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국 의장 "의회 무시 사과하라" vs 李 "중립성 지켜라" 본회의장서 설전
도의회 민주당 내홍 격화 양상…대표위원 '징계 청원' 중앙당 접수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같은 당 소속의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이 31일 의회에서 가시돋친 설전을 벌였다.

장 의장은 이날 도의회 임시회 개회사를 통해 이 지사가 정부의 5차 재난지원금 지급안에서 제외된 상위소득 12% 도민에게도 추가 지급을 결정한 것을 두고 "비교섭단체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있는데 일부 의견을 (경기도의회) 모두의 의견인 것처럼 발표한 이 지사의 발언은 의회를 무시한 것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이재명-경기도의회 의장 전도민 재난지원금 놓고 날선 신경전(종합)
또 민주당 경선후보 TV토론회에서 이 같은 절차적 문제를 지적한 도의회 의장에 대해 "지방자치의 한 축인 의회의 수장을 '회의를 진행하는 사람이지 개인 의원일 뿐'이라고 단순한 '사회자'로 표현한 것 역시 유감"이라며 이 지사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재난기본소득 예산이 당초 제출된 추가경정예산안보다 2천190억원 증액돼 수정 제출된 것은 졸속으로 추진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도정 수행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에 이 지사는 추경예산안 제안 설명 전에 10여 분간 이례적인 입장 표명 발언을 통해 반박했다.

이 지사는 장 의장이 지난 13일 전도민 재난지원금 반대 기자회견을 한 것을 두고는 "의장께서 의회를 대표하는 건 맞는데 정책현안에 대해 일방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권리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그건 의장으로서 입장 표명이 아니고 개별 의원으로서 한 것으로 안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생방송 토론회 표현 과정에서 적절치 않은 부분에 대해선 사과하고 생방송이었다는 점을 고려해주시길 바란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재명-경기도의회 의장 전도민 재난지원금 놓고 날선 신경전(종합)
의회를 무시하고 의장 권리를 침해했다는 지적에는 "의장은 다양한 정치세력이 합의해서 투표로 선출된 분이기에 정책이나 다른 입장에 대해 중립을 지킬 필요가 있다"며 "그게 회의체 대표의 역할이다.

제가 의장 권리를 침해했다고 말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제외된 소득 상위 12%에 해당하는 도민 수(254만명)가 당초 도 추계(166만명)보다 80여만명 늘어 당초 제출된 추가경정 예산안보다 2천190억원 증액된 이유에 대해서도 "정부가 일률적 기준으로 지급대상(소득 하위 88%)을 정해 추정치로 추경 예산안을 요청한 것인데 경기도가 추계해보니 (정부안의) 실지급 대상자는 (인구 대비) 83% 정도에 불과해 도가 추가 지급할 대상이 늘어 추경예산안을 증액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재명-경기도의회 의장 전도민 재난지원금 놓고 날선 신경전(종합)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경기도의회 민주당 내분도 격화하는 양상이다.

당내 도의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고 이 지사에게 전도민 재난지원금을 제안했다는 비판과 함께 일부 의원들의 자진사퇴 요구를 받아온 박근철 대표의원에 대한 징계 청원이 중앙당에 접수됐다.

박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징계 청원이 접수됐으니 소명하고 중앙당 판단에 따르겠다"면서 자진 사퇴 요구는 여전히 거부했다.

지난 27일 긴급 의총에 이어 이날 의총에서도 박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반대파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신정현 의원은 "박 대표는 중요한 정책 결정 순간마다 의회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의원들의 자존감을 땅에 떨어뜨렸다"고 비판했고, 정윤경 의원도 "사퇴 요구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 도의회 민주당을 원팀으로 이끌 능력에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라며 사퇴를 압박했다.

반면 도의회 의장단의 일원인 문경희 부의장은 "원팀으로 가기 위해선 서로 깊은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며 "대표가 실수한 부분은 몇 차례 사과했고 도에 요청할 정책 제안은 상임위와 상의하겠다고 했으니 그만 받아줬으면 한다"고 갈등 봉합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전 도민 재난지원금 예산이 포함된 '경기도 3회 추가경정 예산안'은 이날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열리는 도의회 임시회에서 심의될 예정이어서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