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이라면 정책은 합리적·체계적인 ‘종합 과학’이어야 한다. 기업·가계가 때로는 미심쩍어하면서도 정책이란 이름으로 발표되는 정부 행위에 대해 그래도 한 수 접어주는 것도 이런 전제에서다. 정확한 통계와 객관적 분석, 과학적 전망치에 입각한 공공의 선택이 정책이다. 이는 정책에 이념적 경향성이나 특정 정파 이해가 개입하면서 야기되는 오류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좌우·보혁 정권의 성격에 따라 정책의 틀이 왔다 갔다 하는 정도는 일반 국민도 대체로 잘 알고 있다. ‘1987년 체제’ 이후 5년 정권이 수시로 바뀌면서 서구식 좌우 정책의 지향점과 현실에서의 한계도 깨달아가고 있다. 문제는 정책의 기본 품질과 수준이다. 국민 눈높이가 높아가고 판단 기준도 엄격해지는 데 반해 기본조차 안 된 행정 행위가 잦다.

무엇보다 엉터리 통계, 얼렁뚱땅 전망에 기반한 부실 정책이 문제다. 밑 자료가 엉망이니 완성품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통계에서는 집값이 대표적이다. 모두가 급등을 우려해도 정부만 ‘지난 4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17%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우겼지만, 한국부동산원이 표본을 2배로 늘려 재설계하자 민간 통계 분석치와 비슷하게 바로잡혔다. 공급물량 발표치도 시장의 수요량과는 거리가 멀어 분식통계라는 조롱까지 받고 있다. 가계소득과 관련된 통계조작 논란도 이 정부 들어 유난히 많았다.

‘전망’도 마찬가지다. 국가기관이 공식 발표하는 전망치는 그냥 단순한 전망이 아니다. 경제성장률부터 물가, 세수, 산업동향 등은 수십 년째 해온 해당기관의 기본 업무인데 역시 엉터리가 적지 않다. 올해 세수는 오차율이 11%에 달한다. 정부 예상이 283조원인데 실제로는 314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부족해지면 또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하니, 예상외로 한 해 급증했다고 좋아할 일이 못 된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이렇게 늘어난 것보다 24조3000억원 더 늘 것이란 전망 아래 604조원의 예산을 짰다. 코로나 충격이 얼마나 이어질지 모르고 자산·금융시장도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데 어느 정도 믿어야 할까. 4월 이후 5개월째 2%대인 소비자물가를 보면 물가 전망도 빗나간다.

불과 2년 전 정부는 ‘세수추계 태스크포스’를 보강했는데도 들쭉날쭉 정확하지 않다. 저출산, 청년고용 등 조 단위 투입이 예사인 대형 프로젝트는 효과 검증도 없다. 통계는 국가의 중요한 인프라이고, 정부기관의 전망은 대외신인도와도 직결된다. 정책의 신뢰 위기, 역량이 부족한 정부가 자초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