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원정개미, 명품株로 보복소비…'에·루·겐' 쓸어담아
미국 주식을 사는 국내 투자자가 빅테크 종목을 쓸어담고 있다면, 유럽에 투자하는 사람의 관심은 명품주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 여성은 뷰티 명품주를, 30대 남성은 고급 자동차 주식을 사들이는 등 성별과 나이대에 따라 갖고 있는 소비 욕구가 주식 투자에 투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2일 삼성증권을 통한 올해 프랑스·독일 주식 매수 규모는 총 1630억원으로, 전년 동기(661억원) 대비 146.44% 증가했다. 매수 투자자 수는 4만4512명으로, 전년 동기(2만450명) 대비 두 배 넘게 늘었다. 삼성증권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에르메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케링(구찌) 등 프랑스 주식에 대한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증권사다.

올 들어 LVMH 주가는 26.30% 올랐다. 중국이 ‘공동부유’ 정책을 펼치면서 지난달 중순 LVMH, 에르메스, 케링 등 주요 명품주가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LVMH는 이내 저점 대비 5.50%, 에르메스는 4.10%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져온 럭셔리 수요가 한동안 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다시 주가를 끌어올렸다.

삼성증권의 프랑스·독일 순매수 상위 목록에는 명품주가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명품주였다. ‘서학개미’가 올 들어 가장 많이 산 독일·프랑스 주식 1위는 LVMH였다. 37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에르메스(2위·357억원), 케링(4위·374억원), 폭스바겐(5위·205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미국 주식 투자자는 성별·나이대와 상관없이 주로 테슬라 아마존 알파벳 등 빅테크주를 사들인 반면 유럽 투자자는 본인의 소비 욕구나 소비 경험에 따라 투자 종목이 달라져 눈길을 끌었다. 뷰티 명품주 투자자 비중은 30대 여성이 가장 높았다. 프랑스와 독일을 통틀어 순매수 1위 종목인 LVMH 투자자 중 30대 여성이 21.21%(4336명)를 차지했다. 20대 남성과 30대 남성 비중은 각각 5.33%, 15.73%에 그쳤다. 케링과 에르메스도 30대 여성이 각각 33.94%, 29.48%를 차지했다.

반면 자동차 종목 투자자 1위는 30대 남성이었다. 폭스바겐 투자자 중 30대 남성이 차지한 비율은 21.50%였다. 반면 30대 여성은 12.10%에 그쳤다. 포르쉐(27.78%)와 페라리(21.45%)도 30대 남성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