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암호화폐는 비트코인과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의 ‘디커플링’이 뚜렷하다. 지난 2주간 비트코인은 2%가량 하락한 반면 차세대 이더리움으로 평가받는 카르다노(에이다)는 30.2% 급등하면서 시총 3위에 올랐다. 통상 비트코인이 상승하면 이더리움을 비롯한 주요 알트코인이 따라 오르고, 마지막으로 ‘잡코인’까지 이어진다. 이번 암호화폐 상승장도 ‘끝물’에 근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체 시총 대비 비트코인 점유율이 40%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는 다음달을 기점으로 암호화폐가 연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갈지 다시 하락세로 반전할지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비트코인, 내달 중순까지 상승여력…美 테이퍼링·규제가 변수"

○9월 중순까지는 상승 여력 남아

30일 암호화폐 시황중계 사이트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비트코인 점유율(도미넌스)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44.01%를 나타냈다. 지난달 30일(46.72%)보다 2%포인트가량 떨어졌으며, 올해 암호화폐 상승장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연초(72.56%) 대비 3분의 1가량 내려간 수치다.

업계에선 40% 선을 암호화폐 장세의 기준으로 본다. 비트코인 점유율이 지난 3월 말 60%대에서 50%대로 내려간 뒤 1~2주가량 지난 시점부터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5월 중순 비트코인 점유율이 40%에 도달해서야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2017년 말에도 60%를 웃돌았던 비트코인 점유율이 2018년 초가 되자 40%까지 급락했고 여지없이 암호화폐는 폭락했다.

최근 들어선 비트코인 점유율이 지난달 50%대에 잠깐 근접했다가 다시 40%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점유율이 중요한 것은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간 장세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상승장은 비트코인에서 시작해 ‘잡코인’까지 이어지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잡코인까지 오른 뒤부터는 다시 하락세로 반전하는 흐름이 반복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비트코인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상승여력은 아직 남아 있다고 본다. 고팍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세 상승장은 아직 이어지고 있다”며 “고점 신호가 나타나려면 이달 중순까지는 상승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최근 17억달러어치의 스테이블코인이 암호화폐거래소로 유입됐다”며 “암호화폐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최근 거래소에 스테이블코인을 대거 입금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말 10만달러 vs 2만달러

다음달 이후로는 전망이 엇갈린다. 낙관론자들은 연말 10만달러에도 도달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최근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 조절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트위터의 한 암호화폐 분석가는 “다음달 비트코인 시세 방향이 관건”이라며 “한번 상승장을 타면 크리스마스까지 10만달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하락세로 가닥이 잡히면 다시 3000만원 선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고팍스는 암호화폐 시세가 최악의 경우 비트코인 채굴 원가에 근접한 1만달러 후반에서 2만달러 초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트코인 채굴회사인 마라톤디지터롤딩스에 따르면 최근 채굴회사들이 중국에서 비교적 원가가 비싼 미국으로 이전하면서 전기요금과 인건비, 관리비 등 비용도 1만2000달러에서 1만8000달러로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 이상 가격이 하락하면 비트코인 공급이 중단돼 일종의 지지선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시한폭탄 같은 ‘규제 리스크’

비트코인 점유율뿐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각종 규제도 암호화폐 ‘디스카운트’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미국 암호화폐 규제를 총괄하는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현재 시장에 유통되는 많은 코인은 공시와 피감독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 미등록 증권으로 가격 조작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비판했다. 암호화폐 일부를 증권이나 파생상품으로 분류하고 자본시장법 등 규제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금융당국도 국내에서 거래되는 580여 종의 암호화폐를 분석하면서 해외 입법례를 참고해 국내 자본시장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규제에서 벗어났다고 평가받는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관련 암호화폐도 최근 자금세탁 용도로 쓰이면서 추후 강력한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