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에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 대상 증오범죄 증가율보다 높은 수치다. 미국 내 전체 증오범죄 건수는 12년 만에 최대치로 집계됐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이같은 내용의 증오범죄 연례 보고서를 공개했다.

FBI가 전국 15000여 개 사법기관이 보고한 현황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발생한 증오범죄는 7759건이었다. 2008년 이래 최다 발생 건수다.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아시안 겨냥 증오범죄는 2019년 158건에서 73% 늘어난 274건으로 집계됐다. 아시안계를 향한 범죄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중국 기원설을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동적 발언이 자극제가 됐기 때문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흑인 대상 증오범죄 증가율은 약 43%였다. 2019년 1930명에서 지난해 2755명으로 늘었다. 백인 대상 증오범죄는 지난해 773건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반면 유대인과 이슬람교도에 대한 증오범죄는 각각 30%, 42% 감소했다.

'안티 아시안' 범죄가 늘어나자 미국은 아시아계 증오범죄 방지 법안도 내놨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5월 이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 법무부에는 아시안 증오범죄를 신속히 검토하는 새 직책이 마련됐다.

한편 이번 증오범죄 결과는 실제 발생 건수보다 과소집계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각 지역의 사법기관들이 FBI에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없어서다. CNN방송은 FBI에 지난해 증오범죄 현황을 보고하지 않은 사법기관이 3000여곳에 달한다고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