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發 산업재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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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리포트
中, 탄소 줄인다며 철강 감산
고철 사용하는 '전기로'는 확대
철광석·고철값 이례적 '디커플링'
전기차·신재생에너지 수요 폭발
리튬·니켈 등 비철금속값 폭등
글로벌 新자원전쟁 대비해야
中, 탄소 줄인다며 철강 감산
고철 사용하는 '전기로'는 확대
철광석·고철값 이례적 '디커플링'
전기차·신재생에너지 수요 폭발
리튬·니켈 등 비철금속값 폭등
글로벌 新자원전쟁 대비해야
국제 원자재 시장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산업 재편 여파로 요동치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탄소배출량 축소를 위해 철강 감산에 나서면서 국제 철광석 가격이 한 달 만에 40% 폭락했다. 반면 탄소 배출이 적은 철강 원료인 고철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업계는 이 현상을 예의주시하며 대책을 고심 중이다. 과거의 단기 사이클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재편에 따른 ‘뉴노멀(new normal)’이란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반면 철광석과 함께 쇳물 생산의 핵심 원료인 고철(철스크랩) 가격은 고삐가 풀린 듯 오르고 있다. 국내 고철 유통 가격은 생철 기준으로 8월 기준 t당 60만원을 기록했다. 연초 대비 60%,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선 130% 뛰었다.
철강 생산 원료인 철광석과 고철 가격이 따로 움직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철강산업 역사에선 이례적 현상이다. 철광석은 주로 코크스를 태워 발생하는 열을 활용하는 고로, 고철은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로를 통해 쇳물로 만들어진다. 고철은 고로 공법에서도 원료의 10%가량을 차지한다. 석유와 달리 지정학적 요인 영향도 적다 보니 철광석과 고철은 조선, 자동차, 전자, 건설 등 전방산업 경기에 따라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오랜 상관관계를 깬 것은 전체 철강 생산의 50%를 차지하는 중국이다.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대대적인 철강산업 구조 개편에 나섰다. 중국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의 15%를 차지하는 철강산업 변화 없이 탄소중립 달성은 요원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중국은 전반적인 철강 감산과 동시에 철광석을 코크스로 태우는 과정에서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고로 기반 쇳물 생산을 줄이고 전기로 비중을 확대하는 재편에 나서고 있다. 전기로 공법의 탄소배출량이 고로 공법의 2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의 7월 조강(쇳물) 생산량은 8679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8% 감소했다. 현재 10%대인 전기로 제강 비율을 2030년까지 40%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고로 폐쇄에 착수했다. 고로에 투입하는 고철량도 30%까지 늘리기로 했다.
요동치는 원자재 가격은 국내 기업에 전방위 여파를 미치고 있다. 철강을 비롯해 화학, 전자, 자동차, 조선 등 한국의 주력 산업 대부분이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한 뒤 가공해 중간재나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에선 안정적인 고철 공급망 구축이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고철 사용량의 20%만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고로만 활용하던 포스코가 고철 투입 비중을 올해 15%에서 20%로 높이고, 2025년까지 30%로 높인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고철 공급 부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에 철강사들은 국내 공급 외에 해외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 중이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중국,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들이 관세 장벽을 쌓아 사실상 고철 수출길을 막고 있어서다.
배터리 제조사와 소재 기업들도 필수 원자재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호주 원자재 업체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연달아 체결하며 향후 10여 년간 전기차 250만 대분 배터리 제조에 쓰일 니켈 14만1000t과 코발트 1만4000t을 확보했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전략팀장은 “정부가 최근 산업용 희소금속 비축 물량 확대에 나섰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며 “막대한 투자비용과 실패 가능성을 안고 있는 해외 자원개발에선 정부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중국 탄소중립 드라이브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기준 철광석 현물 가격은 지난달 30일 t당 156.66달러를 기록했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 7월까지 t당 220달러 선을 유지하다 8월 중순엔 t당 130달러대로 한 달 만에 40% 넘게 급락한 뒤 140~150달러 선에서 횡보 중이다. 철광석 가격이 140달러 선으로 떨어진 것은 올해 초 이후 8개월 만이다.반면 철광석과 함께 쇳물 생산의 핵심 원료인 고철(철스크랩) 가격은 고삐가 풀린 듯 오르고 있다. 국내 고철 유통 가격은 생철 기준으로 8월 기준 t당 60만원을 기록했다. 연초 대비 60%,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선 130% 뛰었다.
철강 생산 원료인 철광석과 고철 가격이 따로 움직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철강산업 역사에선 이례적 현상이다. 철광석은 주로 코크스를 태워 발생하는 열을 활용하는 고로, 고철은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로를 통해 쇳물로 만들어진다. 고철은 고로 공법에서도 원료의 10%가량을 차지한다. 석유와 달리 지정학적 요인 영향도 적다 보니 철광석과 고철은 조선, 자동차, 전자, 건설 등 전방산업 경기에 따라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오랜 상관관계를 깬 것은 전체 철강 생산의 50%를 차지하는 중국이다.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대대적인 철강산업 구조 개편에 나섰다. 중국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의 15%를 차지하는 철강산업 변화 없이 탄소중립 달성은 요원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중국은 전반적인 철강 감산과 동시에 철광석을 코크스로 태우는 과정에서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고로 기반 쇳물 생산을 줄이고 전기로 비중을 확대하는 재편에 나서고 있다. 전기로 공법의 탄소배출량이 고로 공법의 2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의 7월 조강(쇳물) 생산량은 8679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8% 감소했다. 현재 10%대인 전기로 제강 비율을 2030년까지 40%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고로 폐쇄에 착수했다. 고로에 투입하는 고철량도 30%까지 늘리기로 했다.
○리튬·니켈 등 비철금속도↑
탄소중립은 리튬, 니켈, 알루미늄 등 관련 비철금속 가격 폭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친환경 모빌리티의 핵심인 배터리(2차전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원료 탄산리튬의 가격은 지난달 25일 ㎏당 102위안으로 한 달 만에 27.5% 급등했다. 또 다른 배터리 소재인 니켈과 경량화 소재인 알루미늄도 각각 연초 대비 9%, 30% 상승했다. 텅스텐, 코발트, 마그네슘 등 배터리, 특수강의 핵심 원료들도 올해 들어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요동치는 원자재 가격은 국내 기업에 전방위 여파를 미치고 있다. 철강을 비롯해 화학, 전자, 자동차, 조선 등 한국의 주력 산업 대부분이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한 뒤 가공해 중간재나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에선 안정적인 고철 공급망 구축이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고철 사용량의 20%만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고로만 활용하던 포스코가 고철 투입 비중을 올해 15%에서 20%로 높이고, 2025년까지 30%로 높인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고철 공급 부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에 철강사들은 국내 공급 외에 해외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 중이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중국,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들이 관세 장벽을 쌓아 사실상 고철 수출길을 막고 있어서다.
배터리 제조사와 소재 기업들도 필수 원자재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호주 원자재 업체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연달아 체결하며 향후 10여 년간 전기차 250만 대분 배터리 제조에 쓰일 니켈 14만1000t과 코발트 1만4000t을 확보했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전략팀장은 “정부가 최근 산업용 희소금속 비축 물량 확대에 나섰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며 “막대한 투자비용과 실패 가능성을 안고 있는 해외 자원개발에선 정부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