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는 초고속…노후 준비·노인 대책은 걸음마
노인인구 급증→관련 예산 비중 급증…하지만 노인빈곤율은 높아
'베이비붐 세대'도 본격 노인 인구 진입…촘촘한 노인 대책 시급


[※ 편집자 주 = 이달 말 부산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됩니다.

부산의 초고령사회 진입은 서울을 포함한 7개 대도시 중 처음입니다.

수명 연장으로 노인 인구는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복지, 일자리, 돌봄 등 노인 문제는 중요한 사회 이슈가 될 것입니다.

연합뉴스는 부산부터 시작된 초고령사회 실태를 짚어보고 대책, 과제 등을 담은 기획물 상·하편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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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부산](상) 이제 시작일뿐…인구는 매달 2천명씩↓, 노인은 2천명씩↑
부산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2015년 14.6%이던 부산의 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이달 말 전체 인구 335만9천334명 중 67만3천356명으로 2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부산은 고령사회 진입 이후 불과 6년여 만에 초고령사회로 들어서게 됐다.

통계로 볼 때 전체 인구는 매달 2천명 감소하고, 고령인구는 매달 2천명씩 증가하는 부산의 고령화 속도는 타 지자체보다 훨씬 빠르다.

부산의 초고령사회 진입은 7개 특별·광역시 중 처음이며,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진입 시기보다 5년이 빠르다.

2050년 우리나라의 고령화 비율은 38.2%로 일본 37.7%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촘촘한 노인 대책 마련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초고령사회 부산](상) 이제 시작일뿐…인구는 매달 2천명씩↓, 노인은 2천명씩↑
◇ 고령화는 초고속…노후 준비·노인 대책은 걸음마
노인 인구 급증으로 부산시 노인 복지 예산 비중은 크게 늘었다.

2011년 전체 예산의 6.1%(4천231억원)이던 노인 복지 예산은 2020년 전체 예산의 13.6%(1조7천103억원)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7.1%에 달하는 부산 중구는 노인 부문 예산이 구 전체 예산 1천872억여원의 20.4%인 382억여원에 달한다.

노인 대책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기초연금이다.

2015년 36만명에게 월 최대 10만∼20만원씩 총 7천773억원을 차등 지급하던 부산시 기초연금 예산 규모는 불과 6년 만에 수급 대상과 지급액이 늘면서 1조5천168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상당수 노인이 기초연금 외에 별다른 수익이 없다 보니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2018년 기준 42%로 OECD 국가(평균 13.5%) 중 가장 높다.

실제 65세 이상 노인의 41.7%가 기초연금 외 별다른 수입이 없고 국민연금 수급률도 지난해 기준 44.3%에 불과하다.

특히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 간 괴리로 소득 공백기가 있어 노인 노후 대책은 더욱 절실하다.

이 때문에 일본이나 서구 국가보다 연금제도가 뒤늦게 시작된 우리나라의 노인 돌봄과 일자리 정책은 노인 대책의 핵심이다.

[초고령사회 부산](상) 이제 시작일뿐…인구는 매달 2천명씩↓, 노인은 2천명씩↑
◇ 돌봄은 세밀하게, 일자리는 다양하게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인실태 조사를 보면 부산 노인의 10.7%는 일상생활에서 타인 도움이 필요한 상태다.

과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돼 소득 여부와 상관없이 전체 노인이 돌봄 대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지자체 돌봄 정책과의 중복 서비스 금지 원칙 때문에 오히려 서비스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절차와 홍보 부족 등으로 개인 비용으로 요양병원 등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부터 소득 여부를 떠나 1인 가구와 중장년을 포함해 긴급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위한 긴급돌봄서비스 제공 등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이 부산진구와 북구에서 시작됐다.

지난 8월 부산시가 16개 구·군으로 사업을 확대했지만 새로운 서비스 틀을 만드는 과도기다.

노인 대책의 한 축인 일자리 사업도 보완이 절실하다.

2004년부터 시작된 부산 노인 일자리 사업의 사업량은 17년간 2천286%, 사업비는 6천184% 증가했다.

하지만 참여한 노인은 전체 노인 비율 대비 약 10%에 불과해 노인의 소득 보충과 사회참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부산 노인 일자리 참여 인원은 5만4천982명으로 그 중 62%가 70대다.

참여 노인의 학력은 초졸 이하 36.7%, 중졸 19.4%, 고졸 14.2%로 다양한 노인 세대에 맞는 일자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초고령사회 부산](상) 이제 시작일뿐…인구는 매달 2천명씩↓, 노인은 2천명씩↑
◇ '베이비붐' 노인이 몰려온다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노인 인구에 진입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노인 인구 중 베이비붐 세대 노인 비율은 8.4%에 불과했지만 2030년이 되면 51.7%로 증가한다.

이 베이비붐 세대가 속한 65∼69세 노인은 자식 등 외적 지원보다는 근로·사업·재산 등 개인 소득을 갖췄을 뿐 아니라 건강 상태도 좋고 사회 참여도도 높다.

스마트폰 등 정보화 기기에도 익숙하다.

건강이 악화하더라도 요양병원이 아닌 자택 등 내가 원하는 곳에서 머무르고 삶을 마무리하길 원하는 의지가 강하다.

평균 수명은 계속 늘어나 이런 '젊은' 노인의 다양한 욕구가 분출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비해 건강, 돌봄 등 일차적 욕구는 물론 여러 가지 주거 형태, 노인 여가, 일자리, 문화 인프라, 품위 있는 죽음(웰다잉)에 대한 노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부산시는 대도시 중 가장 빠른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비해 지난달 4개년(2021∼2024년) '부산형 통합돌봄 추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주로 노인과 장애인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노인이 행복한 초고령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더 큰 노력과 추가 예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정 부산복지개발원 지역통합연구부장은 "자식이 부모를 부양해주리라는 믿음이 깨진 지 오래이며 한평생 열심히 살아온 노인의 노후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지자체, 복지단체가 머리를 맞대 빈곤과 자살이 만연한 노인사회가 아닌 노후를 편안 마음으로 즐기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