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더 함께 있고 싶었던 내 욕심이 널 힘들게 했구나.” 반려견이 세상을 떠나자 한 연예인이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의 반려견은 다섯 번 항암치료를 했고, 매일 약을 먹어야 했다. 병원에 있던 반려견만 생각하면 그는 눈물을 흘렸다.

반려동물은 많은 이들에게 가족의 일원이 됐다. 반려동물을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보호자의 마음도 커지고 있다. 이런 마음은 미국 동물 제약회사 조에티스(Zoetis)를 100조원 가치의 기업으로 만들었다. 30일(현지시간) 조에티스 주가는 205.89달러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만 24.40% 올랐다. 시가총액은 976억달러(약 113조원)에 육박한다. 전 세계 시총 161위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165위)보다 앞에 있다.

조에티스는 미국 화이자 동물건강사업부가 2013년 독립해 출범한 회사다. 동물 제약회사 중에선 규모가 크다. 조에티스는 개, 고양이, 말 등 8종 동물의 약을 제조한다. 골관절염약, 기생충약 등 300종류가 넘는다. 120개국 이상에서 판매되며 국가별로는 △미국 53% △브라질 8% △중국 4% △일본 3% 순으로 매출 비중이 높다. 강아지·고양이 등 반려동물 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55%로 가장 크다. 소(24%)와 돼지(10%)가 뒤를 이었다.

커지는 반려동물 의료 시장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미국 내 반려동물 관련 지출은 1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10년간 두 배로 성장한 것이다. 의료 관련 지출 비중은 사료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코로나19도 조에티스에 기회였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자 반려동물을 들이는 사람이 많아졌다. 미국애완동물협회는 지난해 3~12월 1300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입양한 것으로 추정했다. 크리스틴 펙 조에티스 대표는 “팬데믹에 사람들이 더 많은 반려동물을 입양했고 더 많은 시간을 반려동물과 보낸다”고 언급했다. 실적은 매년 좋아지고 있다. 지난 2분기 매출은 1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 늘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5억1200만달러로 36% 증가했다. 분기 매출로는 사상 최대다.

조에티스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글로벌 1위를 굳히려 하고 있다. 2018년엔 혈액분석시스템 등 수의용 진단기기를 개발·제조하는 에이백시스(Abaxis)를, 2019년엔 동물 영양제를 주로 만드는 플래티넘퍼포먼스(Platinum Performance)를 인수했다. 8월엔 반려견 마취제 등 반려동물 관련 약을 제조·판매하는 호주의 주록스(Jurox)도 사들였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조에티스를 분석한 18명의 애널리스트 중 7명이 ‘적극 매수’를 추천했고, 9명이 ‘매수’를 추천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