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버 '한솔원샷' 영상 캡쳐
사진=유튜버 '한솔원샷' 영상 캡쳐
"라면 고르다가 '라면 먹방'을 못하겠다!"

유튜버 '원샷한솔'로 활동하는 시각장애인 김한솔 씨가 지난 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에 올린 '웃픈 그들의 컵라면(용기면) 먹방' 영상 속 한 장면이다. 김 씨와 그의 친구인 시각장애인 유튜버 허우령 씨는 컵라면 끓이기에 도전한다. 여러 개의 컵라면을 늘어 놓고 김 씨가 "먹고 싶은 걸로 골라 먹자"고 말하자 허 씨는 "라면에 점자 없잖아요"고 답한다.

두 사람은 용기를 손으로 만지며 제품명 추리에 나섰지만 점자가 표기돼 있지 않아 어떤 제품인지 구별에 애를 먹는다.

라면기업들이 이같이 시각장애인들이 불편을 겪던 컵라면 용기에 점자를 넣기 시작했다. 삼양식품이 삼양라면과 불닭볶음면에 제품명을 점자로 표기하고, 오뚜기는 컵누들 김치·얼큰 쌀국수를 시작으로 전 제품에 점자를 넣는다는 방침이다.
사진=삼양식품
사진=삼양식품
3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유튜버 원샷한솔(김한솔 씨)과 점자 표기 용기면을 공동 개발했다.

삼양식품은 다음달부터 큰컵 불닭볶음면, 큰컵 삼양라면에 점자 표기를 적용하고, 추후 이같은 용기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점자는 용기면 제품 하단에 삽입됐고, 빠른 제품 확인을 위해 불닭볶음면은 ‘불닭’, 삼양라면은 ‘삼양’으로 축약 표기했다.

점자 표기 용기면은 소비자가 시각장애인용 제품 출시를 회사에 제안해 시작됐다. 삼양식품은 올해 상반기부터 용기 제작 업체에 점자와 외부 물 확인선 삽입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점자 표기 용기면 출시를 준비했다. 특히 김 씨는 점자 적용 제품의 오탈자 및 가독성 확인, 외부 물 확인선 표시 등 전 과정에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사진=오뚜기
사진=오뚜기
오뚜기 역시 다음달 컵누들 김치·얼큰 쌀국수에 점자를 표기하기로 했다. 상품명 뿐 아니라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를 나타내는 기호까지 점자로 넣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협조를 받아 점자의 위치 및 내용, 가독성 개선에 나섰다고 오뚜기는 소개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식별하기 어려운 컵라면의 물붓는 선 표기도 조정한다. 이같은 조치는 향후 오뚜기 컵라면 전 제품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오뚜기는 "최근 기업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이라며 "사회적 약자인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과 취식 편의성을 높임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 이행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시각장애인의 불편을 꾸준히 전해왔다. 대표적으로 식음료업계의 경우 음료 캔에는 점자가 표기 돼 있지만 통상 '음료', '탄산', '맥주'로만 표기돼 있다는 점 등을 영상으로 다뤘다. 한편, 국내 맥주 중에서는 '테라', 음료 중에선 '비락식혜' 만이 점자를 활용해 자사 제품을 타사 제품과 구분할 수 있도록 조치한 상태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