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빈도(high-frequency) 지표에 따르면 지난 여름 델타 변이가 유로존 전역을 휩쓸었는데도 유럽의 경제반등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고빈도 지표란 경제 권역의 식당 예약이나 이동성 지표 등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의미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델타 변이 탓에 경제 둔화 현상이 뚜렷해진 고빈도 지표가 산출됐다.
유럽 상황은 다르다. 유럽에서는 레저여행지 방문 및 지출, 채용 등의 경제활동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해가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잭 알렌 레이놀즈 이코노미스트는 "델타 변이가 입히는 경제적 손실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FT는 "이같은 지표는 2분기에 나타난 경제생산성 반등이 9월말까지 쭉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올 여름 관광철에 유럽의 서비스 분야는 지난해 여름철보다 훨씬 더 강세를 보였다. 스페인에서 최근 호텔 점유율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렌탈 데이터 업체 에어DNA의 제이미 레인 리서치 담당 부사장은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에서 신규 단기임대 예약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유럽 항공편 예약은 2019년 수준에 비해 여전히 30% 밑돌고 있지만, 코로나19가 발발한 지난해 초반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유로존 4대 경제대국들의 8월 중순 박스오피스 수입은 1600만달러(약 185억4400만원)에 달해 작년 동기간에 비해 70% 증가했다.
유로존에서 소비자 주도의 서비스 분야 등이 낙관적인 것은 특히 제조업 부문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유럽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지연 및 붕괴로 인해 향후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산업 생산 현황을 가늠할 수 있는 독일 화물차 마일리지는 지난 3월 최고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서비스업 부활에 힘입은 유럽 경제 회복세가 하반기에도 계속 순항할 것으로 전망했다. ING의 베르트 콜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발생한 바이러스의 물결이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여짐에 따라 '3분기에도 경기반등세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각계 우려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경기 과열 우려까지 제기됐다. 독일의 8월 합성 소비자물가지수(HICP)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역대 최고치 상승률이다. FT는 "이번 상승세로 유로존의 완화된 통화정책이 유럽 경제강대국을 과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