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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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앱결제강제 방지법’이 31일 국회를 통과했다. 글로벌 기업인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를 규제하는 세계 최초의 법안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국회의 결단에 환영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석인원 188인에 찬성 180인, 반대 0인, 기권 8인이었다. 인앱결제란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등 앱마켓에서 유통된 앱에서 결제가 일어날 때 앱마켓 사업자가 자체 개발한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구글과 애플은 인앱결제에 15~30%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9월 발표한 구글의 정책 변경을 겨냥했다. 구글은 당시 “내년부터 게임뿐만 아니라 음원, 웹툰 등 모든 디지털 콘텐츠 앱에 인앱결제를 의무화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구글의 인앱결제 시장 확대 정책은 무산됐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앱과 애플 앱스토어 전체 앱 등 종전까지 인앱결제가 의무였던 분야도 강제가 금지된다.

이번 법안 통과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할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현재 미국은 올해 초부터 주정부 단위로 인앱결제 방지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고 지난달엔 연방의회 상원에서도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발의됐다. 유럽연합(EU) 각 국에서도 입법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참고 삼아 미국, 유럽 등 다른 국가의 입법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문제 제기로 변수가 된 ‘중복 규제’ 논란도 법안 수정을 통해 해소됐다. 공정위는 지난달 과방위를 통과한 개정안에 대해 “인앱결제 강제 금지를 제외한 다른 규제 내용 중 공정거래법에 중복되는 조항들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법안을 추진했던 더불어민주당은 공정위의 의견을 받아들여 해당 조항을 개정안에서 삭제했다. 여당 한 관계자는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사안인만큼, 여타 논란이 되는 것은 추후 논의하기로 하고 우선 공정위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IT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실시한 앱 마켓 수수료 정책 변화 관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를 확대했을 경우 국내 기업이 부담하는 수수료는 매년 885억~1568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 그만큼 국내 IT기업들이 추가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된 것이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개정안 통과로 창작자와 개발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용자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정한 앱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전범진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