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립대가 사용하지 않고 쌓아둔 적립금이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 학기째 원격수업을 듣고 있는 대학생들이 이를 빌미로 등록금 반환 요구 목소리를 더 키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교육계의 시각이다.

31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이 쓰지 않고 쌓아둔 교비회계 적립금은 총 7조9316억원이다. 2019년 7조9186억원에 비해 약 130억원(0.16%) 늘었다.

사립대 적립금은 대학이 장래에 건축비·장학금·연구비·퇴직금 등으로 쓰기 위해 쌓아두는 기금이다. 적립금은 그동안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주요 ‘공격 대상’이었다. “적립금을 헐어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또는 학생 복지에 사용해야 한다”는 게 일부 학생의 요구다.

이에 대해 대학들은 난감함을 토로한다. “적립금은 사용처가 제한된 ‘특정목적적립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운용하지 못하고 이자만 늘었다”는 게 대학들의 설명이다. 적립금은 건축기금(46.3%) 특정목적기금(26.4%) 장학기금(17.1%) 연구기금(9.1%) 퇴직기금(1.0%) 등으로 구성된다.

올 1월에야 대학들이 적립금을 재난 시 학생 지원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황홍규 전 대학교육협의회 사무처장은 “채 쓰지 못하고 쌓아둔 적립금이 이자가 붙어 늘어났다”며 “새 사립학교법이 시행됨에 따라 대학들이 적립금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내년도 공시에서는 올해와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의 교육 여건을 가늠할 수 있는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지난해 4년제 대학 기준 1614만8000원으로, 전년(1587만7000원) 대비 27만1000원(1.7%) 늘었다. 국공립대는 1885만4000원으로 89만9000원(5%), 사립대는 1527만9000원으로 7만2000원(0.5%) 증가했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재학생을 기준으로 학교가 학생의 교육과 교육 여건 조성을 위해 투자한 인건비, 운영비, 장학금, 도서 구매비, 실험실습비 등을 말한다. 주요 대학 중에서는 포스텍이 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대 4860만원, 연세대 3500만원, 성균관대 284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