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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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적자 주범으로 꼽히는 백내장 수술 관련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

1일 <한경닷컴> 취재 결과, 보건복지부는 급증하는 백내장 수술 관련 과잉진료를 근절하기 위해 수술 급여 기준 검토 및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일부 의료기관에서 백내장 관련 부적절한 보험금 청구가 지속되는 것과 관련 검토를 요청한 데에 따른 것이다. 실손보험 가입자 전체의 보험료 부담이 가중되고 실손보험의 존립 기반이 와해될 수 있다고 봤다.

이러한 권유에 따라 복지부는 무분별한 백내장 수술이 이뤄지는 것을 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백내장이 없거나, 증상이 경미한 경우 불필요한 수술을 방지하기 위한 수술 기준을 마련하고 검사 기록지 보유 의무화를 논의할 예정이다. 하반기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연구 단계를 거쳐,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백내장 수술 급여 기준 마련 및 체계 개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시력 교정용 다초점 렌즈의 비급여 판단 사유도 추가적으로 검토한다. 비급여 사유인 시력 교정 목적 외 백내장 치료 목적 판단 가능성을 판별하고, 급여화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는 최근 일부 의료기관에서 비급여 항목인 시력 교정용 다초점 렌즈비를 보상받는 점을 이용해 부당·과잉 수술을 초래하는 등 비급여 악용 문제가 심화한 데 따른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정체 이상 등의 검증 사안을 통해 급여를 지급할 대상의 백내장 수술인지 아닌지에 대한 기준을 만들 계획"이라며 "현재 백내장 관련 유일한 비급여 항목인 다초점 렌즈에 대해선 비급여 분류 사유에 대한 논의를 거칠 예정이며, 추후 급여화 등의 검토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검토로 급여 기준이 변경될 경우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 체계 자체가 바뀔 것"이라며 "현재 검토 시작 단계이며 하반기 내 관련 사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방침으로, 제도 적용 시점은 전문가 자문회의 이후에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보험연구원
사진=보험연구원
백내장 수술은 33대 주요 수술 중 1위로 해마다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어, 실손보험 적자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10개 손해보험사의 백내장 관련 보험금은 2018년 2490억원에서 지난해 6374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작년 동기 대비 58.2% 급증한 48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백내장 치료의 고가 검사비를 건강보험 항목으로 전환해 건보 재정을 투입했는데도 관련 실손보험 지출은 크게 늘어나는 비상식적인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의료기관이 진료비 일부 환급을 조건으로 실손보험 가입 환자를 유인하고, 수술 검사비 급여화에 따른 수익 보전을 위해 비급여 항목인 시력 교정용 다초점 렌즈비를 인상해 실손보험금에 전가하는 사례가 증가한 영향이다. 실제로 실손보험의 청구 건에서 200만원대에 머물던 다초점 렌즈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9월 이후 300만원 후반으로 크게 인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손보업계는 올해 처음으로 백내장 수술로 청구되는 실손보험금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7월 발표한 '백내장 수술의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올해 백내장 수술로 청구되는 보험금이 1조1528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손해보험사 전체 실손보험금에서 백내장 수술 관련 비중은 2016년 1.4%에서 올해 10% 수준까지 오를 것이란 게 보험연구원의 진단이다.

백내장 환자가 증가하면서 백내장 수술을 악용해 보험 사기를 벌이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6~2020년까지 최근 5년간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금 수령자 44만6000명 중 3.8%에 달하는 1만7625명이 보험사기 전력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와 소수 가입자의 과다한 보험금 청구가 다수 가입자의 피해를 초래하는 보험료 인상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이미 실손보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적게는 8%대에서 많게는 23%대로 급등했으나, 손해율 악화가 이어지면서 내년 추가 보험료 인상이 확정된 상태다. 적자 심화 현상 탓에 올해만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ABL생명 등 3개 보험사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7개 보험사가 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한 것까지 감안하면 총 10개 보험사의 실손보험이 사라진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백내장 관련 과잉진료는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 요인은 물론 급여 공단부담금까지 누수되도록 하는 고질적인 문제"라며 "복지부와 제도 개선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개선 방향에 대해 세부적인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