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 대기시간은 근로시간 아냐" 대법 판결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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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운전기사가 1회 운행을 마치고 다음 운행까지 대기하는 시간은 근로시간이 아니라 휴게시간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기시간이 다소 불규칙하더라도 사업주가 그 시간에 근로자를 적극적으로 지휘감독한 사실이 없다면 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는 지난 8월 12일 버스회사 근로자 5명이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임금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2019다266485)
이들은 A회사의 버스기사이자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이다. 근로자들은 1회 운행을 종료한 다음 다음 버스 운행까지의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며 2016년에 회사를 상대로 임금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근로자들은 "대기시간 중에 청소나 검차, 차량 내 유실물 확인, 차량 이상 유무 인수인계, 세차 등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통상임금에 50%를 가산한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원심은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 재판부는 "배차 시간표에 따라 버스운행을 한다해도 대기시간 중 배차표 반납, 식사, 휴식, 세차 등 업무를 했다"며 "교통 상황에 따라 대기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짧을 때는 10분이 안되는 경우도 있는 등 일정 시간이 확보되지 않은데다, 운행이 지체되면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판단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과 2심은 A회사가 근로자들에게 165만원에서 668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대기시간 내내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업무 관련 지시를 하거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원고들은 대기시간 동안 식사를 하거나 이용이 자유로운 별도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고 TV를 시청하는 등 휴식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도로 사정으로 배차시각을 변경하는 게 아닌 이상, 회사가 굳이 대기시간 활용에 대해 간섭할 업무상 필요성도 없었다"며 "대기시간이 다소 불규칙했지만 운행 버스 출발시각이 배차표에 미리 정해져 있어 기사들이 휴식시간으로 활용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휴게시간이 다소 불규칙하더라도 근로시간이라고 본 판결"이라며 "전체 버스회사에 적용할 수 있다기보다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이 회사에서는 잘 마련된 별도 휴게 공간에서 사용주의 간섭 없이 휴식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던 점을 눈여겨 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재판부 성향을 지적하며 법리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2018년에도 동일한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18년 6월 대법원 제2부(재판장 김소영)는 H운수 소속 버스운전기사 4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북부지법으로 환송하면서 이번 판결과 거의 동일한 법리로 판단했다.
A회사와 H운수는 모두 서울특별시 버스운송사업조합 소속이며, 소송을 제기한 A회사와 H운수 소속 기사들도 모두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소속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는 지난 8월 12일 버스회사 근로자 5명이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임금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2019다266485)
이들은 A회사의 버스기사이자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이다. 근로자들은 1회 운행을 종료한 다음 다음 버스 운행까지의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며 2016년에 회사를 상대로 임금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근로자들은 "대기시간 중에 청소나 검차, 차량 내 유실물 확인, 차량 이상 유무 인수인계, 세차 등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통상임금에 50%를 가산한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원심은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 재판부는 "배차 시간표에 따라 버스운행을 한다해도 대기시간 중 배차표 반납, 식사, 휴식, 세차 등 업무를 했다"며 "교통 상황에 따라 대기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짧을 때는 10분이 안되는 경우도 있는 등 일정 시간이 확보되지 않은데다, 운행이 지체되면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판단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1심과 2심은 A회사가 근로자들에게 165만원에서 668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대기시간 내내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업무 관련 지시를 하거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원고들은 대기시간 동안 식사를 하거나 이용이 자유로운 별도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고 TV를 시청하는 등 휴식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도로 사정으로 배차시각을 변경하는 게 아닌 이상, 회사가 굳이 대기시간 활용에 대해 간섭할 업무상 필요성도 없었다"며 "대기시간이 다소 불규칙했지만 운행 버스 출발시각이 배차표에 미리 정해져 있어 기사들이 휴식시간으로 활용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휴게시간이 다소 불규칙하더라도 근로시간이라고 본 판결"이라며 "전체 버스회사에 적용할 수 있다기보다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이 회사에서는 잘 마련된 별도 휴게 공간에서 사용주의 간섭 없이 휴식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던 점을 눈여겨 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재판부 성향을 지적하며 법리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2018년에도 동일한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18년 6월 대법원 제2부(재판장 김소영)는 H운수 소속 버스운전기사 4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북부지법으로 환송하면서 이번 판결과 거의 동일한 법리로 판단했다.
A회사와 H운수는 모두 서울특별시 버스운송사업조합 소속이며, 소송을 제기한 A회사와 H운수 소속 기사들도 모두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소속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