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전기 '듀얼 전동화' 전략
8개 모델·40만대 판매 목표 제시
내연기관차 판매 2030년 중단
글로벌 완성차 중 가장 빠른 전환
우선 전환 속도가 더 빠르다. BMW 등 경쟁 브랜드 대비 최소 5~10년 앞서 전기차로 전면 전환하기로 했다. 수소차와 전기차를 앞세워 친환경차로 전환하겠다는 것도 제네시스의 차별화된 전략이다. 이른바 ‘듀얼 전동화’다. 메르세데스벤츠처럼 전기차만 내놓거나 도요타처럼 하이브리드카를 섞으려는 계획과 달리 압도적인 수소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가능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경쟁 브랜드보다 더 빨리, 다양하게
제네시스는 이날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공개한 전기차 전환 비전에서 2025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신차를 수소 및 배터리 전기차로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2030년엔 총 8개 모델로 구성된 수소 전기차와 배터리 전기차 라인업을 완성하고, 2035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제네시스의 전기차 전환 계획은 경쟁 브랜드보다 압도적으로 빠르다.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완성차 회사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무공해차(ZEV)로 전환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GM의 탄소중립 목표는 2040년이다.
친환경차 전환 속도가 빠른 유럽 브랜드의 목표 달성 시점도 제네시스보다 느리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30년까지 모든 라인업을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시장 상황을 감안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내연기관 모델을 더 판매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BMW는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도요타는 2030년 지역별 판매의 70~10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하이브리드카로 구성한다는 전략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제네시스가 3년여 만에 모든 신차를 수소·전기차로 내놓겠다고 한 건 엄청나게 빠른 속도”라며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네시스의 수소차 계획도 눈길을 끈다. 수소차는 배터리 전기차와 달리 무거운 배터리를 싣지 않아 주행거리에서 장점이 크다. 동급 배터리 전기차 대비 1.5배 이상 더 달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차일수록 전기차 대비 수소차의 주행거리가 더 길어진다”며 “그린수소 기술이 고도화되면 전기차보다 친환경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2030년 40만 대 판매 목표
현대차그룹이 이날 공개한 영상엔 정의선 회장이 등장해 5년 만에 다시 제네시스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정 회장은 부회장 시절인 2015년 11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행사 당시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제네시스는 이후 정 회장의 지휘 아래 승승장구했다. 출범 첫해인 2015년 530대에 이어 2016년 6만5586대로 판매량이 급성장했다. 이후 매년 판매량을 꾸준히 늘렸고, 지난해엔 12만8365대로 10만 대를 넘겼다. 올 5월 글로벌 누적 판매 50만 대를 돌파했다.
국내는 물론 미국 시장에서 특히 호응이 크다. GV80, GV70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선전하며 지난달 미국에서만 4975대 판매됐다. 전년 대비 265.8% 늘어난 실적이다.
제네시스는 전기차 전환 전략을 바탕으로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40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제네시스는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다”며 “새로운 고객경험과 혁신적인 비전으로 다시 한번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김일규/김형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