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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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주요 은행들이 수신금리 줄인상에 나섰다. 케이뱅크를 시작으로 5대 은행이 일제히 수신금리를 0.3%포인트 안팎 올렸고, 대형 저축은행도 인상 행렬에 합류했다.

과거에 비하면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시큰둥하다. 최근의 금리 인상을 반영해도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이제 연 1%대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어서 금융소비자가 기대하는 이자 수익률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수신금리가 소폭 오른 지난달에도 주요 은행의 개인 예·적금 잔액은 2600억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한 시민이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한 시민이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8월 말 기준 개인 정기 예·적금 잔액은 178조9249억원으로 전달보다 2619억원 감소했다. 이들 은행의 개인 정기 예·적금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0.5%까지 떨어진 직후인 지난해 5월 이후 1년3개월 연속 줄었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저금리' 기조는 아직 변하지 않았다"며 "은행 예금은 '쥐꼬리 이자'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한 상황에서 최근의 금리 인상 때문에 예금으로 돈이 몰릴 만큼 '머니 무브'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는 “8월 전체 정기예금이 반짝 늘어난 것은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법인 예금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개인 예금은 계속 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예금에 넣으면 손해"…갈 곳 잃은 돈 어디로? '반전'
최근의 수신금리 인상을 반영해도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우대금리를 모두 합쳐도 연 1%대 중반 수준이다. 2%대 중반의 물가상승률보다도 낮다.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라는 뜻이다. 여윳돈을 국내외 주식과 ETF(상장지수펀드), 비트코인에 분산투자하고 있다는 직장인 유모(32)씨는 “지금의 이자율로는 은행에 돈을 묶어두는 게 오히려 손해”라고 했다.

불확실성에 '갈곳 잃은 돈'은 늘어

반면 대기자금 성격이 짙은 개인 요구불예금은 역대 최대 규모로 치솟고 있다. 4대 은행의 8월 말 기준 개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287조2733억원으로 전달보다 2조1302억원 불어났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식 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MMDA) 등 예금자가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예금을 뜻한다. 일정 기간 돈을 묶어놔야 하는 정기 예·적금과 달리 자금을 자유롭게 넣고 뺄 수 있는 대신 금리는 연 0.1%대로 사실상 이자가 붙지 않는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과 추가 금리 인상을 기다리는 자금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으로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시가 박스권을 맴돌고 자산시장 거품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투자처를 정하지 못한 돈을 일단 수시입출식 계좌에 넣어두려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