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현대해상 상품권 판매
보험업계, 빅테크와 협업 가속화
DB손보는 카카오페이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 전용 암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암 진단비와 수술비, 입원 일당 등 기존 암 보험의 필수적인 보장 내용을 모두 포함했다. 암 진단을 받을 경우 제휴 업체를 통해 가사도우미를 지원받는 서비스도 추가했다.
이 상품은 보험 가입 전 과정을 카카오페이 내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장기 보험 계약 체결 시스템에 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적용해 양사 플랫폼 간 연계성을 높였다. DB손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회원은 별도 가입이나 앱 설치 없이 빠르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며 “오픈 API를 활용하면 빅테크 전용 상품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보험사들도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은 모바일 보험 상품권을 카카오톡 선물하기 코너에 선보였다. 기존에는 보험 상품을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었지만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원회가 이를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하면서 판매가 가능해졌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판매되는 보험 상품은 대부분 소액의 ‘미니 보험’이다. 차박(차량 캠핑) 보험, 등산 보험, 골프 홀인원 보험, 펫 보험, 다이어트 응원 보험, 싱글 안심 보험 등 아이디어 상품이 많다.
보험업계와 빅테크 간 협업 기조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보험 가입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의 접점을 키우는 일도 장기 영업이 중요한 보험사에는 생존과 직결된 과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몇몇 보험사가 카카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기는 했으나 대부분 해당 회사 앱이나 모바일 앱으로 연결해 주는 형태에 그쳤다”며 “만약 ‘카카오 효과’가 수치로 입증된다면 제휴사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또 다른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빅테크가 보험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손해율 등 데이터를 축적하고 향후 자체 영업에 활용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빅테크의 파괴력을 경계하고 있는 보험사들도 단기 상품 위주의 단발성 제휴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