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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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서 자금이 몰리고 있다. 모처럼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엔 이틀 새 2조원이 몰렸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27일 기준 514조7304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로 인상했던 25일과 비교하면 이틀만에 1조6800억이나 몰린 것이다. 지난달 말과 비교해서는 4조864억원이나 늘었다.

이 같은 '머니무브'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반영되면서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예·적금 금리를 연 0.10~0.30%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정기예금 △6개월 이상 1년 미만은 0.40%에서 0.65%로 △1년 이상 2년 미만은 0.50%에서 0.75%로 각각 0.25%포인트씩 오른다. 정기적금의 경우 △6개월 이상 1년 미만은 0.50%에서 0.80%로, △1년 이상 2년 미만은 0.70%에서 1.00%로 각각 0.30%포인트 상승한다.

NH농협은행도 이날부터 예금 상품별 금리를 0.05~0.25%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케이뱅크도 지난달 28일부터 '코드K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했다. 가입기간 1년 기준 금리는 1.20%에서 1.40%로 조정됐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30일부터 예·적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0.25~0.30%포인트 올렸다. 대표 상품인 1년 기준 금리는 0.60%에서 0.85%로 올랐으며, 가입기간 2년 이상이면 0.30%포인트 상향 조정된다.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도 조만간 예·적금 금리를 올릴 계획이다.

은행권에서는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자금 쏠림이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 내 추가로 1~2회의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추정하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도 자금을 유입시킨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서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최근엔 시중 유동성이 워낙 풍부하다보니 잠시 돈을 맡기는 형태의 수시입출식통장 등에 자금이 많이 쌓이는 상황으로, 주식 등에 투자하는 대기성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시중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인상하면서 연 1%대 초중반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기준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0.91%였다. 지난해 5월 연 1.07% 이후 줄곧 0%대를 유지해 온 바 있다.

예·적금 금리 상승에 따라 대출 금리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예·적금 등 수신 금리를 조달비용으로 반영해 산출되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수신 금리 인상은 오는 15일 발표되는 코픽스에 반영돼 대출 금리도 함께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