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30일 신규 공공택지로 경기 의왕·군포·안산지구와 화성 진안지구 등 수도권 7곳을 확정해 발표하자 해당 지역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신도시급으로 조성될 의왕시 삼동 의왕역 일대 모습. /은정진 기자
정부가 지난 30일 신규 공공택지로 경기 의왕·군포·안산지구와 화성 진안지구 등 수도권 7곳을 확정해 발표하자 해당 지역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신도시급으로 조성될 의왕시 삼동 의왕역 일대 모습. /은정진 기자
“어제 얘기한 가격에서 3000만원 더 올려 5억원에 다시 내놔주세요.” (경기 의왕시 삼동 주민)

국토교통부가 지난 ‘2·4 대책’ 후속으로 3차 신규 공공택지 10곳을 발표한 30일부터 31일까지 경기 의왕·군포·안산지구와 화성 진안지구 일대 중개업소에선 가격을 흥정하는 전화벨이 끊이지 않았다. 의왕시 삼동 일대 중개업소들은 토지와 연립·다가구주택에 투자하겠다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공공택지 발표 후 매물은 잠기고, 개발 기대감에 인근 아파트값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의왕, GTX 기대감 여전

의왕·군포·안산지구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두 배인 586㎡ 부지에 총 4만1000가구 규모의 신도시급 택지가 조성된다. 택지 선정과 함께 정부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의왕역 정차를 거론해 의왕지역 부동산 시장이 한껏 달아올랐다. 의왕역은 지난 6월 GTX-C노선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당시 추가 정차역에서 제외됐다.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의왕시가 ‘실시계획 때 의왕역을 추가하기로 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정차역 유치를 준비해왔다.

의왕역 인근 삼동 중개업소들 사이에선 GTX 호재가 가격에 많이 반영됐다고 전했다. 삼동 C공인 관계자는 “6월 GTX 정차역에선 탈락했지만 다시 추진될 기대감에 평균 1억원가량 올랐다”며 “이번 신도시급 개발로 추가 상승 여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신규 공공택지로 지정된 곳 주변 매물 가격이 하루 새 급등하고 있다. 집주인들은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까지 호가를 높이고 있다. 8월 21일 9억4000만원에 거래됐던 의왕파크푸르지오 전용면적 84㎡ 호가는 신도시 발표날 10억5000만원으로 1억원 넘게 올랐다. 군포시 도마교동에 있는 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1차 전용 84㎡도 4월 6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호가는 8억5000만원에 달한다. 삼동 K공인 관계자는 “집주인 4~5명이 공공택지 개발 소식에 매물을 거뒀다”며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은 이전보다 평균 2000만~3000만원, 아파트는 1억원가량 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GTX-A 정차역인 동탄역에서 4㎞가량 떨어져 있는 화성 진안지구도 동탄트램을 설치해 동탄역 접근성을 높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진안동 다람마을GS태안자이 전용 84㎡는 8월 10일 3억7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호가는 6억원까지 치솟았다. 진안동 S공인 관계자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집주인은 어제 계약금의 두 배인 4000만원의 위약금을 물고라도 거두겠다고 했다”며 “동탄역과의 교통 연계 등 호재가 커 당분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토지보상 등 사업 장기화 우려도

현지에서도 공공택지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공택지 조성은 대부분 7년에서 10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이기에 토지 보상 문제, 광역 교통망 건설 등이 지체될 경우 준공 시기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군포시 부곡동 Y공인 관계자는 “10년 뒤 입주까지 이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장 호재만 보고 주민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개발 과정이 지체되면 집값 역시 장기간 정체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토지 보상 문제도 향후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의왕시 초평동 C공인 대표는 “개발 지역에 포함된 초평동 주민들이 얼마 전 토지보상이 끝난 월암동 일대(4400여 가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상받으려 할 것”이라며 “최근 일부 외지인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토지를 매입해 보상 작업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