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가 내년 말레이시아에 생산공장을 짓는다. 유럽 이외 지역에 건설되는 첫 공장이다.

포르쉐의 생산 담당 이사인 알브레히트 라이몰트는 “말레이시아 공장은 지역의 시장 상황을 배우고 적응하려는 포르쉐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이런 계획을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포르쉐는 1931년 창립된 이래 대부분의 자사 차량을 독일 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독일에서 생산된 제품의 우수성을 내세우기 위해서다. 5년 전부터 슬로바키아에서 일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제조했지만 브랜드 가치가 훼손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포르쉐가 비판을 무릅쓰고 말레이시아에 진출하는 것은 빠르게 확대되는 말레이시아의 고급차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서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판매된 포르쉐 차량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400대로 집계됐다. 독일 현지보다 2배가량 비싸지만 포르쉐를 기꺼이 구입하는 말레이시아인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은행(WB)은 말레이시아가 2024~2028년께 고소득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도 이런 잠재력을 확인하고 일찌감치 말레이시아에 진출했다.

앞서 포르쉐는 중국엔 공장을 설립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올리버 블루메 포르쉐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FT에 “포르쉐의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 높은 생산 비용을 감당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상하이에는 연구개발(R&D) 부지를 세워 중국인들의 구체화된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방침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