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타다금지법으로 불렸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으로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막을 내릴 때, 쏘카가 큰 타격을 받았으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쏘카는 전진했다. 쏘카 매출은 지난해 2600억원대까지 성장했고, 지난해 10월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기업을 지칭하는 ‘유니콘’ 대열에도 입성하게 됐다.

2011년 설립된 쏘카의 누적 회원은 700만명에 달한다. 전국 운전면허 소지자 5명 가운데 1명은 쏘카 회원이다. 이동 수요가 줄어든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30% 가까운 매출 성장을 만들었다.

쏘카는 어떻게 유니콘으로 우뚝 설 수 있었을까. 또 타다 베이직 서비스 철회, 코로나19 등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쏘카는 어떻게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었을까. 마케팅에서 그 답을 찾아봤다.

상황 1 새로운 이용자로 떠오른 MZ세대
도전 1 ‘자유로움’을 강조한 마케팅

MZ세대를 포함한 모바일 세대들은 렌터카를 이용할 때 누군가를 대면해야 하는 과정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이 문제의 핵심은 ‘대면’보다는 ‘복잡함’이었다. 약속 시간 설정, 서류 작업 등 오프라인에서 해결해야 할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쏘카는 이 모든 과정을 모바일 앱으로 옮겨와 비대면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불편함을 없앴다. 기존의 이용자 정보를 등록만 해두면 주변의 차를 모바일로 조회하고, 예약하고, 문 열고 이용하고, 반납하는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했다.

마케팅에서도 이를 메시지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TV광고, 모바일광고 등에서 밤 중이라도 바다를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쏘카를 이용해 떠날 수 있고, 이용 시간도 필요한 만큼만 자유로이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여 차량이 필요한 때 언제 어디서든 쏘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전달했다.

MZ세대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개성’이다. 하나의 세대로 묶어 하나의 가치만을 전달한다고 되지 않는다. 쏘카는 이에 주목한 데이터 기반 ‘개인화’ 마케팅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이를 데이터로 분석해 각자 적확한 마케팅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컨대, 기존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 어떤 사람이 캠핑을 좋아한다면 주말 직전 차박의 장점을 보여주는 브랜드 콘텐츠를 보여주거나, 저녁 퇴근 시간에 맞춰서는 야간에 가보면 좋은 근교 드라이빙 코스를 추천하는 등 시점별로 다른 메시지를 노출할 수도 있다.

이러한 개인화 마케팅을 시도하면 이미 차를 보유한 사람까지도 마케팅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차가 있는 사람이라도 가족 여행이나 짐을 옮기는 경우 잠시 사용할 큰 차가 필요하기도 하고, 장거리 여행 시에는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이동한 후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차를 빌려 그 지역을 여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이러한 상황과 목적에 맞춰 관련 렌터카 상품을 추천하는 광고를 넣을 수도 있다.

상황 2 코로나19發 위기
도전 2 렌터카 발상의 전환과 신속한 방역

쏘카에게 코로나19는 다층적인 위기였다. 먼저, 여행객의 급감은 렌터카 업체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었다. 렌터카 개념은 본래 여행 등 먼 거리를 갈 때 사용하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 작년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으로 이동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쏘카도 위기에 직면했었다. 특히 모임 인원에 제한이 생기면서 기존 쏘카 수요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가족 여행, 친구들과의 여행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에 쏘카는 렌터카의 이미지 확장에 힘을 쏟았다. 코로나19 상황에도 여전히 출퇴근, 외근 등 주중 이동에 대한 수요는 존재한다는 점에 집중한 것이다.

퇴근 시 근처 쏘카존에서 쏘카를 빌려서 집에 가고, 아침에 반납하는 평일 저녁 전용 퇴출근 상품을 만들었고, 이 상품을 평일 오후 시간 26세 이상 타깃으로 온라인 광고를 운영했다.

그리고 코로나 상황에 맞춰, 계획된 긴 여행이 아니라 짧은 근교 드라이브 위주로 차량 이용을 할 수 있도록 근교 드라이빙에 대한 콘텐츠도 제작해 배포했다.

코로나19는 ‘공유’ 서비스인 쏘카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줬다. 쏘카가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서비스인 만큼 방역 이슈는 매우 민감하게 작용했다.

이에 쏘카는 발빠르게 차 내에 크리넥스와 협업한 소독용 물티슈를 배치하고 세차 시 알코올로 차내 소독을 추가로 실시하는 등 방역에 더욱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이를 이용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안내했다.

그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카셰어링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고 올해에도 작년 대비 30%에 가까운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쏘카
사진=쏘카

상황 3 치열해지는 카셰어링 시장
도전 3 구독을 통한 ‘록인전략’

쏘카는 여전히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진 1위 사업자이지만, 지역 기반으로 새로운 카셰어링 서비스 업체가 생겨나고 2위 업체도 차량 인프라에 투자하며 규모를 늘리면서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 마케팅 경쟁이 되지 않도록, 쏘카는 2019년부터 구독 서비스를 출시해 운영했다. 충성 이용자를 확보한다는 취지다.

쏘카 이용자들에게 혜택으로 돌려주자는 취지로 지난 6월말 모빌리티 멤버십 ‘패스포트’를 새롭게 출시했으며 실제로 두 달 만에 6만명 넘는 멤버십 가입자가 모였다.

패스포트는 연 2만9000원이라는 소액의 구독료로 운영된다. 구독 자체로 수익을 챙기는 것보단 이용자들을 쏘카 내로 묶어두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이용금액의 최대 5%를 크레딧으로 적립할 수 있고, 가입 즉시 7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쏘카 뿐만 아니라 차를 운전하기 어려운 상황에는 택시 서비스 ‘타다 라이트’도 이용할 수 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쏘카 마케팅은 다양한 방면에서 뛰어난 점을 보여줬지만 이 모든 것의 기반은 ‘데이터’다. 개인화 마케팅을 주도한 데이터 분석부터, 코로나19 당시 빠른 대처를 가능하게 했던 것까지 데이터 분석 능력을 빼놓고 말 할 수는 없다.

새로운 매출 수익원으로 구독 전략을 들고 나온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구독은 단순히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것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

구독자들은 쏘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것이고, 그들의 이용 데이터 패턴을 보다 확실하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구독자들의 이용 데이터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데이터보다도 훨씬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은 쏘카가 구독 서비스에 본격 진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향후 모빌리티 데이터는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쏘카의 이용자들이 어떤 성향을 가지는지에 따라서 마케팅 방향도 분명 바뀌게 될 것이다. 쏘카의 사례에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쏘카가 어떤 마케팅을 했느냐’ 보다는 ‘쏘카가 어떤 방식으로 마케팅을 했냐’다. 물론 그 방식은 ‘데이터 기반 사고’다.

구민기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모든 기업은 록인(Lock-in)을 통해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 하지만, 우리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없듯이 소비자들 역시 모든 브랜드의 고객이 될 수는 없다.

어떤 고객은 단 한 번만 제품을 구매해보고 영원히 떠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짧은 인연을 기대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마케터는 항상 전략적으로 “고객 몰입(Customer Commitment)”을 유도해 고객과 더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케팅에서는 고객 몰입을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본다. 첫번째는 계산적 몰입(calculative commitment), 쉽게 말해 “need to”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소비자들이 이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그것이 그들에게 계산적으로 유리하거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특정 공유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이유는 그 회사가 제공하는 마일리지나 포인트 혜택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정서적 몰입(affective commitment), 즉 “want to”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 몰입의 이유는 그 브랜드를 감정적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스마트폰이 아무리 비싸도 그 브랜드를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기꺼이 밤을 새워 줄을 서고, 그 누구보다 먼저 그 제품을 갖고 싶어 한다.

세번째는 규범적 몰입(normative commitment), 즉 “have to”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 몰입의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이동 통신회사와 2년 약정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내일도, 다음 달에도 그 회사를 계속 이용해야 한다.

쏘카의 경우,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 몰입을 잘 유도했다고 판단된다. 특히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한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는 고객의 자연스러운 몰입을 매우 효과적으로 유도하였다. 심지어 소비자의 상황과 선호를 예측함으로써 고객의 수고를 미리 덜어주기도 했다.

이러한 맞춤형 혜택과 비용 절감에 매력을 느낀 소비자들은 쏘카와 더 장기적인 계산적 몰입 관계로 유도될 것이다. 쏘카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고 유리하기 때문에 쏘카에 자연스럽게 록인되는 것이다. 구독 서비스 역시 고객의 계산적 몰입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마케팅 프로그램이다.

단 계산적 몰입에만 지나치게 집중할 경우, 경쟁사가 더 매력적인 경제적 혜택을 제공할 때 쉽게 관계가 무너질 수 있음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자주 이용하는 공유 서비스의 마일리지나 포인트를 경쟁사가 모두 보상해주고 추가 혜택까지 제공한다면, 이 관계는 생각보다 쉽게 깨질 수 있다.

따라서 마케터는 신규 고객 유입 단계에서는 계산적 몰입, 혹은 규범적 몰입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일단 형성한 후,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애착을 통한 정서적 몰입을 유도해 고객과 더 강력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쏘카는 우리 사회에 공유경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공유경제는 2008년 하버드 법대 로렌스 레식 교수가 처음으로 제안한 용어다.

물건을 소유만 하지 말고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사용함으로써 유휴 자원의 활용을 최대화하자는 의미다. 물건뿐 아니라 서비스나 공간 등으로 그 적용 범위가 더 확장되어 왔다.

2011년엔 미국 주간지 ‘타임’이 공유경제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아이디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공유경제의 개념이 등장한 후 10여년이 흐른 지금, 공유경제는 어떤 상황인가.

국내 상황만 보더라도, 쏘카 같은 차량공유에서부터, 승차공유, 숙박공유, 자전거공유, 공간공유, 주차장공유, 주거공유, 의류공유, 식사공유, 지식 및 경험공유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곳곳에 공유경제 관련 서비스와 기업이 생겨났다. 조금 과장해 말하자면 그야말로 ‘공유경제 세상’이다.

기사에 따르면, 쏘카는 데이터 분석 능력을 앞세워 차량공유 서비스 이용자들의 특성을 파악함으로써 마케팅과 기업실적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쏘카를 비롯한 공유경제 관련 기업들의 마케터라면 공유 서비스 이용자들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고 싶을 것이다.

공유 서비스 이용자들에 대한 여러 연구 중 눈길이 가는 연구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 연구는 차량공유, 숙박공유, 유아용품 공유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20~5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공유서비스 만족도에 양향을 미치는 심리적 특성을 알아보았다.

다음의 두 가지 연구 결과가 흥미로웠는데 첫째, 차량공유 이용자들이 숙박공유나 유아용품 공유 서비스 이용자들에 비해 ‘지위추구성향’이 높았다. 지위추구성향은 자신의 지위를 향상시켜주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이 많고 비용을 더 지불할 용의가 있는 것을 가리킨다. 한 마디로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한다는 의미다.

둘째, 차량공유 이용자들이 숙박공유 이용자들보다 ‘사회적 가치’의 지각 수준이 높았다. 차량공유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자원 절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기존의 소비자 데이터와 더불어 차량공유서비스 만족에 영향을 미치는 이용자들의 이러한 심리적인 특성을 마케팅에 적용해 보는 것도 생각해 봄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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