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철녀' 이도연, 세 딸 응원 업고 도쿄서 첫 레이스
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 '리우 패럴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도연(49·전북)이 도쿄에서 첫 레이스를 시작한다.

이도연은 31일 오전 일본 후지국제스피드웨이에서 펼쳐지는 도로 독주에 출전한다.

'철녀' 이도연은 대한민국 장애인 스포츠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다.

2016년 불혹을 넘긴 나이에 리우 대회 사이클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노르딕 스키 전 종목을 완주하며 대한민국 여성의 힘을 보여줬다.

이번 도쿄 패럴림픽을 앞두고 영국 B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아시아의 철녀'로 소개되기도 했다.

도쿄 대회 도전을 일주일여 앞두고 전북 순창에서 마무리 훈련이 한창이던 이도연은 "딸들이 가족 응원 티셔츠를 보내줬다.

난 우리 딸들 덕분에 산다"고 자랑했다.

세 딸에게 국가대표 철녀 엄마 이도연이 자랑이듯, 엄마 이도연에게 반듯한 세 딸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자 자랑이다.

엄마가 두 번의 패럴림픽에 혼신의 힘을 다해 도전하는 동안, 세 딸 설유선(28) 씨부터 둘째 유준(26), 막내 유휘(24) 씨까지 공무원 시험에 차례로 합격했다.

이도연은 "아이들이 알아서 자기 일을 척척 한다.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맙다"며 활짝 웃었다.

세 딸은 엄마의 도쿄행을 앞두고 엄마의 핸드 사이클 사진이 담긴 가족 티셔츠를 맞춰 입었다.

막내는 엄마의 '마음 루틴' 노트를 새긴 텀블러를 제작해 선물했다.

[패럴림픽] '철녀' 이도연, 세 딸 응원 업고 도쿄서 첫 레이스
엄마는 날마다 깔딱고개를 넘어가는 폭염의 도로에서 세 딸의 힘으로 쉼 없이 페달을 돌린다.

맏딸 유선 씨는 "엄마의 교육방식이 저희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큰 영향을 줬다"고 했다.

그는 "엄마는 제가 태어났을 때 이미 장애가 있으셨다.

몸이 불편하신데도 우리를 늘 데리고 다니셨다"며 "가장 감사한 건 주말마다 도서관에 데리고 가주신 것이다.

우리 집은 3층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고 몸이 불편한 엄마에게 힘들었을 텐데… 차도 없었는데 30분 거리를 걸어가서 책을 읽은 기억, 덕분에 저희가 바르게 성장하고 책 좋아하는 아이들로 자란 것 같다"라며 감사를 전했다.

나이가 들며 엄마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는 그는 "엄마는 내 나이에 이미 딸이 셋이었는데, 상상이 안 된다.

그 나이에 멀쩡한 몸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도 딸 셋을 키우기 힘들었을 텐데 스물두 살에 저를 낳아 무일푼으로 억척스럽게 저희를 키우셨다.

단 한 번도 대충 사신 적이 없다"고 했다.

이도연은 "지금은 운동해서 멋져졌지만, 당시 나는 집안에서 부업만 했다.

살도 찌고 목발 짚고 뒤뚱뒤뚱 볼품이 없었는데 그런데도 우리 딸들은 한 번도 엄마를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

'딴 엄마들은 뭐 다른가? 뭐가 더 잘났냐?'면서…그게 지금도 참 고맙다"고 했다.

엄마의 말을 전해 들은 유선 씨는 부끄러워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엄마는 몸이 불편한 것뿐인데… 숨기거나 부끄러워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패럴림픽] '철녀' 이도연, 세 딸 응원 업고 도쿄서 첫 레이스
딸들은 한때 엄마의 도전을 반대했다.

유선 씨는 "가족으로선 말리고 싶다"며 속내를 전했다.

엄마의 훈련 모습을 리우 대회 전에 처음 봤다는 그는 "사이클에 차가 따라붙고 엄마가 사력을 다해 달리는 모습, 그때 너무 놀랐다.

결과물만 봤지, 과정은 못 봤으니 그렇게 힘든 줄 몰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가 평창 대회에 출전하신 후 손가락 부상으로 수술을 하셨다.

마취가 덜 깬 상태로 '나 너무 힘들어. 다들 내가 강한 줄만 알지만 나도 그만두고 싶을 때 많아'라고 오열하셨다.

기억 못 하시겠지만 그게 제겐 마치 취중 진담인 것만 같아서…"라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딸들은 엄마의 꿈을 응원한다.

"엄마는 만날 괜찮다고, 늘 웃으신다.

하지만 전 엄마가 힘들어 우시던 모습이 생각난다"던 유선 씨는 "그래도 엄마가 행복해하시니까, 사이클을 좋아하시니까 응원한다.

그래도 몸이 망가지는데 계속 끝까지 강하게만 밀어붙이시니까 몸이 남아나지 않을까 봐…"라며 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나도 학창 시절 유도선수였기 때문에 운동선수의 부담을 안다.

엄마가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기량을 다 펼치기만 바란다.

그간의 노력이 아깝지 않게 준비한 것 후회 없이 다하고 오시기만을 응원한다"고 했다.

유선 씨는 엄마의 도쿄행을 앞두고 회사 동료, 지인들과 함께 엄마를 위한 응원 영상을 만들었다.

언젠가 엄마에 관한 책도 써보고 싶다며 "우리 엄마는 정말 멋진 사람이다.

자서전을 따로 찾을 필요가 없다.

엄마처럼 훌륭한 분이 내 가족인 게 감사하다"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세 딸은 '국가대표' 엄마의 역주를 응원하기 위해 31일부터 사흘간 여름휴가를 맞췄다.

유선 씨는 "3일 연가를 내고 무주 펜션을 빌렸어요.

가족 티셔츠 딱 맞춰 입고 엄마를 응원할 것"이라며 "나는 장애가 있는 유기견 보리와 두유를 키우고 동생들은 유기묘를 키운다.

이날 우리 셋과 강아지, 고양이 우리 가족 모두 모여 엄마를 응원할 거다.

힘내세요! 엄마 이도연 파이팅!"이라고 힘을 불어넣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