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간부와 TV 첫 대면 인터뷰를 진행해 화제가 됐던 여성 앵커가 아프간 탈출 후 "텔라반은 여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아프간을 탈출한 사실이 알려진 베헤슈타 아르간드(23)는 로이터통신, 가디언 등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탈레반은 톨로뉴스 경영진에 여성 직원은 모두 히잡을 쓰게 하고, 여성 앵커들을 일하지 못하게 했다"고 폭로했다.

또 "탈레반은 언론사에 그들의 인수와 통치에 대한 보도를 중단하라고 했다"며 "간단한 질문조차 못 하는 상황에 어떻게 언론인 역할을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탈레반이 언론의 자유를 주고, 여성들이 교육받고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지만, 많은 동료가 탈출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여성 인권 탄압으로 세계적인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아프간 재집권 이틀 만인 지난달 17일 미디어팀 소속 간부 몰로이 압둘하크 헤마드를 톨로뉴스 스튜디오로 보내 아르간드와 인터뷰하도록 했다. 아르간드는 헤마드와 약간의 거리를 두긴 했지만 얼굴을 마주하며 아프간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눠 화제를 모았다.
/사진=톨로뉴스 영상 캡처
/사진=톨로뉴스 영상 캡처
탈레반은 여성의 교육을 금지해 학교에 다니지 못하도록 하고, 경제 참여를 반대하는 율법을 따라왔다. 재집권 후 여성 인권 탄압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왔던 상황에서 탈레반 측이 아르간드와 인터뷰를 진행한 건 이전 탈레반 정권과 '달라졌다'는 보습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톨로뉴스 경영진은 이날 인터뷰에 대해 "톨로뉴스와 탈레반이 새 역사를 썼다"며 "20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아르간드는 지난달 24일 파키스탄의 여성운동가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도움을 받아 카타르 도하로 탈출했다. 아르간드는 앞서 말랄라를 인터뷰한 인연으로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르간드는 텔라반과 인터뷰 후일담도 전했다. 아르간드는 "그들(탈레반)이 방송국에 온 걸 보고 충격을 받고, 자제력을 잃었다"며 "머리카락을 확실히 가리고, 신체 다른 부위가 드러나지는 않았는지 확인한 뒤에 인터뷰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아프간에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아르간드는 "탈레반이 약속을 지키고, 상황이 나아져 내가 안전함을 느끼고 위협이 없다고 생각되면 다시 아프간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그때 아프간을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전했다.

톨로뉴스를 소유한 모비그룹의 대표 사드 모흐세니는 CNN과 인터뷰에서 아르간드의 사례가 아프간의 현재 상황을 의미한다고 전하면서 "유명한 기자들은 떠났고, 새로운 사람들로 그들을 대체하기 위해 미친 듯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여성 인권과 관련한 세계적인 우려에 "이슬람 율법 안에서 교육, 보건, 취업 등 모든 권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탈레반 조직원들이 요리를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여성에게 불을 지르는 등 여성 인권 탄압 사례가 잇달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