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빈의 감성' 까지 재현…파울 바두라 스코다 '슈베르트 전집'
“슈베르트는 완벽한 거울 같아요. 그의 음악에는 보고 느낀 것들이 직접적으로 반영돼 있지요. 슈베르트의 음악이 우리 마음에 곧장 와닿는 이유입니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 피아니스트 파울 바두라 스코다(1927~2019)의 말이다. 바두라 스코다는 전설적인 에트빈 피셔의 제자로 스위스에서 공부했다. 1949년 바두라 스코다는 푸르트벵글러와 카라얀의 협연자로 연주했다. 1950년 피셔의 대타로 잘츠부르크페스티벌에 데뷔하며 극찬을 받았고 이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서의 행보를 지속했다.

그는 외르크 데무스, 프리드리히 굴다와 더불어 ‘빈 삼총사’로 불렸다. 별명처럼 빈 고전주의 작곡가들의 작품 해석에 뛰어났다. 1950년부터 웨스트민스터 레이블에서 다수의 녹음을 했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등을 다룰 땐 현대 피아노부터 포르테 피아노 등 고악기를 모두 연주해 소나타 전곡을 녹음했다. 시대 악기 연주에서도 선구자로 족적을 남긴 것이다.

2017년 바두라 스코다의 90세 기념으로 그의 첫 슈베르트 소나타 전집이 발매됐다. 12장의 박스에는 1967~1971년 빈과 로마에서 녹음한 음원이 담겼다. 슈베르트 소나타 21곡 가운데 미완의 소나타는 바두라 스코다가 보필해 완성해서 녹음했다. 13번, 16번, 17번, 20번, 21번 등 다섯 곡은 박스반 수록용 외에 한 번씩 더 녹음을 남겼는데, 그 곡들도 모두 수록됐다. 1971년 출시 당시 영국 그라모폰지에서는 바두라 스코다의 이 전집을 이렇게 극찬했다. “슈베르트와 같은 빈 출신 바두라 스코다의 연주엔 빈 음악의 양식이 흐른다. 감정도 극적인 성격도 지나치지 않고 절제돼 슈베르트가 베토벤과는 다른 개성이 있음을 잘 드러낸다. 허물없는 서정성과 소박함을 해석의 기조로 하고 있다. 엄격한 소나타 형식이 아니라 낭만주의적 몽상을 추구하는 슈베르트의 본질을 잘 나타냈다.” 이는 슈베르트 피아노 음악 해석의 이상향과도 같은 덕목들이다.

바두라 스코다의 연주는 밝게 반짝이며 소박하다. 현계에서 이계로 떨어지는 절망의 그림자로 어둑한 부분에서도 희망과 긍정을 잃지 않는다. 슈베르트의 음악을 ‘거울’로 표현했던 연주자답게 여러 입방체의 거울이 때로는 따스하며 또 차가운 마음을 비춘다. 무엇보다 빈의 음악가라는 공통점이 슈베르트와 어깨동무를 하며 동등하게 만든다. 그린칭 호이리게에서 식사 후에 천천히 산책하며 피부로 느끼는 빈 숲의 바람이 음과 음 사이에 스며들어 있다.

슈베르트 듣기 좋은 계절이 온다. 여름의 가벼운 여운과 가을의 묵직한 전조가 밤마다 만나는 요즘, 바두라 스코다의 연주는 사색의 깊이를 더해주는 최고의 파트너다.

류태형 < 음악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