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신용카드를 대체한다면?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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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훈종의 알쓸₿잡 <1>
▶8월 31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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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일부 손님들은 본인이 직접 오지 않고 배송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도 신용카드 결제 건수가 가장 많다. 계좌이체를 해주거나 카카오페이를 이용하는 손님들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이 신용카드 결제를 선호한다. 한국은행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한 지급수단에 신용카드가 꼽혔다. 2017년 29.3%에서 2019년 43%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고 한다.
한국인은 왜 유독 신용카드를 좋아할까? 아마 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카드사마다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는 점이 주효했을 것이다. 최근 젊은 세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차이카드의 경우 사용자는 온·오프라인에서의 결제와 다양한 미션을 통해 '번개'를 모을 수 있고, 모은 번개로 원하는 가맹점에서 '부스트'라고 부르는 혜택을 적용할 수 있다. 부스트 사용처에는 스타벅스, CU, 쿠팡 등 인기 브랜드가 많아 사용자는 꿩 먹고 알 먹는 기분이 든다. 어차피 스타벅스 커피는 매일 사서 마시니 이왕이면 차이카드로 결제하여 '번개'도 모으고, 나중에 꼭 갖고 싶은 물건이 생겼을때 '부스트'를 적용하여 할인받아 구매하는 식이다. MZ세대의 똑똑한 소비습관이 돋보인다.
신용카드 결제는 워낙 정산 구조가 복잡하고 카드사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에 전표 매입 보류로 인한 매출 누락이 발생해도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이를 일일이 맞춰보기 전까진 알 도리가 없다. 예를 들면, 같은 카드로 같은 금액의 결제를 연속해서 진행한 경우 사용자는 실제로 금액을 두 차례 나눠서 결제한 것이지만, 일부 카드사에서는 이를 중복결제로 오인하여 전표 매입을 보류하는 등이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결제 단말기에서 결제 승인이 떨어졌고 영수증도 출력되었으므로 '알아서 돈이 들어오겠지'라고 믿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매출 누락 건들을 발견하고 분노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데이터 저장 및 처리 방법은 이런 비효율적인 다층(multi-layer) 구조를 단층(single-layer) 구조로 전환하여 매입 보류를 '0'으로 낮출 수 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거래에선 언제나 실제 비트코인이 움직이기 때문에 돈이 송금되는 시점을 억지로 뒤로 지연시킬 필요가 없다. 모든 거래는 10분마다 생성되는 블록에 담겨 전 세계에 퍼져있는 약 1만여 개의 노드(컴퓨터)에게 진위 여부를 검증받게 되며, 검증이 끝나면 즉시 비트코인이 송금된다. 신용카드 결제처럼 이틀이나 사흘을 기다려야 돈을 받거나 아예 못 받게 되는 일은 없다. 미국에선 얼마전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을 이끈 것으로도 유명한 '스트라이크' 앱을 이용하여 비트코인으로 택시비를 결제할 수 있다. 비트코인 결제는 너무 느려 불편하다는 인식과는 다르게 '스트라이크' 앱은 눈 깜짝할 사이에 결제를 처리한다. 이는 비트코인의 기본 층(layer)과 통신하며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거래를 처리하는 '라이트닝 네트워크' 덕분에 가능하다. 라이트닝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한 번 제대로 다루겠지만,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의 블록 컨펌을 효율적으로 처리하여 훨씬 빠른 속도로 거래를 승인되게 하는 기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듯 비트코인은 단 두 개의 층(layer) 만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결제를 승인하며, 그것도 실제 돈(비트코인)이 이동하게 하여 매입 보류나 결제 실패가 일어날 확률을 현저하게 낮춘다. 결제가 승인되고 돈이 들어오는 데만 며칠이 걸리고, 그마저도 꽤 높은 확률로 못 받을 가능성까지 있는 신용카드 시스템을 계속 유지해야 할까? 아니면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까? 우리보다 먼저 그 시스템을 국가적으로 도입한 엘살바도르나 민간 차원에서 비트코인 결제 도입이 증가하고 있는 미국을 보자. 어쩌면 우리는 편안함에 안주하여 혁신을 멀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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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를 사랑하는 한국사회
필자의 아내는 서울 성수동 모처에서 꽃집을 운영한다. 도매시장에서 꽃을 사다가 꽃다발, 꽃바구니, 플라워박스 등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데, 손님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하루에서 이틀 전 미리 주문을 하면 픽업 날짜와 시간에 맞춰 상품을 만들어 놓는 식이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직접 가게에 픽업을 하러 오며, 보통 이때 결제도 이뤄진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결제를 한다.간혹 일부 손님들은 본인이 직접 오지 않고 배송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도 신용카드 결제 건수가 가장 많다. 계좌이체를 해주거나 카카오페이를 이용하는 손님들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이 신용카드 결제를 선호한다. 한국은행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한 지급수단에 신용카드가 꼽혔다. 2017년 29.3%에서 2019년 43%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고 한다.
한국인은 왜 유독 신용카드를 좋아할까? 아마 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카드사마다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는 점이 주효했을 것이다. 최근 젊은 세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차이카드의 경우 사용자는 온·오프라인에서의 결제와 다양한 미션을 통해 '번개'를 모을 수 있고, 모은 번개로 원하는 가맹점에서 '부스트'라고 부르는 혜택을 적용할 수 있다. 부스트 사용처에는 스타벅스, CU, 쿠팡 등 인기 브랜드가 많아 사용자는 꿩 먹고 알 먹는 기분이 든다. 어차피 스타벅스 커피는 매일 사서 마시니 이왕이면 차이카드로 결제하여 '번개'도 모으고, 나중에 꼭 갖고 싶은 물건이 생겼을때 '부스트'를 적용하여 할인받아 구매하는 식이다. MZ세대의 똑똑한 소비습관이 돋보인다.
편리함에 감춰진 비효율
그러나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모두에게 항상 편리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의 아내는 얼마전 소득세 신고를 위해 신용카드 매출과 실제 입금액을 맞춰보던 중 깜짝 놀랐다. 매월 발생한 카드 매출 중 적지 않은 금액이 카드사로부터 입금되지 않았던 것이다. 즉시 거래 은행과 해당 카드사로 전화를 돌려 항의했지만 각 카드사에서 은행으로 자동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누락될 일이 없다는 답변만 받았고 현재까지도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신용카드 결제는 워낙 정산 구조가 복잡하고 카드사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에 전표 매입 보류로 인한 매출 누락이 발생해도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이를 일일이 맞춰보기 전까진 알 도리가 없다. 예를 들면, 같은 카드로 같은 금액의 결제를 연속해서 진행한 경우 사용자는 실제로 금액을 두 차례 나눠서 결제한 것이지만, 일부 카드사에서는 이를 중복결제로 오인하여 전표 매입을 보류하는 등이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결제 단말기에서 결제 승인이 떨어졌고 영수증도 출력되었으므로 '알아서 돈이 들어오겠지'라고 믿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매출 누락 건들을 발견하고 분노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실패없는 비트코인 결제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제 과정에 너무 많은 층(layer)이 존재하는 데 있다. 신용카드는 실제 돈이 움직이는 시점을 지연시킨다. 신용카드가 벌어준 이 시간동안 각 매입전표는 PG사, VAN사, 카드사 전산망을 거치며 최종 승인을 받기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각 단계마다 모호한 통과 기준, 어이없는 트집, 또는 단순한 실수로 인해 매입 보류 처리되어 주인이 자기를 찾아줄 때까지 기다리다가 소멸되어버린다.비트코인의 데이터 저장 및 처리 방법은 이런 비효율적인 다층(multi-layer) 구조를 단층(single-layer) 구조로 전환하여 매입 보류를 '0'으로 낮출 수 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거래에선 언제나 실제 비트코인이 움직이기 때문에 돈이 송금되는 시점을 억지로 뒤로 지연시킬 필요가 없다. 모든 거래는 10분마다 생성되는 블록에 담겨 전 세계에 퍼져있는 약 1만여 개의 노드(컴퓨터)에게 진위 여부를 검증받게 되며, 검증이 끝나면 즉시 비트코인이 송금된다. 신용카드 결제처럼 이틀이나 사흘을 기다려야 돈을 받거나 아예 못 받게 되는 일은 없다. 미국에선 얼마전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을 이끈 것으로도 유명한 '스트라이크' 앱을 이용하여 비트코인으로 택시비를 결제할 수 있다. 비트코인 결제는 너무 느려 불편하다는 인식과는 다르게 '스트라이크' 앱은 눈 깜짝할 사이에 결제를 처리한다. 이는 비트코인의 기본 층(layer)과 통신하며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거래를 처리하는 '라이트닝 네트워크' 덕분에 가능하다. 라이트닝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한 번 제대로 다루겠지만,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의 블록 컨펌을 효율적으로 처리하여 훨씬 빠른 속도로 거래를 승인되게 하는 기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듯 비트코인은 단 두 개의 층(layer) 만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결제를 승인하며, 그것도 실제 돈(비트코인)이 이동하게 하여 매입 보류나 결제 실패가 일어날 확률을 현저하게 낮춘다. 결제가 승인되고 돈이 들어오는 데만 며칠이 걸리고, 그마저도 꽤 높은 확률로 못 받을 가능성까지 있는 신용카드 시스템을 계속 유지해야 할까? 아니면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까? 우리보다 먼저 그 시스템을 국가적으로 도입한 엘살바도르나 민간 차원에서 비트코인 결제 도입이 증가하고 있는 미국을 보자. 어쩌면 우리는 편안함에 안주하여 혁신을 멀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가상자산 은행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