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진군 "안전사고 가능성·흉물 민원…계획대로 철거 추진"
인천시 "일제 근로자 생활상 엿볼 수 있는 자산…보존해야"
인천 일제 양조장 기숙사 추정 건물 철거·보존 논란
인천시 옹진군이 학생 기숙사를 세울 부지에 있는 한 근대건축물에 대해 철거와 보존 논란이 일고 있다.

옹진군은 기숙사 건설과 안전 등을 이유로 철거할 계획이지만 인천시는 일제강점기 근로자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자산이라며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옹진군은 중구 전동 학생 군민 기숙사인 '제2 옹진장학관' 건설 부지에 있는 근대건축물 1개 동을 조만간 철거할 계획이라고 31일 밝혔다.

이 근대건축물은 연면적 99㎡, 지상 2층 규모로 일제강점기인 1939년에 건립된 것으로 파악됐다.

건립자는 '후카미 토라이치'라는 인물로 당시 이 지역에서 대형 양조장인 '후카미 양조장'을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옹진군은 내부에 8∼15명이 생활할 수 있는 방 2개 등 시설 흔적이 있는 점을 들어 이 건축물이 양조장 근로자들의 기숙사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옹진군은 이 건축물 보존 여부를 검토했으나 내부 기둥과 보에 균열이 심해 안전사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예산도 부족해 철거하기로 하고 기록화 작업을 진행했다.

아울러 담당 지방자치단체인 중구로부터 철거 허가도 받았다.

그러나 지난 17일 인천시가 이 건축물을 보존해달라는 공문을 옹진군에 보내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근대 문화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이 건축물은 일제강점기 근로자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철거 대신 재단장을 해 기숙사 부속 시설로 사용하는 방안이 적절해 보여 관련 공문을 옹진군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은 이 건축물이 흉물이라며 철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기록화 작업까지 마친 만큼 철거를 계획대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에서는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건축물들을 두고 근대 문화유산이라는 의견과 개발에 차질을 빚어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군 무기공장 조병창의 병원으로 쓰였던 인천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내 건물과 조병창 노무자 사택으로 쓰였던 부평구 '영단주택'은 논란 끝에 철거를 앞두고 있다.

반면 일본 군수물자 공장 미쓰비시 제강 인천제작소의 노무자가 살았던 '미쓰비시 줄사택'은 아직 보존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