 대한 감액 및 대기기간 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입니다. 아울러 1일에는 고용보험위원회를 열고 그 결과를 박화진 고용부 차관이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날 발표에는 고용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기금 취지에 맞지 않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는 등 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이 담길 예정입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