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가장 위험한 달 9월…위협 요인 총정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31일(현지시간) 중국에선 경기 위축의 신호가 나타났습니다.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달보다 52.5에서 47.5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데, 비제조업 경기가 위축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8월 제조업 PMI도 50.1로 낮아졌습니다. 겨우 50선을 지켰습니다. 수출이 둔화하고 주택 투자가 후퇴하고 신용 성장이 하락하는 가운데 기업 경기도 확연히 꺾인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면 경기 하강세를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유럽에선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테이퍼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인플레이션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인 3%를 기록한 겁니다. 다음 달 9일 통화정책 회의를 앞둔 유럽중앙은행(ECB)에서는 물가를 잡기 위해 채권매입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오스트리아 출신 로버트 홀츠먼 이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ECB가 팬데믹 시대의 부양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소식은 아침부터 미국의 금리를 1.3%대로 높였습니다. 그리고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약보합세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테이퍼링 시점에 큰 영향을 줄 오는 3일 8월 신규고용 발표를 앞두고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0.11%, S&P500지수는 0.13% 하락했고, 나스닥은 0.04% 약보합세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뉴욕 증시가 역사적으로 약세를 보여온 9월을 앞두고 시장에 조정 등 부정적 얘기들이 많다"라면서 "투자 심리가 그리 나쁜 편은 아니지만 경제 지표를 확인하면서 조심스럽게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좀 늘어난 듯하다"라고 말했습니다.
CNBC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S&P500 지수가 9월에 오를 확률은 45%입니다. 그리고 평균 월 수익률은 -0.56%입니다. 모든 달 중에 최악이며 2월과 함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두 달 중 하나입니다.
특히 신임 대통령 취임 첫해 9월엔 하락 폭이 더 컸습니다. 수익률이 -0.73%입니다. 또 올해처럼 7, 8월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해에는 S&P500 지수가 9월에 오를 확률은 43%에 불과하며 평균 수익률은 –0.74%로 나타났습니다.
LPL리서치에 따르면 9월은 1950년대 이후, 지난 20년간, 지난 10년간, 선거 직후 해를 모두 봐도 수익률이 마이너스입니다. 이런 '9월 효과'의 배경은 알려져있지 않습니다. 통상 과세연도가 10월 말로 끝나는 뮤추얼펀드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것이란 관측도 있고, 휴가를 마치고 온 펀드매니저들은 기존 포지션을 바꾸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다만 지난 4년 동안만 따지면 9월에 세 번이나 올랐습니다. 작년에만 3%가량 급락했었죠. 월가 관계자는 "올해는 8월에도 S&P500 지수가 3%나 올랐다. Fed가 전례 없는 막대한 유동성을 주입하면서 계절성도 나타나지 않는 듯하다"라고 말했습니다.
Fed가 계속 유동성을 풀면서 지난 8월까지 7개월 연속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2% 이상 상승한 달이 석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53번째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특히 작년 10월 이후 5% 이상 조정을 겪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증시가 유례없을 정도로 강력한 상승세를 이어온 이유는 네 가지입니다. △전례 없는 완화적 통화정책 △재정정책, 그리고 △강력한 경제 성장세 △기록적 기업 실적입니다.
단순히 9월을 두려워하기보다 이런 네 가지 요인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살펴보는 게 중요할 겁니다.
① 완화적 통화정책
Fed는 작년 3월 팬데믹이 터지자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양적완화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자산이 5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Fed는 이제 테이퍼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만약 3일 발표되는 8월 신규고용이 지난 6, 7월(93만~94만 명) 수준의 증가세를 이어간다면 9월 말 열리는 FOMC에서 테이퍼링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9월이 매우 중요할 수 있습니다.
테이퍼링은 긴축은 아닙니다. 하지만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뜻합니다. 넘치는 유동성의 시대가 끝나간다는 얘기입니다.
② 막대한 재정부양책
미국 행정부는 작년 3월 이후 네 차례 부양책을 통해 6조 달러를 풀었습니다. 지난해 팬데믹으로 인해 GDP의 3.5% 가량 줄었는데, 부양책으로 GDP의 25% 가량을 푼 셈입니다. 하지만 이제 더는 돈을 나눠주는 자비로운 재정부양책은 없습니다. 9월 첫째 주에는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급여(주당 300달러)도 종료됩니다. 이제 ‘공짜 돈’은 없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초대형 인프라딜을 추진 중입니다. 1조2000억 달러 규모(신규자금은 5500억 달러)의 초당적 인프라 법안은 오는 27일 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다만 실시된다 해도 10년간 나눠서 집행되기 때문에 부양 효과는 아주 크지는 않습니다. 민주당은 또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자체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오는 15일까지 구체적 안을 도출하려 하고 있습니다. 여기엔 증세안도 포함됩니다. 전체 규모뿐 아니라 증세안 등은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입니다.
③ 미국의 경기
미국의 2분기 GDP는 연율 6.6%(수정치)로 집계됐습니다. 애초 8~9%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델타 변이 확산에 경기 회복세가 느려진 탓입니다. 그래서 씨티가 집계하는 이코노믹 서프라이즈 지수는 2020년 6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월가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추가로 낮췄습니다. 3분기 GDP 전망치를 9%에서 5.5%로 낮추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6.4%에서 6%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습니다. 델타 변이에 따른 충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또 공급망 문제로 인한 자동차 생산 부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최근 나오는 소비 지표들이 심상치 않습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요소인데 말입니다.
지난 13일 발표된 8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가 전월 81.2에서 70.2로 급락해 2011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한 데 이어 이날 콘퍼런스보드가 집계한 소비자신뢰지수가 전달 125.1에서 8월 113.8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월(95.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현재 여건 지수는 147.3으로 나타났지만, 기대지수는 91.4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소비자들의 1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전달 6.6%에서 8월 6.8%로 추가 상승했습니다.
린 프랑코 콘퍼런스보드 수석 이사는 "주택과 자동차, 주요 가전제품에 대한 지출의향이 모두 다소 냉각됐다. 델타 변이 우려와 기름값, 식품값 상승 우려로 현재 경제 상황과 단기 성장 전망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생겼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그는 "코로나 부활과 인플레 우려로 자신감은 약화했지만 소비자들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지출을 크게 줄일 것으로 결론짓기는 너무 이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델타 변이, 그리고 물가 상승세가 소비 의지를 가로막고 있는 겁니다. 델타 변이는 한 두 달 내 수그러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일시적' 인플레이션은 언제쯤 가라앉을까요? 그게 미국 경기의 핵심인 소비를 유지하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
이날 발표된 또 다른 지표가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의 집값입니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가 집계한 6월 미국 주택가격지수는 연율 18.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달 16.8%보다 오름폭이 확대된 것입니다. 이는 통계가 시작된 1987년 이후 최대 상승률입니다. 특히 20개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지수는 연율로 19.1%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닉스(29.3%), 샌디에고(27.1%), 시애틀(25.0%)은 25%도 넘었습니다.
이런 집값 상승세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6월 수치는 전월 대비 2.2%나 올랐습니다. 20개 도시 모두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달 상승률을 웃돌았습니다.
집값이 오르면 월세(렌트)도 덩달아 오르게 됩니다. 아파트먼트리스트닷컴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미국 전국의 중위 임대료는 13.8% 올랐습니다.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1~8월엔 평균 3.6%에 불과했습니다. 월세 상승세가 평년의 네 배에 가까운 겁니다. 집값과 렌트만 문제가 아닙니다. 자동차 가격도 심각합니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도요타가 생산량을 40% 줄이기로 한 데 이어 지난 30일 스텔란티스(옛 크라이슬러)가 캐나다 공장 등 북미 공장 일부의 폐쇄를 2주 더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포드와 닛산, GM 등도 북미 곳곳의 공장을 돌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자동차 재고는 사상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JD파워와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의 자동차 딜러들은 현재 약 94만2000대의 차량을 재고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2년 전의 약 300만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이에 따라 가격은 오르고 판매량은 줄고 있습니다. 8월 평균 거래가는 1년 전보다 16% 상승한 대당 4만1378달러까지 오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또 8월의 신차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14.3% 감소한 98만7100대로 관측됩니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은 2022년 말까지 지속하면서, 신차 생산은 2023년에나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모건스탠리는 "가격 폭등과 소비 능력의 저하(더 부양책은 없다는 가정)가 결합돼 소비자 심리가 붕괴하고 있다. 이는 미국 소비자가 빠르게 더블 딥(Double-Dip) 경기 침체로 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장기 추세보다 15%나 많았던 개인 소비는 재정부양책 종료에 따라 기존 추세로 복귀하면서 단기에는 추세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그는 반도체 공급난이 자동차뿐 아니라 개인용 컴퓨터, 휴대폰 및 기타 전자 제품뿐 아니라 세탁기, 냉장고 등 기타 소비재와 산업재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가격 상승과 소비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다만 지난 2분기 실적을 보면 월마트 타겟 베스트바이 등 주요 유통업체들의 매출은 매우 좋았고, 이들이 제시하는 전망도 괜찮았습니다.
실제 지난주 발표된 7월 개인소비지출(PCE)을 보면 상품 소비는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보다 20%나 늘어났고, 서비스 소비도 1% 많아졌습니다. 또 소비의 원천인 개인소득은 지난 7월에도 전월보다 1.1% 증가했습니다. 이날 월그린은 경쟁사 CVS에 이어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높이기로 했습니다.
과연 소비는 이어질까요. 9월 지표들이 계속 악화한다면 투자자들의 자신감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④ 기업 이익
지난 2분기 기업 이익은 기록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작년 동기보다 약 90% 증가했고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분기보다도 30% 가량 증가했습니다. 마진율은 13%에 달해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런 기업 실적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주가 상승세는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가는 지난 2분기 평균 배럴당 69달러(브렌트유 기준)에 거래됐습니다. 작년 2분기 33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습니다. 많은 원자재, 그리고 이를 운송하는 물류비용도 치솟았습니다. 구인난으로 인한 임금 상승도 커다란 부담입니다.
게다가 재정부양책 효과는 떨어지면서 경기 회복세는 느려질 이고, 통화정책도 긴축 상태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3, 4분기 기업 수익 전망이 약화하면서 주가가 선제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보고서에서 거시경제 데이터가 약화하기 시작했고 노동 및 공급망 문제가 남아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순풍에서 역풍으로 바뀌었다면서 2021년 연간 EPS는 작년보다 46% 증가한 204달러에 달하겠지만, 2022년에는 5% 증가한 215달러에 그칠 것으로 봤습니다.
모건스탠리도 기업 이익의 증가세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혼란, 그리고 증세 등으로 인해 위협받을 것으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월가의 컨센서스는 올해 205달러, 내년 225달러 수준입니다. 내년에도 10% 증가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이런 컨센서스를 대표하는 게 UBS와 골드만삭스입니다. UBS는 최근 올해 S&P500 기업의 EPS 추정치는 작년보다 45% 증가해 주당 207달러에 달하고, 내년에도 10% 늘어 227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S&P500 지수 전망치를 기존 4500에서 4600으로, 또 내년 말에는 5000으로 높였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달보다 52.5에서 47.5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데, 비제조업 경기가 위축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8월 제조업 PMI도 50.1로 낮아졌습니다. 겨우 50선을 지켰습니다. 수출이 둔화하고 주택 투자가 후퇴하고 신용 성장이 하락하는 가운데 기업 경기도 확연히 꺾인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면 경기 하강세를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유럽에선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테이퍼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인플레이션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인 3%를 기록한 겁니다. 다음 달 9일 통화정책 회의를 앞둔 유럽중앙은행(ECB)에서는 물가를 잡기 위해 채권매입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오스트리아 출신 로버트 홀츠먼 이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ECB가 팬데믹 시대의 부양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소식은 아침부터 미국의 금리를 1.3%대로 높였습니다. 그리고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약보합세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테이퍼링 시점에 큰 영향을 줄 오는 3일 8월 신규고용 발표를 앞두고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0.11%, S&P500지수는 0.13% 하락했고, 나스닥은 0.04% 약보합세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뉴욕 증시가 역사적으로 약세를 보여온 9월을 앞두고 시장에 조정 등 부정적 얘기들이 많다"라면서 "투자 심리가 그리 나쁜 편은 아니지만 경제 지표를 확인하면서 조심스럽게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좀 늘어난 듯하다"라고 말했습니다.
CNBC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S&P500 지수가 9월에 오를 확률은 45%입니다. 그리고 평균 월 수익률은 -0.56%입니다. 모든 달 중에 최악이며 2월과 함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두 달 중 하나입니다.
특히 신임 대통령 취임 첫해 9월엔 하락 폭이 더 컸습니다. 수익률이 -0.73%입니다. 또 올해처럼 7, 8월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해에는 S&P500 지수가 9월에 오를 확률은 43%에 불과하며 평균 수익률은 –0.74%로 나타났습니다.
LPL리서치에 따르면 9월은 1950년대 이후, 지난 20년간, 지난 10년간, 선거 직후 해를 모두 봐도 수익률이 마이너스입니다. 이런 '9월 효과'의 배경은 알려져있지 않습니다. 통상 과세연도가 10월 말로 끝나는 뮤추얼펀드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것이란 관측도 있고, 휴가를 마치고 온 펀드매니저들은 기존 포지션을 바꾸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다만 지난 4년 동안만 따지면 9월에 세 번이나 올랐습니다. 작년에만 3%가량 급락했었죠. 월가 관계자는 "올해는 8월에도 S&P500 지수가 3%나 올랐다. Fed가 전례 없는 막대한 유동성을 주입하면서 계절성도 나타나지 않는 듯하다"라고 말했습니다.
Fed가 계속 유동성을 풀면서 지난 8월까지 7개월 연속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2% 이상 상승한 달이 석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53번째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특히 작년 10월 이후 5% 이상 조정을 겪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증시가 유례없을 정도로 강력한 상승세를 이어온 이유는 네 가지입니다. △전례 없는 완화적 통화정책 △재정정책, 그리고 △강력한 경제 성장세 △기록적 기업 실적입니다.
단순히 9월을 두려워하기보다 이런 네 가지 요인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살펴보는 게 중요할 겁니다.
① 완화적 통화정책
Fed는 작년 3월 팬데믹이 터지자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양적완화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자산이 5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Fed는 이제 테이퍼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만약 3일 발표되는 8월 신규고용이 지난 6, 7월(93만~94만 명) 수준의 증가세를 이어간다면 9월 말 열리는 FOMC에서 테이퍼링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9월이 매우 중요할 수 있습니다.
테이퍼링은 긴축은 아닙니다. 하지만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뜻합니다. 넘치는 유동성의 시대가 끝나간다는 얘기입니다.
② 막대한 재정부양책
미국 행정부는 작년 3월 이후 네 차례 부양책을 통해 6조 달러를 풀었습니다. 지난해 팬데믹으로 인해 GDP의 3.5% 가량 줄었는데, 부양책으로 GDP의 25% 가량을 푼 셈입니다. 하지만 이제 더는 돈을 나눠주는 자비로운 재정부양책은 없습니다. 9월 첫째 주에는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급여(주당 300달러)도 종료됩니다. 이제 ‘공짜 돈’은 없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초대형 인프라딜을 추진 중입니다. 1조2000억 달러 규모(신규자금은 5500억 달러)의 초당적 인프라 법안은 오는 27일 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다만 실시된다 해도 10년간 나눠서 집행되기 때문에 부양 효과는 아주 크지는 않습니다. 민주당은 또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자체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오는 15일까지 구체적 안을 도출하려 하고 있습니다. 여기엔 증세안도 포함됩니다. 전체 규모뿐 아니라 증세안 등은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입니다.
③ 미국의 경기
미국의 2분기 GDP는 연율 6.6%(수정치)로 집계됐습니다. 애초 8~9%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델타 변이 확산에 경기 회복세가 느려진 탓입니다. 그래서 씨티가 집계하는 이코노믹 서프라이즈 지수는 2020년 6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월가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추가로 낮췄습니다. 3분기 GDP 전망치를 9%에서 5.5%로 낮추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6.4%에서 6%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습니다. 델타 변이에 따른 충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또 공급망 문제로 인한 자동차 생산 부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최근 나오는 소비 지표들이 심상치 않습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요소인데 말입니다.
지난 13일 발표된 8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가 전월 81.2에서 70.2로 급락해 2011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한 데 이어 이날 콘퍼런스보드가 집계한 소비자신뢰지수가 전달 125.1에서 8월 113.8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월(95.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현재 여건 지수는 147.3으로 나타났지만, 기대지수는 91.4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소비자들의 1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전달 6.6%에서 8월 6.8%로 추가 상승했습니다.
린 프랑코 콘퍼런스보드 수석 이사는 "주택과 자동차, 주요 가전제품에 대한 지출의향이 모두 다소 냉각됐다. 델타 변이 우려와 기름값, 식품값 상승 우려로 현재 경제 상황과 단기 성장 전망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생겼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그는 "코로나 부활과 인플레 우려로 자신감은 약화했지만 소비자들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지출을 크게 줄일 것으로 결론짓기는 너무 이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델타 변이, 그리고 물가 상승세가 소비 의지를 가로막고 있는 겁니다. 델타 변이는 한 두 달 내 수그러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일시적' 인플레이션은 언제쯤 가라앉을까요? 그게 미국 경기의 핵심인 소비를 유지하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
이날 발표된 또 다른 지표가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의 집값입니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가 집계한 6월 미국 주택가격지수는 연율 18.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달 16.8%보다 오름폭이 확대된 것입니다. 이는 통계가 시작된 1987년 이후 최대 상승률입니다. 특히 20개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지수는 연율로 19.1%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닉스(29.3%), 샌디에고(27.1%), 시애틀(25.0%)은 25%도 넘었습니다.
이런 집값 상승세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6월 수치는 전월 대비 2.2%나 올랐습니다. 20개 도시 모두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달 상승률을 웃돌았습니다.
집값이 오르면 월세(렌트)도 덩달아 오르게 됩니다. 아파트먼트리스트닷컴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미국 전국의 중위 임대료는 13.8% 올랐습니다.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1~8월엔 평균 3.6%에 불과했습니다. 월세 상승세가 평년의 네 배에 가까운 겁니다. 집값과 렌트만 문제가 아닙니다. 자동차 가격도 심각합니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도요타가 생산량을 40% 줄이기로 한 데 이어 지난 30일 스텔란티스(옛 크라이슬러)가 캐나다 공장 등 북미 공장 일부의 폐쇄를 2주 더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포드와 닛산, GM 등도 북미 곳곳의 공장을 돌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자동차 재고는 사상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JD파워와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의 자동차 딜러들은 현재 약 94만2000대의 차량을 재고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2년 전의 약 300만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이에 따라 가격은 오르고 판매량은 줄고 있습니다. 8월 평균 거래가는 1년 전보다 16% 상승한 대당 4만1378달러까지 오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또 8월의 신차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14.3% 감소한 98만7100대로 관측됩니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은 2022년 말까지 지속하면서, 신차 생산은 2023년에나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모건스탠리는 "가격 폭등과 소비 능력의 저하(더 부양책은 없다는 가정)가 결합돼 소비자 심리가 붕괴하고 있다. 이는 미국 소비자가 빠르게 더블 딥(Double-Dip) 경기 침체로 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장기 추세보다 15%나 많았던 개인 소비는 재정부양책 종료에 따라 기존 추세로 복귀하면서 단기에는 추세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그는 반도체 공급난이 자동차뿐 아니라 개인용 컴퓨터, 휴대폰 및 기타 전자 제품뿐 아니라 세탁기, 냉장고 등 기타 소비재와 산업재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가격 상승과 소비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다만 지난 2분기 실적을 보면 월마트 타겟 베스트바이 등 주요 유통업체들의 매출은 매우 좋았고, 이들이 제시하는 전망도 괜찮았습니다.
실제 지난주 발표된 7월 개인소비지출(PCE)을 보면 상품 소비는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보다 20%나 늘어났고, 서비스 소비도 1% 많아졌습니다. 또 소비의 원천인 개인소득은 지난 7월에도 전월보다 1.1% 증가했습니다. 이날 월그린은 경쟁사 CVS에 이어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높이기로 했습니다.
과연 소비는 이어질까요. 9월 지표들이 계속 악화한다면 투자자들의 자신감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④ 기업 이익
지난 2분기 기업 이익은 기록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작년 동기보다 약 90% 증가했고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분기보다도 30% 가량 증가했습니다. 마진율은 13%에 달해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런 기업 실적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주가 상승세는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가는 지난 2분기 평균 배럴당 69달러(브렌트유 기준)에 거래됐습니다. 작년 2분기 33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습니다. 많은 원자재, 그리고 이를 운송하는 물류비용도 치솟았습니다. 구인난으로 인한 임금 상승도 커다란 부담입니다.
게다가 재정부양책 효과는 떨어지면서 경기 회복세는 느려질 이고, 통화정책도 긴축 상태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3, 4분기 기업 수익 전망이 약화하면서 주가가 선제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보고서에서 거시경제 데이터가 약화하기 시작했고 노동 및 공급망 문제가 남아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순풍에서 역풍으로 바뀌었다면서 2021년 연간 EPS는 작년보다 46% 증가한 204달러에 달하겠지만, 2022년에는 5% 증가한 215달러에 그칠 것으로 봤습니다.
모건스탠리도 기업 이익의 증가세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혼란, 그리고 증세 등으로 인해 위협받을 것으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월가의 컨센서스는 올해 205달러, 내년 225달러 수준입니다. 내년에도 10% 증가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이런 컨센서스를 대표하는 게 UBS와 골드만삭스입니다. UBS는 최근 올해 S&P500 기업의 EPS 추정치는 작년보다 45% 증가해 주당 207달러에 달하고, 내년에도 10% 늘어 227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S&P500 지수 전망치를 기존 4500에서 4600으로, 또 내년 말에는 5000으로 높였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