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 대한노인회 방문 >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일 서울 효창동 대한노인회를 찾아 김호일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 尹, 대한노인회 방문 >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일 서울 효창동 대한노인회를 찾아 김호일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야권 1위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3위권 후보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과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날 선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들 후보가 추격해오자 공세적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은 1일 서울 효창동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 의원을 겨냥해 “행정 수반인 대통령이 형사처벌에 관한 사법 집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두테르테식”이라며 “우리 사법 시스템이 흉악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은 문제를 잘 파악해 국회와 협조해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홍 의원이 20개월 영아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는 양모씨를 향해 “이런 놈은 사형시켜야 되지 않습니까”라고 쓴 SNS 글에 대해 입장을 물어보자 내놓은 답변이다. 홍 의원을 거침없는 막말 행각으로 잘 알려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 비유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이 같은 당의 대선 후보를 직접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윤 전 총장은 과거 홍 의원의 거듭된 도발에도 “제 할 일만 하면 되는 것 아니겠냐”며 확전을 꺼렸다.
< 洪, 자갈치시장 찾아 >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일 부산 남포동 자갈치시장을 찾아 상인이 건넨 전복을 맛보고 있다.  /뉴스1
< 洪, 자갈치시장 찾아 >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일 부산 남포동 자갈치시장을 찾아 상인이 건넨 전복을 맛보고 있다. /뉴스1
홍 의원은 즉각 반격했다. 그는 SNS에 “문재인 대통령이 두테르테이고 귀하(윤 전 총장)는 두테르테의 하수인”이라며 “문 대통령이 적폐수사를 지시하자, 우리 진영 사람 1000명을 무차별 수사해 200여 명을 구속시키고 5명을 자살케 한 분”이라고 비난했다. 또 “정치수사를 감행한 공로로 7단계를 뛰어넘어 검찰총장이 됐다”며 “자신부터 지난날 적폐수사를 반성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요구했다. 유 전 의원도 SNS를 통해 “적폐수사한다고 얼마나 탈탈 털고 모욕을 줬으면, 고(故) 이재수 장군을 비롯해 조진래 전 의원, 김인식 KAI 부사장, 변창훈 검사, 정치호 변호사 등 다섯 사람이나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겠느냐”며 “본인부터 되돌아보라”고 몰아세웠다.
< 劉, 한국노총으로 >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왼쪽 세 번째)이 1일 서울 여의도동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네 번째)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 劉, 한국노총으로 >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왼쪽 세 번째)이 1일 서울 여의도동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네 번째)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윤 전 총장은 유 전 의원 측을 향해서도 각을 세웠다. 유 전 의원 캠프에 속한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윤 전 총장의 1호 공약인 ‘청년 원가주택’에 대해 “추계를 한 결과 2000조원에 가까운 국가 돈이 들어간다”고 한 논평에 대해 입장을 물어보자, 윤 전 총장은 기다렸다는 듯 “이런 게 바로 가짜뉴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원가주택은 재정부담이 들지 않는다”며 “초기 투입 비용은 나중에 주택을 분양함으로써 회수되고, 그 과정에 들어가는 금융비용조차 원가에 산정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 캠프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논평에서 “원가 3억원 아파트 30만호를 다 합쳐도 90조원이고, 이 원가비용은 분양받는 입주자가 부담하면 된다”며 “어떤 계산법을 동원한 것인지 ‘산수’를 틀린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이에 유 전 의원은 원가주택의 재정 추계를 한 엑셀표를 공개하며 “자기들 공약의 내용을 스스로 잘 이해하는지 궁금하다”고 맞받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의 적폐수사 이력과 부동산 공약은 앞으로 내부 경선이 시작되면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