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마련된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의 분향소 인근에 전국 택배대리점 점주들이 보낸 근조화환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A씨는 노조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마련된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의 분향소 인근에 전국 택배대리점 점주들이 보낸 근조화환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A씨는 노조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CJ대한통운 김포장기대리점 점장 이모씨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이 "소장에 대한 비아냥, 조롱은 있어도 폭언이나 욕설 등의 내용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대리점에서 일했던 비노조 택배기사들은 "대리점장이 몇 달 동안 욕설에 시달렸다"고 반박했다.

3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대리점 단톡방 대화 내용을 보면 노조 소속 택배기사들이 이씨와 비노조 택배기사들에게 지속적으로 폭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노조원은 "이 X 같은 김포터미널에 X 같은 비리소장들! X 같은 XX들한테 빌붙어 사는 X 같은 기사님들"이라며 이씨와 비노조 택배기사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다른 조합원은 "가진 게 있는 XX가 더하네? 그거 다 기사들꺼 훔쳐서 만든거야"라며 "비리없는 소장은 살 것이고 비리있는 소장XX는 뒤X겠지 ㅋㅋ"라고 썼다.

하지만 택배노조는 지난 2일 이모씨 관련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합원 일부가 고인에게 인간적 모멸을 줄 수 있는 비아냥, 조롱 등을 단톡방에 올린 사실이 확인됐다"면서도 "폭언과 욕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조합원 택배기사에 대해 조합원의 폭언과 욕설 등 내용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택배노조는 "이같은 행위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지는 않았다는 판단"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노조 차원의 원칙을 수립해 욕설과 개인 비방 등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리점에서 일하는 비노조 택배기사 A씨는 “(점장에게) 욕설과 폭언이 없었다는 택배노조 발표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장기대리점 노조는 일상적으로 대리점장과 비노조원을 향해 단체 메신저방에서 욕설과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인은 단체대화방을 보는 것이 너무 괴로워 메시지를 읽지 않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노조원들이 고인을 고립시켜 하루 빨리 대리점장에서 끌어내기 위해 이같은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고인을 돕던 비노조 택배기사는 노조의 괴롭힘으로 아내까지 유산되자 고인에게 더 이상 함께 못하겠다고 말했다"며 "고인과 함게 일하던 비노조 동료가 하나둘 떠나면서 고인은 더욱 외로워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원은 비노조 택배기사의 집 앞까지 찾아와 욕설하며 협박했다. 노조원은 채팅방에서 비노조 택배기사의 이름을 언급하며 “XX들이 정신 못차리지. 비리소장보다 더 X 같은 XX,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 집 앞이니 나오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노조원들이 분구(관할 지역 분할)를 계속해서 반대해왔다는 택배노조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김포장기대리점의 비노조 택배기사 B씨는 “현재 노조원 중 한 명이 대리점장 자리를 욕심내고 있었다”며 “지속적으로 분구 요구를 하다가 올해 초 분구 협상이 결렬되면서 본격적으로 노조 활동을 통해 대리점장을 끌어내리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B씨에 따르면 단체 대화방은 업무용도로 파손 상품을 전산처리하거나 배차 관련한 공지를 공유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하지만 작년 가을부터 특정 택배기사를 중심으로 분구 요구가 나오기 시작했고 분구에 동참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나눠지면서 단체방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는 이씨의 괴롭힘에 가담한 택배기사 노조원 12명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연합회는 “유족과 상의한 결과 고인의 뜻을 받들어 법무법인 율촌을 선임해 노조원 12명을 고소하기로 했다”며 “유족과 고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최대한 유족의 뜻을 존중하며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