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집중분석] '홈트계의 넷플릭스' 펠로톤, 후발주자 따돌리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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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 커뮤니티 등 차별화
지난해 주가 400% 이상 급등해
"러닝머신 성장세 강하다" 평가도
지난해 주가 400% 이상 급등해
"러닝머신 성장세 강하다" 평가도
‘뉴욕 고급 헬스클럽을 집 안으로 들여오자.’
미국 대표 홈트레이닝 업체로 성장한 펠로톤의 시작은 이랬다. 운동광이었던 존 폴리 펠로톤 최고경영자(CEO)는 스피닝클럽 소울사이클의 회원이었다. 그러나 취미 생활을 이어가면 두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수업을 예약하는 것도 매번 어려움이었다. 실내용 자전거 사업을 고안한 배경이다. 펠로톤은 프랑스어로 ‘자전거 경기에서 함께 달리는 무리’를 뜻한다.
사업 초기는 순탄치 않았다. 신개념 자전거를 개발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이후 벤처캐피털(VC)을 돌며 투자 요청을 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결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를 통해 초기 투자금을 유치했다. 본격적인 판매는 창업 후 2년이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됐다.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는 펠로톤의 인기 요인이다. 펠로톤 실내 자전거에는 소울사이클 자전거에는 찾아볼 수 없는 부품이 있다. 바로 22인치 고화질 터치스크린이다. 사용자들은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강의를 보면서 집 밖을 나서지 않고도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월 구독료 39달러를 내면 라이브 운동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홈트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배경이다.
펠로톤은 집에서도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태블릿 화면을 통해 연결된 강사가 사용자의 자전거 페달 속도, 회전 수, 거리 등을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제공한다. 같은 수업을 자주 듣는 회원끼리 연결한 커뮤니티 기능은 함께 운동하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펠로톤의 새로운 승부수는 러닝머신이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러닝머신 제품을 선보였다. 실내용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러닝머신에도 터치스크린이 장착돼 있다. 기본 러닝머신의 가격은 2495달러로 기본 자전거(1495달러)보다 1000달러 비싸다.
폴리는 조지아공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거쳤다. 제과기업 마즈의 공장 엔지니어로 일한 경력도 있다. 서점업체 반스앤드노블에서 전자상거래 부문 부사장을 지낸 경험은 콘텐츠의 중요성을 느끼게 한 계기였다.
펠로톤의 주가는 지난해 434%나 뛰었다. 코로나19가 지난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확산하자 매출이 급성장했다. 투자자들에게 수 차례 거절당하던 펠로톤은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올해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해 ‘꽃길’만 걸어온 펠로톤의 주가는 올 초부터 급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5월 5일엔 러닝머신 리콜 사태가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러싱머신 관련 사고로 어린이 한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 등에 대한 조치로 펠로톤이 러닝머신을 전부 리콜한다고 밝혔다. 이런 소식이 이날 주가는 15% 가까이 고꾸라졌다. 주가는 지난해 9월 이후 사상 최저치인 82.62달러를 기록했다. 8월 말엔 크게 두 차례 위기가 연달아 발생했다. 먼저 2분기 실적이 발표된 26일이었다. 펠로톤의 발표에 따르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9억3690만달러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12억6230만달러)보다는 26% 가까이 감소했다.
문제는 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이었다. 지난해 2분기 순이익은 8910만달러였으나 올해 같은 기간엔 3억1320만달러의 손실을 봤다. 리콜과 관련된 비용이 증가하면서 손실 폭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펠로톤은 2023년에야 다시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2분기 기준 전체 가입자 수는 233만 명이었다. 1분기(208만 명)에다 25만 명의 신규 가입자 수가 더해진 숫자다. 그러나 가입자 증가 수는 둔화됐다. 지난 1분기 신규 가입자 수는 41만 명에 달했다. 펠로톤의 신규 가입자 수가 줄어든 건 여섯 분기 만에 처음이다. 펠로톤은 3분기 실적도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3분기 매출액은 2분기보다 적은 8억달러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펠로톤의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비관론자들은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집에 머물던 고객들이 헬스장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펠로톤이 더 이상 코로나19 특수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도 위협 요인으로 지적된다. 룰루레몬이 인수한 미러를 비롯해 하이드로, 토날 등이 차세대 실내운동기구를 선보이고 있다. BMO캐피탈마켓의 애널리스트 시메온 시겔은 “경쟁이 치열해지면 마케팅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펠로톤이 러닝머신 판매를 재개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펠로톤은 리콜 이슈로 러닝머신 2종 판매를 일시 중단했지만 최근 기본 러닝머신은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달 27일 “펠로톤의 언급대로 러닝머신 사업의 성장세가 강하다고 본다”며 “앞으로 6개월 후에는 구독자 증가가 이익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펠로톤에 대한 투자 의견은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는 3달러 높인 138달러로 제시했다.
실내자전거 가격 인하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달 26일 펠로톤은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기본 실내자전거 1대 당 가격을 20% 내린 1494달러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월 구독료도 10달러로 내릴 예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매출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펠로톤의 의도대로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져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주요 증권사들도 펠로톤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평가했다. 룹캐피탈은 지난달 26일 “애플이 처음 아이팟 1세대의 가격을 내렸을 때 애플 주식을 팔았던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었다”며 “지금 펠로톤 주식을 파는 것도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미국 대표 홈트레이닝 업체로 성장한 펠로톤의 시작은 이랬다. 운동광이었던 존 폴리 펠로톤 최고경영자(CEO)는 스피닝클럽 소울사이클의 회원이었다. 그러나 취미 생활을 이어가면 두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수업을 예약하는 것도 매번 어려움이었다. 실내용 자전거 사업을 고안한 배경이다. 펠로톤은 프랑스어로 ‘자전거 경기에서 함께 달리는 무리’를 뜻한다.
사업 초기는 순탄치 않았다. 신개념 자전거를 개발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이후 벤처캐피털(VC)을 돌며 투자 요청을 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결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를 통해 초기 투자금을 유치했다. 본격적인 판매는 창업 후 2년이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됐다.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는 펠로톤의 인기 요인이다. 펠로톤 실내 자전거에는 소울사이클 자전거에는 찾아볼 수 없는 부품이 있다. 바로 22인치 고화질 터치스크린이다. 사용자들은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강의를 보면서 집 밖을 나서지 않고도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월 구독료 39달러를 내면 라이브 운동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홈트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배경이다.
펠로톤은 집에서도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태블릿 화면을 통해 연결된 강사가 사용자의 자전거 페달 속도, 회전 수, 거리 등을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제공한다. 같은 수업을 자주 듣는 회원끼리 연결한 커뮤니티 기능은 함께 운동하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펠로톤의 새로운 승부수는 러닝머신이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러닝머신 제품을 선보였다. 실내용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러닝머신에도 터치스크린이 장착돼 있다. 기본 러닝머신의 가격은 2495달러로 기본 자전거(1495달러)보다 1000달러 비싸다.
폴리는 조지아공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거쳤다. 제과기업 마즈의 공장 엔지니어로 일한 경력도 있다. 서점업체 반스앤드노블에서 전자상거래 부문 부사장을 지낸 경험은 콘텐츠의 중요성을 느끼게 한 계기였다.
암초 맞닥뜨린 펠로톤
펠로톤의 주가는 지난해 434%나 뛰었다. 코로나19가 지난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확산하자 매출이 급성장했다. 투자자들에게 수 차례 거절당하던 펠로톤은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올해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해 ‘꽃길’만 걸어온 펠로톤의 주가는 올 초부터 급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5월 5일엔 러닝머신 리콜 사태가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러싱머신 관련 사고로 어린이 한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 등에 대한 조치로 펠로톤이 러닝머신을 전부 리콜한다고 밝혔다. 이런 소식이 이날 주가는 15% 가까이 고꾸라졌다. 주가는 지난해 9월 이후 사상 최저치인 82.62달러를 기록했다. 8월 말엔 크게 두 차례 위기가 연달아 발생했다. 먼저 2분기 실적이 발표된 26일이었다. 펠로톤의 발표에 따르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9억3690만달러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12억6230만달러)보다는 26% 가까이 감소했다.
문제는 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이었다. 지난해 2분기 순이익은 8910만달러였으나 올해 같은 기간엔 3억1320만달러의 손실을 봤다. 리콜과 관련된 비용이 증가하면서 손실 폭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펠로톤은 2023년에야 다시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2분기 기준 전체 가입자 수는 233만 명이었다. 1분기(208만 명)에다 25만 명의 신규 가입자 수가 더해진 숫자다. 그러나 가입자 증가 수는 둔화됐다. 지난 1분기 신규 가입자 수는 41만 명에 달했다. 펠로톤의 신규 가입자 수가 줄어든 건 여섯 분기 만에 처음이다. 펠로톤은 3분기 실적도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3분기 매출액은 2분기보다 적은 8억달러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둘로 나뉜 향후 전망
펠로톤의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비관론자들은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집에 머물던 고객들이 헬스장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펠로톤이 더 이상 코로나19 특수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도 위협 요인으로 지적된다. 룰루레몬이 인수한 미러를 비롯해 하이드로, 토날 등이 차세대 실내운동기구를 선보이고 있다. BMO캐피탈마켓의 애널리스트 시메온 시겔은 “경쟁이 치열해지면 마케팅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펠로톤이 러닝머신 판매를 재개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펠로톤은 리콜 이슈로 러닝머신 2종 판매를 일시 중단했지만 최근 기본 러닝머신은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달 27일 “펠로톤의 언급대로 러닝머신 사업의 성장세가 강하다고 본다”며 “앞으로 6개월 후에는 구독자 증가가 이익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펠로톤에 대한 투자 의견은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는 3달러 높인 138달러로 제시했다.
실내자전거 가격 인하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달 26일 펠로톤은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기본 실내자전거 1대 당 가격을 20% 내린 1494달러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월 구독료도 10달러로 내릴 예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매출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펠로톤의 의도대로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져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주요 증권사들도 펠로톤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평가했다. 룹캐피탈은 지난달 26일 “애플이 처음 아이팟 1세대의 가격을 내렸을 때 애플 주식을 팔았던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었다”며 “지금 펠로톤 주식을 파는 것도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